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데이터 기반 고객 맞춤형 서비스 제공 가능
민감 개인정보·규제, 보험사 중심 구조는 극복 과제

사용자의 건강 데이터를 기반으로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 이후까지 관리하는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다만 애플리케이션(앱), 웨어러블 기기, 디지털 치료제 등 다양한 기술이 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많은 디지털헬스 기업이 ‘수익모델 부재’에 부딪히고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보험사와의 협업이 새로운 돌파구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1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디지털헬스케어 기업은 소비자에 직접 판매하는 B2C 모델뿐 아니라 보험사를 중심으로 한 기업간거래(B2B) 연계 수익 구조에 주목하고 있다.
디지털헬스케어 기업은 실시간 건강 모니터링, 조기 진단, 질병 예측 등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방대한 건강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그러나 건강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실제로 비용을 지불하며 관리를 받으려는 수요는 제한적이다. 이로 인해 많은 기업이 수익 모델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달리 보험사는 본질적으로 ‘리스크 관리’가 핵심인 산업이다. 디지털헬스케어 기술을 통해 고객의 행동과 생활습관을 분석하고, 질병 가능성을 예측함으로써 맞춤형 상품 설계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보험사는 조기 진단과 치료를 유도해 보험금 지급률을 낮추고 전반적인 손해율을 관리하는 데도 유리하다.
이러한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디지털헬스케어 기업과 보험사의 협업은 서로에게 이점을 제공한다. 디지털헬스케어 기업은 보험사의 고객 기반과 유통망을 활용해 서비스를 확산시키고 수익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보험사는 확보된 건강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밀한 보장을 설계하고 고객 건강 관리와 리스크 관리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 고객 입장에서도 헬스케어 서비스와 보험 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있어 ‘윈윈’ 구조가 가능하다.
보험업계 역시 디지털헬스케어 기업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디지털헬스 분야에서 공급-수요 기업이 만나 비즈니스를 모색하는 ‘디지털헬스 수요-공급 기업 매칭데이’에 참가한 기업 중 보험사가 44.7%(89개)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실제 협업 사례도 늘고 있다. 슬립테크 기업 에이슬립은 삼성생명의 헬스케어 앱 ‘더헬스’에 수면 분석 서비스를 탑재했다. 사용자의 호흡 소리를 분석해 수면 단계와 주요 지표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향후 수면 데이터 기반 보험 상품 연계와 동반 질환 예측까지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KB손해보험은 자회사 KB헬스케어를 통해 비대면 중개 플랫폼 ‘올라케어’를 인수하고 관련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병원 예약 플랫폼 굿닥은 지난해 삼성생명과 제휴해 임베디드 보험 ‘굿데이 건강서비스’를 출시했고, 닥터다이어리는 현대해상과 함께 임신성 당뇨 환자를 위한 건강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한 바 있다.
이동헌 에이슬립 대표는 “보험사가 과거처럼 사고 이후에 보상만 해주는 모델로는 고객 만족도와 사업 지속성에 한계가 있다. 건강 데이터로 위험을 미리 낮추고, 질병 이후 회복 과정까지 지속해서 관리하면 보험사는 지급 보험금이 줄어드는 동시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 또 보험사가 신규 고객 모집과 기존 고객 관리하는데 디지털헬스케어 기업과 협업이 이점”이라고 말했다.
한 디지털헬스케어 업계 관계자는 “국내 헬스케어 산업의 지불주체가 한정된 가운데, 보험사는 지불주체 역할을 해왔다. 포화된 보험시장은 리스크 관리, 손해율 개선, 고객 접점 확대 등 다양한 과제에 직면한 상황에서 디지털헬스 기술을 활용한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규제 완화와 보험업법 개정 등으로 보험사는 건강관리형 상품 출시, 자회사 설립, 디지털헬스 분야 투자 확대 등으로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건강 데이터는 민감정보로 분류돼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뒤따르며 디지털헬스케어 서비스가 의료기기인지 건강관리 서비스인지가 명확하지 않으면 보험 연계에 제약이 따르기도 한다.
이 대표는 “미국은 디지털헬스케어 기술을 중심으로 보험 상품이 설계되는 반면, 한국은 보험 상품 안에 디지털헬스케어를 붙이는 구조여서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