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재계약과 관련해 이례적인 호평(?)이 쏟아졌습니다. 소식의 근원지는 보이그룹 에이티즈, 그리고 소속사 KQ엔터테인먼트(이하 KQ엔터)였는데요. 멤버 전원이 기존 소속사와 재계약을 체결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 겁니다.
재계약 자체가 새로운 건 아닙니다. 하지만 다인원 그룹 멤버 전원이, 무엇보다 '7년'을 또 함께하기로 한 건 흔치 않은 일입니다.
에이티즈는 8인 전원이 동행을 이어가는 데다가 계약 기간 역시 통상적인 초기 계약 수준으로 길게 잡았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자아내는데요. 에이티즈 팬덤 에이티니뿐만 아니라 K팝 시장의 문법에 익숙한 타 팬덤마저 주목하는 이례적인 소식입니다.

K팝 시장에서 '재계약'은 매끄럽기만 한 연장선은 아닙니다. 숱한 변수와 마주하는 고비에 가까운데요. 특히 멤버 수가 많을수록 그 고비는 더 가팔라집니다.
이유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먼저 잘 알려져 있듯 첫 전속계약은 대부분 7년으로 체결됩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의 내용을 따르는 건데요. 이는 전속계약이 7년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기획사 입장에서는 아이돌 한 팀을 데뷔시키는 데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입하는 만큼 전속기간을 최대한 장기간으로 체결하는 게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이에 첫 데뷔 때는 통상 '7년 계약'이 관철되죠.
활동을 이어오다 보면 여러 시나리오가 실현됩니다. 데뷔하자마자 음원·음반 차트 1위를 거머쥐는 팀도, 안타깝게도 별다른 성적을 거두지 못하는 팀도 있겠죠. 한 팀이더라도 멤버별로 입지와 계획, 개인 활동의 비중, 소속사와의 관계 등이 다 다르기 마련인데요. 이 과정에서 그룹의 전망에 대한 시각차가 생기는 경우도 있죠. 첫 계약 기간인 7년을 채운 뒤에는 자연스럽게 '각자의 길'을 택하는 멤버가 생기는 겁니다.
이에 가요계에서는 7년 활동을 마무리한 후에는 그룹이 사실상 해체되는 등 '마의 7년', '7년 징크스'라는 말이 생겼는데요. 이 말은 단순히 낭설로 치부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업계 용어처럼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또한, 재계약은 계약 조건뿐 아니라 팀 내 역할과 향후 방향성까지 복합적으로 조율해야 하는 작업입니다. 멤버 수가 많은 그룹일수록 이 과정은 복잡하고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재계약은 보통 2~3년, 길어야 5년 단위로 신중하게 맺는 경우가 많고, 그조차도 '전 멤버 체결'은 쉽지 않죠.
다인원 그룹이 멤버 이탈 없이 전원 재계약에 성공하는 경우는 업계에서도 손꼽힙니다. JYP엔터테인먼트와 트와이스·스트레이 키즈, 빅히트 뮤직과 방탄소년단(BTS),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와 세븐틴처럼 전 멤버가 동행하는 사례가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뿔뿔이 다른 소속사에 둥지를 틀거나 팀 활동보다 개인 활동에 힘쓰는 사례가 잦아진 건데요. 세계적 인기를 구가하는 블랙핑크의 행보도 적지 않은 관심을 받았죠. 이들은 모두 각자 개인 소속사를 차리면서 솔로 활동에 힘을 쏟았지만 기존 소속사였던 YG엔터테인먼트와 완전체 활동을 함께하는 것으로 뜻을 모은 바 있습니다. 최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완전체' 월드투어의 서막을 올리면서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죠.
다만 첫 7년 계약이 끝난 뒤 재계약을 맺은 그룹들 다수가 재계약 기간이나 조건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습니다. 애초 계약 기간과 조건은 비공개를 원칙으로 삼는 경영 정보인 데다가 최근에는 멤버별로 계약 조건이 달라지는 등 계약 구조가 더욱 복잡해져 일괄 공개하기엔 어렵기 때문인데요. 특히 상장한 대형 기획사의 경우 기업 가치와 주가 등을 고려해 정보 공개에 더욱 신중합니다. "전원 재계약" 등의 핵심 메시지만 전달하는 게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았죠.

그러나 에이티즈는 데뷔 7주년을 앞둔 올해 전원, 그것도 7년 재계약을 택했습니다.
KQ엔터는 10일 공식 입장을 내고 "에이티즈 멤버들과 심도 있는 논의 끝에 홍중, 성화, 윤호, 여상, 산, 민기, 우영, 종호 8인 전원과 7년 재계약을 완료했다"며 "7년간 쌓아온 신의를 바탕으로 인연을 이어 나가게 돼 기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멤버 각자가 가진 무한한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며 더 크고 넓은 무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계속해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라며 차후 활동에 기대감을 높였죠.
2018년 데뷔 이래 에이티즈는 매번 눈에 띄는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독창적인 음악, 콘셉트와 강렬한 퍼포먼스로 주목받았는데요. 글로벌 팬들에게 일찍 눈도장을 찍었습니다. 2021년 9월 발매한 미니 7집으로 '빌보드 200'에 42위로 처음 진입한 후 2023년 정규 2집으로 같은 차트 1위에 오르는 성과를 냈는데요. 여기에 지난해 11월 발매한 미니 11집으로는 두 번째 '빌보드 200' 1위를 달성했습니다. 해당 차트 정상에 두 개 이상 앨범을 올린 K팝 그룹은 BTS, 스트레이 키즈가 유일했죠. 이번 미니 12집 '골든 아워 : 파트 3(GOLDEN HOUR : Part.3)'는 '빌보드 200' 2위에 곧장 진입했습니다. 이로써 에이티즈는 7개 앨범을 연달아 해당 차트의 '톱 7'에 올려놓았고 '톱 3'에는 총 6장의 앨범을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죠.
미니 12집의 타이틀곡 '레몬 드롭(Lemon Drop)'은 에이티즈 곡 사상 최초로 미 빌보드 메인 송차트인 '핫 100'에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핫 100'은 피지컬 싱글 및 디지털 음원 판매량, 스트리밍 수치, 라디오 에어플레이 수치, 유튜브 조회 수 등을 합산해 성적을 산출하며 대중성 확보의 주요 지표로 평가되는데요. 에이티즈는 팀 최초이자 BTS, 스트레이 키즈 이후 K팝 보이그룹 세 번째로 '핫 100' 진입이라는 기념비적 성과를 세웠습니다.
인상적인 퍼포먼스와 콘셉추얼한 음악을 꾸준히 선보이는 에이티즈의 매력은 역시나 무대에서 가장 빛을 발합니다. 무대를 볼 맛이 난다고 할까요. 탄탄한 라이브 실력과 힘찬 퍼포먼스로 주목받아왔습니다.
특히 지난해 미국 최대 음악 페스티벌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에 K팝 보이그룹 최초로 출연해 뜨거운 화제를 모았습니다. 흔들림 없는 라이브와 화려한 퍼포먼스로 무대를 장악한 이들인데요. 이 무대 영상은 국내 K팝 팬들에게 '역수입'되는 현상도 발생했습니다.
올해 3월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돔(옛 체조경기장)에서 '투워즈 더 라이트 : 윌 투 파워' 피날레 인 서울('TOWARDS THE LIGHT : WILL TO POWER' FINALE IN SEOUL)'을 개최, 지난해부터 전개해온 월드투어의 대미를 장식했는데요. 이 피날레 공연은 에이티즈의 첫 KSPO 돔 입성이었습니다. 앞서 뉴욕 공연장인 시티 필드(Citi Field)에 K팝 그룹 중 BTS 다음으로 입성했고, 4만 명 규모의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필드(Globe Life Field)에 처음으로 입성한 이들이 K팝 공연계의 성지로 통하는 KSPO 돔까지 입성하며 데뷔 7년 차에 더 큰 도약을 위한 분기점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왔죠.
성장세는 물론 굳건한 팀 활동 의지를 자랑해온 에이티즈이기에 사실 이번 재계약 소식은 예상 수순이기도 했는데요. '7년' 재계약 기간까지 직접 언급한 건 분명 이례적인 일입니다. 멤버들 간의 끈끈한 연대감, 완전체 활동과 도약 의지, 소속사와의 원활한 소통 관계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됩니다.
멤버 우영은 소속사의 공식 입장 발표 직후인 이날 오전 팬 소통 플랫폼 프롬을 통해 "아침부터 좋은 소식으로 기분 좋은 하루가 됐으면 좋겠다"며 "아직 못한 게 너무 많다. 항해는 계속된다. 7년 동안 다시 한번 잘 부탁한다"고 '팬 사랑'도 아끼지 않았죠.

에이티즈의 전원 재계약은 팬들에게는 감동적인 이야기지만 기업 관점에서 보면 철저한 전략입니다. 특히 최근 상장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KQ엔터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는 '신뢰의 카드'죠.
KQ엔터는 4월 미래에셋증권과 주관계약을 체결하며 기업공개(IPO) 계획을 공식화한 바 있습니다. 내년 상장을 목표로 내부 조직 재정비에 들어간 상황에서 에이티즈의 안정적인 활동 지속 여부는 기업가치를 평가받는 핵심 지표 중 하나로 꼽힙니다. 상장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실적과 성장성, 그리고 그 기반이 되는 안정적인 지식재산권(IP) 확보죠.
에이티즈는 현재 KQ엔터의 대표 IP이자 매출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팀입니다. 에이티즈 등 주요 IP 성장과 함께 KQ엔터는 2022년 매출액 464억 원, 영업이익 44억 원에서 2023년 650억 원, 영업이익 59억 원으로 성장했고 지난해는 매출액 1158억 원, 영업이익 125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2년 사이 매출액은 약 150%, 영업이익은 약 184% 상승했죠. 핵심은 공연 매출이었는데요. 전년 대비 공연 매출이 약 240% 상승했고, 공연 매출 비중도 약 25%에서 약 49%로 상승했습니다.
에이티즈가 실물 앨범 판매, 북미 투어 수익, 글로벌 브랜드 가치 등에서 지속해서 성과를 내는 만큼 이들이 전원 재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은 향후 수익 예측의 변동성을 줄이는 강력한 요소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팀의 안정성은 곧 엔터사의 신뢰도입니다. 에이티즈의 7년 재계약은 단순한 동행이 아니라, 회사와 팀이 함께 구축한 브랜드 가치를 지키고 확장하겠다는 선언으로도 통하는데요. 재계약 이후 더 크게 도약할 팀과 회사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