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종합건설사 대표는 건설 현장 외국인 근로자 실태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발표한 ‘건설 현장 리포트: 외국인 근로자 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 현장에서 일한 외국인 근로자는 22만9541명으로, 전체 근로자(156만여 명)의 14.7%를 차지한다. 건설 현장 근로자 7명 중 1명은 외국인인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 비중은 2020년부터 5년 연속 상승세다.
현장에서 한목소리로 지적하는 애로사항은 언어다. 중국 국적자를 제외하고 국내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 상당수는 단기 체류 비자인 E-9 비자(비숙련 인력)로 들어온 이들이다. 안전 및 기초 실무 교육을 받고 현장에 투입되지만, 언어의 장벽을 넘어 업무를 익히기에는 짧은 시간이다.
업무가 손에 익을 만 하면 현장을 옮기는 등 연속성이 떨어지는 점도 어려움을 키운다. E-9 비자 인력은 최대 4년 10개월간 체류가 가능하지만, 한 건설 현장에서 모든 기간을 채우는 경우는 드물다.
한 전문건설사 대표는 "가장 어려운 건 아무래도 언어에요. E-9 비자 근로자는 말이 안 통하니까 일꾼으로 만드는 데 1년이 걸려요. 문제는 그렇게 키워놓고 나면 다른 현장으로 가버린다는 거죠. 그러다 비자 기간이 만료되고 불법체류자가 되는 거에요"라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외국인 숙련공 부족이다. 국내 건설 기술인의 평균 연령은 52.2세로 2004년(37.5세) 이후 매년 오르는 추세다. 청년층의 건설 현장 기피가 심화하면서 신규 인력 유입은 기대하기 어렵다. 외국인 근로자의 대부분은 자재 나르기 등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데 그친다.
우리가 살 집은 외국인 근로자가 짓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외국인이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릴 것이다. 비자 규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해 장기적으로 숙련공이 자리 잡도록 하고, 음지로 숨어드는 불법 체류 근로자를 막아 양지에서 제대로 된 관리 감독을 받도록 해야 할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