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취약계층에 유리한 로스쿨 공교육 제도

입력 2025-07-08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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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 법무법인 서린 변호사ㆍ한국법조인협회 회장

로스쿨이 음서제이기 때문에, 우회로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등록금이 높다. 고졸자나 비명문대에게 불리하다. 부유층의 자제만 입시 스펙을 만들 수 있다. 부정한 입시 청탁이 있다”는 등의 생각들이 ‘음서제’인식의 근거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들은 사실과 다르다. 2023년도, 의과대학과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재학생 중 50% 이상이 상위 20%에 드는 고소득층인데, 로스쿨 재학생은 44%만이 고소득층이었다. 2008~2018년 사시합격자 중 고졸자는 3명에 불과했고, 이들도 대학에 진학해 법학을 35학점 이상 이수한 자들이었다. 2012~2020년 학점은행 등 출신 사시합격자는 5명에 불과한 반면, 변호사시험 합격자는 52명이었다. 마지막 사법시험 10년간 합격자의 출신대학은 평균 34.5개교였으나, 변호사시험 합격자의 출신대학은 평균 74.1개교였다. 사법시험 전성기에는 SKY 출신 변호사가 80%를 넘었으나, 지금은 50% 수준이다. 부정청탁이 있는 음서제라는 인식과 달리, 변호사의 친인척 중 법률전문가가 있는 사람은 연수원 34~43기는 33%, 변호사시험 출신은 26%로 나타났다.

경제적 약자들의 변호사 진출 통로

사법시험 폐지 당시의 보고서는 ‘사법시험 합격자 중 강남 3구 출신이 20%가 넘는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었다. 일본은 예비시험을 로스쿨과 병행했다. “누구나 시험 하나만 놓고 도전 가능하며 등록금이 없어 기회의 평등이 보장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일본의 예비시험 합격자들은 부유하고 어린 명문대 출신들로 채워졌다. 로스쿨은 경제적 취약계층, 장애인, 탈북자 출신 변호사, 비명문대 출신의 변호사, 나이가 많은 변호사의 수를 크게 늘렸다.

로스쿨은 특수한 제도가 아니라, 우리가 알고 있는 초·중·고·대로 이어지는 공교육 대학제도다. 공교육제도 입시는 정시전형·수시전형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로스쿨 입시는 수시전형에 가까운데, 정책에 따라 정시전형 형태를 혼합할 수도 있다. 우리는 ‘금수저는 사교육과 정보력을 이용해 수시전형의 빈틈을 공략한다.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흙수저는 우직하게 정시전형을 통해 합격한다’는 판타지를 갖고 있으나, 이는 진실과 다르다. ‘가난한 남매 서울대에 합격’ ‘정신지체 부모를 둔 학생이 서울대에 합격’‘빚더미에 앉은 부모님과 친구들의 괴롭힘 속에서 대학에 합격’ ‘찢어지게 가난한 집의 학생이 서울에서 잘 돈이 없어서 울다가 지나던 경비원의 도움을 받고 서울대에 합격’…. 이는 실제 언론기사인데, 모두 수시전형 합격사례다.

‘공정한 정시전형’은 사교육의 뒷받침을 받으며 재도전을 반복할 수 있는 부유층의 전유물이다. ‘불명확하고 우연이 개입되는 듯한 수시전형’은 재도전이 어려운 취약계층에게 단숨에 기회를 준다.어려운 형편에 장학금을 받고 수시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하고, 다시 로스쿨에 진학해 생활비까지 지원받으며 변호사가 된 취약계층 사례를 많이 찾을 수 있다. 공교육제도 방식이 취약계층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대학(원) 공교육 입시는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다른 학교·학과·직장 진학으로 전환할 수 있는 안전한 도전이며, 불확실성을 자력으로 견디며 별도의 시험을 장기간 준비할 필요가 없다.

세금 쓰는 사시… 로스쿨 지원이 효율적

사법연수원은 연수생 1인당 5000만 원의 세금을 사용하는 기관이었으며, 사법시험의 실시에도 국가 세금이 사용되었다. 사립대 공과대학의 학비가 비싸다면 카이스트를 설립할 일이지, 세금을 투입해 ‘공대고시’를 만들어 운영할 것은 아니다. 로스쿨 등록금이 다소 높은 것이 문제가 된다면 카이스트나 사법연수원처럼 국가 세금을 지원할 일이다. 로스쿨에 필요한 것은 우회로가 아니라 입학전형의 개선과 취약계층을 위한 등록금·생활비의 추가 지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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