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장마 이어 폭염, 다음 차례는 태풍? [해시태그]

입력 2025-07-0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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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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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못 잤어요.

장마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얼마 전 들려온 거 같은데…웬일인지 비는 실종 상태입니다. 우산 대신 휴대용 선풍기와 양산을 챙기게 되는 요즘. 비는커녕 밤잠조차 설치게 하는 초열대야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중부를 찍고 남부로 내려가던 정체전선은 예년 흐름을 버리고 북쪽으로 올라가 버렸는데요. 그러면서 장마전선 없는 장마 기간이 되며 ‘찜통’ 속에 갇혀버렸습니다. 장마전선의 빈자리를 차지한 건 바로 북태평양고기압인데요. 남서쪽에서 확장해 올라온 이 무더운 공기 덩어리가 덥고 습한 기운까지 밀어 넣으며 ‘여름 1막’ 장막에 이어 ‘2막’ 폭염이 개봉한 거죠.


(신태현 기자 holjjak@)
(신태현 기자 holjjak@)


더위는 이미 6월부터 남달랐는데요. 부산은 지난달 30일 일평균 기온이 26.2도를 기록하며 1904년 관측 이래 가장 더운 6월 하루로 기록됐습니다. 대구는 30.7도로 1907년 이래 가장 높은 6월 평균 기온을 나타냈죠. 강릉(31.9도), 전주(29.5도), 포항(31.6도), 문경(28.1도) 등 전국 59개 기상관측소에서 지난달 28~30일 사이 6월 일평균 기온 최고 기록이 새로 쓰였는데요. 서울 역시 지난달 30일 일 최저기온이 25.6도로 6월 기준 역대 2위를 기록했습니다.

열대야 현상도 빠르게 확산 중인데요. 열대야는 밤사이 기온이 25도 이상으로 유지되는 현상으로 30도 이상일 경우 ‘초열대야’로 불립니다. 1일 강원 강릉은 밤 최저기온이 30.3도에 달하며 이틀 연속 초열대야가 나타났는데요. 삼척(28.2도), 양양(27.7도), 동해(26.4도), 속초(26.2도), 고성(25.9도)도 열대야 기준을 웃돌았죠. 내륙인 철원도 25.3도를 기록했고 춘천(24.4도)과 원주(24.8도)도 근접한 수치를 보이면서 올해 폭염에 대한 두려움이 몰려왔는데요.


(조현호 기자 hyunho@)
(조현호 기자 hyunho@)


이 폭염과 열대야는 최근 정말 심상치 않습니다. 2일 기상청 발표자료에 따르면 1970년대 평균 8.3일이었던 폭염 일수는 2010년대 14.0일, 2020년대 16.7일로 증가했는데요. 열대야도 같은 기간 4.2일에서 9.0일, 12.9일로 늘었죠. 각각 1.7배, 2.1배의 증가 폭입니다. 특히 열대야 일수는 2024년 24.5일로, 2위인 1994년(16.8일)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는데요. 같은 해 폭염일수도 30.1일로, 2018년(31.0일)에 이어 역대 2위를 기록했습니다. 이 기록적인 열대야가 올해도 이어질 조짐이죠.

그렇다면 왜 장마 기간에 이런 폭염과 열대야가 지속되는 걸까요? 기상청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는 남서쪽에서 확장한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덥고 습한 공기가 계속 유입되고 있습니다. 장맛비를 부르는 정체전선이 한반도 북쪽으로 밀려 올라가면서 실질적인 장마의 효과 없이 한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중인 거죠. 이번 주까지는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한반도에 계속해서 뜨거운 바람이 유입되면서 현재 기압계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여기서 또 이 북태평양고기압은 커진 건지에 대한 의문이 들죠. 이 고기압의 연료는 따로 있는데요. 바로 필리핀 동쪽 해상에서 꿈틀대는 ‘열대 요란’입니다. 그러니까 태풍이 되기 직전 단계의 비구름 덩어리들이 강한 수증기를 밀어 올린 거죠.


(신태현 기자 holjjak@)
(신태현 기자 holjjak@)


이 수증기가 북태평양고기압에 연료처럼 작용하면서 고기압은 더 빨리, 더 강하게, 그리고 더 넓게 확장된 건데요. 결국 장맛비를 밀어낸 것도 밤잠 설치게 하는 무더위를 만든 것도 따지고 보면 저 먼 남쪽 바다에서 올라온 공기 흐름 덕분(?)입니다.

어찌 보면 ‘여름 3막’ 태풍이 2막 폭염을 부추겨 준건데요. 대략 6월 하순부터 7월 중순께까지 이어지는 장마와 7월부터 8월께까지 기승을 부리는 무더위, 그리고 7월 하순부터 9월께까지 발생과 경로가 촉각을 곤두서게 하는 태풍까지 이 모든 여름의 주인공들이 만들어낸 현재 한반도 상황입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장마와 폭염이 찾아왔으니 그렇다면 이제 태풍을 대비해야 할 때가 온 걸까요? 태풍의 씨앗이라 불리는 열대요란이 만들어낸 폭염을 겪고 있자니 또 다른 불안감이 몰려오죠.

가이 카펜더의 ‘2025년 서태평양 태풍 전망 보고서’를 살펴보면 올해 태풍은 평년 수준으로 예상되는데요. 올해는 짧고 약한 라니냐 이후 ‘ENSO(엘니뇨-라니냐)’ 중립기입니다. 머신러닝 기반 예측 모델에 따르면 동북아시아의 태풍상륙수는 평년보다 적을 전망인데요. 1991년부터 2020년까지 평균 태풍상륙수는 6.3개였지만, 올해 전망치는 2~4개에 그칠 것으로 보이죠. 하지만 이 말이 안심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적게 온다’는 것과 ‘안 온다’는 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죠.

과거 중립기였던 해의 사례와 비교해보면 동남아시아는 태풍 상륙수가 많았지만 동북아시아는 상륙수가 적었는데요. 다만 엘니뇨일 때는 태풍이 많고 라니냐일 땐 태풍이 적다는 특징이 선명한 반면 중립일때는 두 양상이 혼합된 형태로 예측 난이도가 상승하면서 그저 ‘전망치’가 될 가능성도 크죠. 한마디로 ‘전형적인 해’보다 변수가 많고 단기 집중성 호우 등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겁니다.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현재까지 올해 태풍은 총 2개가 발달했는데요. 1호 태풍 ‘우딥’은 필리핀과 베트남을 거쳐 중국 남부를 관통했고 2호 태풍 ‘스팟’은 일본 혼슈 남쪽 해상에서 발생한 후 열대저압부로 소멸했습니다. 3호 태풍 후보 ‘문’은 지난달 27일 필리핀 동쪽 해상에서 발생했고, 4호 태풍 후보 ‘다나스’는 ‘문’이 필리핀 서쪽에서 먼저 태풍화되면 뒤따라 형성될 가능성이 있죠.

‘문’이 발달해 북상할 경우 북서진하면 중국으로 정북진하면 한국으로 북동진하면 일본행이 됩니다. 어느 방향으로 향하느냐에 따라 한반도 영향 범위도 달라지는데요. 아직은 예비후보지만 ‘문’과 ‘다나스’의 발달 여부와 북상 여부에 따라 여름 하늘이 순식간에 뒤집힐 수도 있습니다.

장마는 주춤하고 폭염이 시작된 2025년 여름. 태풍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씨앗’들이 생성된 만큼 이제는 그들을 지켜봐야 할 때죠. 부디 다음 주인공은 별다른 ‘이슈’를 만들어내지 않길 바라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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