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구리 가격, 장중·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 경신
반도체·의약품 관세 관련 조사 진행 중
트럼프 “1년 반 시간 준다, 이후 의약품 관세 2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구리에 이어 반도체와 의약품까지 고율 관세 부과 방침을 잇달아 예고하면서 한국 주력 수출산업 전반이 전방위 압박에 놓였다. 상호관세에 더해 품목별 관세까지 덧씌우는 방식의 무역 공세가 본격화되며 ‘트럼프식 통상 전면전’이 재가동되는 양상이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회의에서 취재진을 향해 “구리에 대한 관세가 50%까지 인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내각회의 직후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CNBC방송 인터뷰에서 “구리에 관한 조사는 끝났고 조사 결과를 대통령께 전달했다”며 “하루나 이틀 안에 일반적인 법적 절차를 거쳐 대통령이 포고문에 서명할 것이고 이달 말이나 내달 1일 발효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미국 구리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구리 선물 가격은 파운드당 5.8955달러까지 치솟았다. 장중 상승 폭은 17%에 달해 1988년 이후 일일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전 거래일 대비 13% 뛴 파운드당 5.69달러로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종가 기준 상승 폭은 1969년 이후 가장 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약품과 반도체에 대해서도 관세를 예고했다. 특히 의약품에 대해 “1년에서 1년 반 정도의 시간을 줄 것”이라며 “이후에는 의약품을 미국에 들여오려면 (고율의) 관세가 부과될 것이다. 관세율은 200% 수준으로 매우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관해 러트닉 장관은 “의약품과 반도체 조사는 이달 말 완료되고 그때 대통령이 정책을 확정할 것”이라며 “그러나 만약 미국에 (시설을) 건설하려 한다면 대통령은 건설할 시간을 주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반도체에 관해선 상대적으로 언급이 적었다. 관세율에 대한 정보도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다만 한국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품목별 관세가 적용되면 우리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이미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25%라는 상호관세도 예고 받은 상태다. 전날 미국 IT 전문매체 탐스하드웨어는 “한국의 대미 수출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칩이 주도하고 있고 이는 가전제품과 PC, 서버에 사용된다”며 “새로운 조치는 메모리 산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구리는 반도체와 더불어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인 자동차와 배터리 등에 많이 쓰이는 원자재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 1일로 연장된 상호관세 발효 유예 시한이 더 미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관세는 8월 1일부터 내게 될 것”이라며 “이 날짜에 변경 사항은 없다. 모든 금액은 이날부터 내게 되며 연장은 허용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