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최저임금 ‘생산성 내 인상’이 합리적

입력 2025-07-07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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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택 경제칼럼니스트

여러 가지 경제문제 중에서 최저임금만큼 논란이 많은 주제는 흔하지 않은 것 같다. 논란이 많은 만큼 합의하기도 어렵다. 지난 3일에도 최저임금위원회 9번째 회의에서 노사가 내년도 최저임금 6차 수정안까지 제출했지만 합의하지 못했다. 노동계는 올해보다 9.9% 오른 1만1020원을, 경영계는 1.2% 오른 1만150원을 제시했다. 이제 격차는 1470원(1차)에서 870원(6차 수정안)으로 좁혀졌지만 최종 합의는 여전히 쉽지 않다.

합의가 어려운 데는 최저임금에 대한 올바른 이해의 부족이나 논란에서 비롯된다. 대개 최저임금은 일자리를 위협하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런지 하나씩 살펴보자. 먼저 최저임금은 일자리를 위협한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지난 2일 소상공인연합회는 특별담화문을 발표하면서, 최저임금의 과도한 상승으로 고용주가 감당하지 못하는 임금은 고용 자체를 파괴한다며 인상 압박은 결국 더 많은 사람을 해고하고, 더 많은 가게를 닫으라는 말과 다름없다고 한다.

지나친 인건비 상승은 인플레 유발

이론적으로 최저임금은 고용을 줄이고 실업률을 높이거나 최소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막는다고 한다. 물론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부 한계기업이나 한계에 부닥친 소상공인이 더 이상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결과적으로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일부 사례에서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고용을 확대하기가 어렵다는 이론적 주장이 실증적으로 입증되기도 했다.

그러나 금방 이해가 가고 손쉬운 논리이지만 조금만 더 깊이 들어가면 사실과 다른 부분도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1988년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이후 최저임금 인상과 실업률 상승 사이의 직접적 상관관계는 약하다는 연구 결과가 우세하다. 오히려 실업 증가의 주요 원인은 경제위기나 경기침체였다는 견해가 학계에선 다수이다. 특히 카드(Card)와 크루거(Krueger) 등 저명한 경제학자는 “일반적인 수준 내 인상에서는 실업률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라고 실증적으로 밝히고 있다. 하지만 생산성 향상 이상의 임금 인상은 실업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여기서 문제는 “일반적인 수준 내 인상”이다. 일반적인 수준이란 기업이나 소상공인 업계의 생산성 향상에 상응하는 수준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하라는 말이다. 이미 100만 명 이상의 소상공인들이 코로나 때보다 힘든 역대급 경제위기에 처해 폐업하고 있다. 여기에 최저임금을 생산성보다 과하게 인상하게 되면 과다한 부채로 신음하는 소상공인들은 생존의 위협에 처하게 될 터이다. 또한 과다한 부채와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들이 줄줄이 폐업하게 되면 소상공업계에서 시작되는 경제위기가 고용 감소, 소비 붕괴로 이어질 수 있으며, 결국 국가가 걷을 수 있는 세금도 감소하게 될 것이다.

두 번째로 자주 거론되는 논란은 최저임금이 물가 인상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이 물가를 상승시키고 임금 상승-물가 상승이라는 악순환을 촉발한다고 한다. 실제로 일부 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은 인건비 상승으로 가격을 인상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요식업이나 소매업에서 이러한 가격 전가 현상이 나타나곤 하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이다. 이때도 중요한 조건은 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생산성 향상만큼 인건비를 올려야 한다는 점이다. 생산성을 뛰어넘는 인건비 상승은 결국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게 마련이다.

경기침체기 … 中企 지불능력 고려를

조만간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것이다. 기업과 중소상공인들은 에너지 및 식료품 가격 급등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물가가 빠르게 오르면서 기업들의 임금 지급 부담도 급격히 늘었고, 특히 중소기업과 서비스업에서 인건비 부담이 커졌다. 소상공인들은 추가적인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더구나 우리 경제는 경기침체에 가까운 낮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경기 불황기에 최저임금을 크게 올리면 고용이 줄어들고, 특히 저임금 일자리가 사라질 위험이 커진다는 우려가 있다. 결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회복의 시간과 반전의 모멘텀을 제공하려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생산성과 지불능력을 고려한 수준의 최저임금이 필요하다.

특히 이번 결정되는 최저임금은 이재명 정부가 진짜 실용주의를 추구하는 정부인지를 보여주는 리트머스 용지라 할 수 있다. 참고로 리트머스 용지는 산성 용액에 담그면 빨갛게 변하고, 염기성 용액에 담그면 파랗게 변한다. 과연 이번에 결정되는 최저임금은 빨갛게 변할까? 아니면 파랗게 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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