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성의 K-방산 인사이트] ‘한국형 국방혁신단’ 설립 절실하다

입력 2025-07-07 19:47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한국방위산업학회 회장ㆍ국립창원대 교수

2025년 7월 8일, ‘제1회 방위산업의 날’ 국제학술행사가 열렸다. 국내외 방산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 행사에서 가장 주목을 끈 인사는 미국 국무부 마이클 J. 바카로 방산수출통제 부차관보와 함께 방한한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혁신단(DIU: Defense Innovation Unit)의 글로벌 협력 총괄 브라이언 윌슨이었다. DIU 관계자의 이번 방한은 이 기관이 설립된 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공식 방문한 사례이며, 단순한 외교적 방문 이상의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DIU는 2015년 오바마 행정부 시기 실리콘밸리에 ‘DIUx’라는 이름의 실험적 조직으로 출범했다. 이후 2016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고, 2018년 국방부 내 정식 부서로 편입되어 지금의 형태를 갖추었다. DIU의 설립 목적은 분명했다. 민간 기술 생태계, 특히 스타트업과 빅테크 기업이 보유한 첨단 기술을 군에 신속하게 적용하는 것, 즉 ‘상업 속도(commercial speed)’로 군의 혁신을 실현하는 것이었다.

민간기술의 신속한 軍 접목 필요해

이를 위해 DIU는 기존 군의 복잡한 무기획득 절차를 우회하는 별도의 계약 체계를 만들었다. 시제품 수준에서의 빠른 시험평가와 적용(평균 12~24개월 내)이 가능하도록 만든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방산 분야의 전통 기업뿐 아니라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들도 국방 과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별도의 생태계를 만들었다.

DIU는 단순히 국방부의 중간 조직이 아니다. 새로운 산업 지형을 창출한 주체다. 대표적 사례가 팔란티어(Palantir)와 안두릴(Anduril Industries)이다. 팔란티어는 미군 정보분석 시스템에 자사의 데이터 플랫폼을 공급하면서 국방 및 정보 시장에서 급성장했다. 현재 시가총액은 약 3000억 달러(약 408조 원)로, 전통 방산기업 록히드마틴(약 1090억 달러)의 2.8배에 달한다. 안두릴은 자율 드론과 감시 시스템을 개발하는 회사로, DIU의 조기 채택과 자금 지원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창업자 팔머 러키는 오큘러스를 페이스북에 매각한 인물로, DIU는 이 민간 혁신가의 군 진출을 실현한 구조적 기반이었다. DIU는 이 외에도 2016년부터 2022년까지 360건 이상의 비전통적 계약 방식을 통해 260개가 넘는 민간 기업과 협력하며, 미 국방부 전체의 획득 프로세스 자체에 구조적 도전을 던졌다. 이로 인해 록히드마틴, 보잉 등 기존 방산 거대기업 중심의 산업 생태계에 ‘민간 기술 중심’의 이중 트랙이 형성되었다.

군, 기술생태계 수요자 아닌 리더 돼야

한국방위산업학회 회장인 필자는 이번 행사를 주관하면서 DIU의 한국 방문을 단순한 초청으로 기획한 것이 아니었다. 한국 국방 기술 생태계에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주고 싶었다. 한국에도 국방과학연구소 부설 민군협력진흥원과 국방신속획득기술연구원, KAIST 문지캠퍼스 내 육군 미래혁신연구센터 등 민간기술의 군 유입을 위한 관련 기관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들 조직은 민간 스타트업과의 실질적 기술 접점이나 신속한 전력화 실행에 있어 성과 기반 구조나 민간 기술 유입의 문턱을 낮추는 실질적 메커니즘은 미약하다.

단순히 유사해 보이는 조직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역할이 수행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이제는 국내 이들 기관들이 실제로 어떤 성과를 냈는지 면밀히 점검하고, 한계를 직시한 뒤 구조적 정비를 통해 ‘운동화 끈을 다시 매는’ 각오로 혁신을 준비해야 할 때다. DIU가 보여주었듯이, 정부가 초기 위험을 감수하고 민간의 혁신을 과감히 받아들여, ‘계약→시험평가→채택→확산’으로 이어지는 명확한 실행 구조를 갖춘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 단지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이 제도 안에서 작동하도록 만드는 구조가 중요하다. 이는 국방의 영역을 넘어, 국가 전체의 기술·산업 전략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DIU의 첫 한국 방문은 K-방산의 위상을 대외적으로 확인시켜 준 동시에, 우리가 어떻게 혁신을 흡수하고 제도화할 것인가에 대한 본질적 물음을 던진다. 민간 기술이 가장 빠르게 진화하는 시대에 군은 기술의 최종 수요자에 머물 것이 아니라, 기술 생태계의 리더가 되어야 한다. 미국은 DIU를 통해 이를 실현하고 있고, 우리는 이제 그것이 가능하다는 모델을 직접 목격한 셈이다. ‘한국형 DIU’의 필요성은 더 이상 담론이 아니라 실행의 문제임을 강조하고 싶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쯔양·닥터프렌즈·닥터딩요와 함께하는 국내 최초 계란 축제 '에그테크코리아 2025' 개최
  • 달러가 움직이면 닭이 화내는 이유?…계란값이 알려준 진실 [에그리씽]
  • 정국ㆍ윈터, 열애설 정황 급속 확산 중⋯소속사는 '침묵'
  • ‘위례선 트램’ 개통 예정에 분양 시장 ‘들썩’...신규 철도 수혜지 어디?
  • 이재명 대통령 직무 긍정평가 62%…취임 6개월 차 역대 세 번째[한국갤럽]
  • 겨울 연금송 올해도…첫눈·크리스마스니까·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해시태그]
  • 대통령실 "정부·ARM MOU 체결…반도체 설계 인력 1400명 양성" [종합]
  • ‘불수능’서 만점 받은 왕정건 군 “요령 없이 매일 공부했어요”
  • 오늘의 상승종목

  • 12.05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4,520,000
    • -2.36%
    • 이더리움
    • 4,610,000
    • -2.5%
    • 비트코인 캐시
    • 855,000
    • -0.58%
    • 리플
    • 3,075
    • -3.21%
    • 솔라나
    • 201,100
    • -5.36%
    • 에이다
    • 633
    • -4.24%
    • 트론
    • 425
    • +1.19%
    • 스텔라루멘
    • 370
    • -1.07%
    • 비트코인에스브이
    • 30,700
    • -1.29%
    • 체인링크
    • 20,560
    • -3.75%
    • 샌드박스
    • 215
    • -4.44%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