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만화가 타츠키 료가 발표한 예지몽 만화 ‘내가 본 미래’에 등장한 ‘7월 5일 대지진’ 예언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일본 사회에 긴장감이 퍼지고 있다. 해당 만화는 동일본 대지진을 예견한 작품으로 주목받았고 이후 2021년 발간된 완전판에서는 “2025년 7월 5일 새벽 4시 18분, 동일본 대지진의 3배에 달하는 거대 쓰나미가 발생한다”는 내용이 삽입됐다.
이 예언은 최근 규슈 가고시마현 도카라 열도 인근에서 1000회 가까운 지진이 열흘 넘게 이어지면서 더 화제가 됐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3일에도 가고시마현 남서쪽 해역과 도시마무라 인근에서 규모 5.0~5.5의 지진이 잇따라 발생했다. 같은 날 도카라 열도 주변에서는 단 두 시간 동안 20여 차례의 소규모 지진이 관측되기도 했다.
도카라 열도는 소규모 지진이 잦은 지역이지만 진도 1 이상의 지진이 이처럼 집중적으로 발생한 사례는 드물다. 이에 따라 일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도카라 열도 지진이 대지진의 전조라는 일명 ‘도카라 법칙’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선을 긋고 있으나 루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일본 기상청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난카이 해곡 대지진과의 연관성을 일축하며 “지진의 시기나 장소를 특정해 예측하는 것은 현재 과학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예언의 당사자인 작가 다츠키도 최근 “꿈꾼 날짜가 반드시 현실화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불안은 확산되고 있다. 일부 유튜브 채널은 7월 5일 새벽 4시 18분을 기준으로 한 카운트다운 영상을 제작했고 편의점 및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생수, 비상식량, 휴대용 배터리 등 방재용품이 품절되는 사례도 벌어졌다.
일본 정부는 1일 중앙방재회의를 통해 ‘난카이 해곡 지진 방재대책 추진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향후 10년 내 사망자 수를 80%, 건물 파손 수를 50%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14년에도 같은 목표를 세웠지만 10년간의 추진 결과는 20% 수준에 그쳤다. 정부는 목표 달성을 위해 피난소 내진화, 방재시설 정비, 목조주택 밀집지역 해소 등의 중점 시책을 48개에서 205개로 확대했다.
올해 3월 일본 정부가 발표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난카이 해곡에서 초대형 지진이 발생할 경우 사망자는 최대 29만8000명, 붕괴 또는 전소되는 건물 수는 235만 채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발생 확률은 30년 내 80%로 예측됐다.
이 같은 우려는 관광 수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홍콩의 저비용 항공사인 그레이터베이항공은 수요 감소를 이유로 일부 일본 노선 운항을 중단했고 일부 한국 여행 플랫폼에서는 일본행 항공권과 여행 패키지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20% 가까이 줄었다. 노무라증권은 괴담성 루머로 인한 관광 피해가 약 5600억 엔(약 5조2680억 원)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