
"기온이 1℃ 오르면 물가상승률 0.07%p ↑"
OECD "정부, 관련 정책 대응에 적극적이어야"
연일 기록적인 폭염에 장바구니 물가 관리에 적신호가 켜졌다. 전반적인 물가 지표는 2% 초반대로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품목별로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더 우려스러운 건 올여름 내내 40도 가까운 폭염이 이어질 수 있어 '히트플레이션(열+인플레이션)'이 한층 더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1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를 보면, 배추 소매 가격은 포기당 4309원(7월 11일 기준)이다. 지난달에는 한 포기에 3458원이었던 배추 가격이 불과 한 달 만에 24.61% 비싸졌다. 다른 채소나 과일도 마찬가지다. 같은 날 기준 오이(10개)는 1만1789원으로 전달(7월)보다 11.29% 올랐다. 상추(100g) 역시 1217원으로 전달보다 33.3% 높은 수준이다. 수박(상품)은 2만9115원으로 한 달 만에 33.08%나 뛰었다.
수급 비상으로 축산물가도 비상이 걸렸다. 폭염으로 전국에서 가축 집단 폐사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올해 5월 20일부터 이달 10일까지 폐사한 누적 가축 수는 60만4636마리로 지난해 동기(5만3238마리) 보다 약 11.4배 늘었다. 소고기 안심(1+등급·100g)의 전국 평균 가격은 1만4287원으로 전년(1만3573원)보다 5.3% 올랐다. 달걀(특란)은 한 판(30구)에 6857원으로 1년 전(6504원)보다 5.4% 비쌌다.
문제는 앞으로다. 올여름 내내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지속할 수 있어 체감 물가가 큰 폭으로 뛸 수 있어서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전국 평균 폭염(하루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 일수는 4.9일이었다. 월초인데도 역대급 폭염으로 기록됐던 지난해 7월 폭염 일수(4.3일)를 넘어선 셈이다.
여름철 폭염으로 물가가 치솟는 현상은 주기적으로 계속돼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이 폭염이 길었던 과거 16개 연도를 분석한 결과, 이 기간 평균 하반기 물가 상승률은 상반기 대비 0.2%포인트(p) 웃돌았다. 특히 농·축·수산물의 하반기 물가 상승률이 상반기보다 0.5%p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기상 여건 변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지구온난화로 여름철 기온이 상승하고 이로 인한 집중호우, 가뭄 등 기상 여건이 빈번하게 변화할 뿐만 아니라 변화의 강도도 확대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평균 기온이 과거 추세보다 10도 오르면 신선식품 가격은 최대 0.42%p 상승하고 강수량이 100㎜ 증가하면 가격은 최대 0.93%p 상승한다"고 밝혔다. 이어 "날씨 충격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농산물 수입 확대와 같이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등의 구조적 방안을 모색할 필요 아울러 기후 변화에 대응하여 품종 개량 등을 통해 기후적응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기후 적응 품종 개발, 농산물 수입 확대 등 정책 대응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말 보고서를 통해 각국에 △기상 이변 대비 인프라에 대한 재정·세제 혜택 △가뭄에 강한 작물·품종, 관개 설비 개선, 토지 보존 노력 등에 대한 보조금 지원 등의 기후 적응 방안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