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윤동한 회장, 본받고 싶은 리더”
R&Dㆍ영업 효율화 꾸준히 추진
“영업익 증가...경영 악화는 오해”

콜마그룹이 오너가 ‘남매 갈등’으로 시끄러운 가운데 그동안 여론에 거의 노출되지 않았던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콜마BNH) 대표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장남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창업주 윤동한 회장이 딸인 윤 대표의 손을 들어주면서 그 배경에도 이목이 더 쏠리고 있다.
국내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제조자개발생산(ODM) 1위 기업 콜마비앤에이치를 이끄는 윤 대표는 콜마그룹 주요 계열사에서 많은 경력을 보유했지만, 그동안 묵묵히 실무에 집중해왔다. 오빠 윤 부회장이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상대적으로 경영자다운 면모가 가려진 부분도 크다.
윤 대표는 8일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중국, 미국, 유럽 등 해외 전시에 참여하고 거래처 영업과 매주 공장 방문 등 실무를 챙기느라 대외활동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며 “올해부터는 대외 활동도 본격적으로 하려고 한다”고 의욕적으로 말했다.
2001년 한국콜마 마케팅팀 주임으로 입사한 윤 대표는 콜마그룹에 25년 몸담은 ‘콜마맨’이다. 대리, 과장 등 직책을 거치면서 마케팅팀, 기획팀에서 경영 실무를 익힌 후 2014년 마케팅본부 상무이사, 2016년 마케팅전략본부 전무이사까지 승진하며 역할을 확대해 왔다. 윤 대표는 그간의 이력에 대해 “충분한 현장 경험을 쌓은 후에 비로소 경영할 수 있다는 윤동한 회장의 경영철학을 따라왔다”고 설명했다.
콜마비앤에이치에서는 자회사(에치엔지) 대표이사를 역임 후 콜마비앤에이치 기획관리 총괄부사장을 거쳐 대표이사에 올랐다. 지난해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돼 올해로 수장 2년 차를 맞았다. 그동안 오너 경영인이자 단독 대표로서 신속한 의사결정과 책임경영을 통해 회사의 중장기적 성장 동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해왔다.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기록하는 등 고무적인 성과도 냈다.
윤 대표는 아버지 윤 회장의 영향을 많이 받은 딸이자 창업주 철학을 항상 가슴에 새기며 행동하는 경영자다. 윤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회장님이 회사를 일구어가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자연스럽게 기업 경영에 관한 관심과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며 “언제나 ‘성실한 삶’의 가치를 강조하셨고, ‘역지사지’ 태도와 오만함을 경계하는 자세, 창의성과 솔선수범의 중요성을 늘 말씀해주셨다”고 말했다.
윤 대표에게 아버지는 가장 든든한 멘토이자 기업을 이끄는 데 있어 가장 본받고 싶은 리더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균형감각과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유연함이야말로 기업 경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덕목임을 어릴 적부터 아버지를 통해 자연스럽게 배우고 익혔다. 콜마비앤에이치 경영에도 창업주의 노하우를 적용, 윤 대표는 세종3공장에 대한 선제적 투자, 글로벌 기준 품질 생산 역량 강화를 통한 해외 공략 등에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다.
윤 회장이 줄곧 강조해온 경영철학 ‘우보천리’는 윤 대표가 매일 경영에 임할 때 새기는 것이다. ‘소걸음으로 천 리를 간다’는 뜻으로, 100년 기업을 향한 기술경영 토대를 우직하게 쌓겠다는 뜻이 녹아 있다. 윤 대표가 해마다 많은 비용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무너지지 않는 기술경영 토대 위에 ‘좋은 사람이 오래 머무는 기업’이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윤 대표는 “올해 창립 21주년을 맞은 콜마비앤에이치는 사람으로 치면 이제 막 성인이 돼 성숙하지 않은 상태”라며 “단기적 성과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중심의 ‘유기농 경영’을 바탕으로 인재들과 함께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고,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그는 최근 오빠 윤 부회장이 이끄는 콜마홀딩스 측의 사실상의 경영 간섭에 더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 콜마홀딩스는 콜마비앤에이치의 실적 부진을 이유로 이사회 개편 등을 요구하고 있다. 콜마비앤에이치는 최근 수 년간 원료 포트폴리오 혁신, R&D 인프라 강화, 생산·영업·SCM의 전반적 효율화 등을 추진하며 꾸준한 체질 개선 중이다. 특히 올해는 4월 영업이익이 1분기 전체 이익을 한 달 만에 달성했고, 5월 영업이익도 증가세가 가팔라 본격적인 수익성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윤 대표는 “글로벌 건기식 1위 ODM 기업으로 도약하는 중요한 시점에 이런 유감스러운 상황이 발생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콜마홀딩스가 주장하는 경영 악화 등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지난해 최대 매출을 내는 등의 기록을 가진 저에게 실적 부진을 이유로 퇴사를 종용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콜마그룹 경영권 분쟁 관련 사안은 법적 소송이 진행 중이다.
윤 대표는 빠르게 경영 안정을 되찾고 건기식 시장에서 많은 ‘최초’ 기록을 남겨온 콜마비앤에이치를 글로벌 건기식 ODM 1위 기업으로 세우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국산 천연물 기반의 원료 경쟁력, 세종 3공장의 글로벌 생산 허브화, 맞춤형 제품 전략이 핵심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윤 대표는 “윤 회장님께서 ‘기업은 이익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온 바 있다”며 “독보적 기술력과 품질로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