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첫날 국회 사랑재에서 야당 대표들과 비빔밥을 나눠 먹은 지 꼭 한 달이 지났다. 취임부터 비상계엄까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야당 배제’ 행보를 의식해온 그는 "적대와 전쟁과 같은 정치가 아니라 서로 대화하고 실질적으로 경쟁하는 정치가 되기를 바란다”며 야당과의 첫 모임 메시지로 비빔밥이 은유하는 ‘통합’을 언급했다.
“계모임, 동호회 회장이든 대통령이든 그가 해야 할 제일 중요한 일은 그 모임이 깨지게 않게 하는 것이다.” 올해 초 신년 기자 간담회부터 조기대선 유세 국면까지 이 대통령이 여러 차례 강조했던 ‘계모임 통합론’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이 대통령은 “계모임에서 A집단을 대표해서 B집단 후보를 꺾고 계주가 된다해도 자기를 지지했든 아니든 똑같이 대해야 한다”며 통합의 기반이 ‘협치’에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집권을 하면 핵심적인 책무인 통합과 포용으로 전체를 책임져야 한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은 극단적 소수의 길을 갔다”고 짚었다.
집권 한 달 사이 국회내 풍경은 대립과 협치 그 사이 어딘가를 비추고 있다.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이 종합정책질의를 하루만 진행하겠다고 통보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입법 독주를 넘어 예산 독재"라며 집단 퇴장, 오전 질의가 파행했다. 이후 여야는 ‘이틀 질의’로 합의를 이뤘다. 법제사법위원장 등 상임위원장 선출을 둘러싼 충돌, 30조원 규모 추경안을 둘러싼 갈등도 협치 보다는 대립에 가까운 모습을 띠고 있다. 협치를 강조한 대통령의 메시지와 달리 여야 간 소통 부재가 드러난 모습이다.
정치권에선 협치를 강조하는 이재명 정부와, ‘민생 방해 세력과의 전면전’을 선언한 뒤 국회 내 강경 드라이브를 지속하는 민주당의 투트랙 전략이 협치를 가로막는 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권 직후 민주당 내부에서도 "대화와 타협의 공간을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비상계엄 이후 정치권의 대립이 심화되면서 일상적인 소통마저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 새로운 소통 재개 아이디어를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여야가 '쟁점별 2+2 회동'을 통해 상법 개정안에 합의한 것은 협치의 가능성을 보여준 긍정적 신호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일회성에 그치지 않으려면 보다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추경·인사·상임위 배분 등 난제에 대해 상시적 대화 채널을 가동하는 한편, 노란봉투법, 농업4법 등 쟁점 법안들에 대해서도 여야 간사 간 실무 협의가 필요하다.
"법을 한 정당이 만들면 그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시민은 그 법의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한 정치학자의 지적처럼, 협치는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소다. 여야가 함께 만든 법과 정책이어야 국민적 수용성도 높아진다. 민주당 내에서도 여전히 하반기 국회에서 "상임위 구성이 바뀌면 새로운 관계 설정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비빔밥은 여러 재료가 어우러져야 제 맛이 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