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G “이번 개편은 1차 최적화…추가적 구조조정 필요”
고부가 전환 및 정유사 협업 가능성 제시돼
공정거래법·세제지원 등 정책적 지원 요구도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조정이 단순한 설비 감축에 머무르지 않고, 고부가 제품 중심의 사업 전환과 타 산업과의 협업까지 고려한 중장기 전략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요구다.
김지훈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대표파트너는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회 국회 미래산업포럼’에서 “범용 시장에서 원가 경쟁력을 갖춘 중국 업체들과 경쟁하는 건 쉽지 않다”며 “결국 범용 수출 물량을 줄이고, 다운스트림 부문에서도 생존 경쟁력을 가진 자산만 선별해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파트너는 “고부가 제품은 남기고, 역내에서 중국 업체들이 높은 품질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일부 범용 제품에서도 수출 기회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운스트림 생산이 줄면 업스트림에서 나프타 크래커(NCC)를 풀가동할 수 없다”며 “경쟁력이 낮은 설비부터 최적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NCC 가동률은 70% 중반 수준까지 하락해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있다.
그는 설비 최적화가 ‘1차 구조 개편’에 불과하며, 이후에도 추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봤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20~30년간 석유화학 구조조정을 진행한 일본 역시 세 차례에 걸쳐 나프타 크래커 설비 감축,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의 사업 전환을 추진했다.
김 파트너는 “지금 스페셜티라고 불리는 제품도 내일이면 범용화될 수밖에 없고, 중국의 기술력도 빠르게 올라오고 있는 만큼 지속적으로 최적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크래커 간 협업을 통해서 1차적인 최적화를 추진하고, 장기적으로는 원료 조달 경쟁력을 위한 정유사와의 전략적 연계를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표에서는 국내 주요 산업단지의 구조적 한계도 짚었다. 여수산단은 합작법인(JV) 중심 구조 탓에 기업 간 협업이 어렵고, 울산은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가 공급 과잉을 심화할 수 있다. 대산은 정유사와 크래커 간 연계 가능성은 있으나 인프라 부족 문제가 지목됐다.
김 파트너는 “우리나라 산단은 산업용 전기요금이 높고, 에탄 수입에 대한 규제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측면에서 산단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며 “업체 간 공동행위 인가나 기업결합 심사 완화, 설비 합리화나 신규 투자 시 세제 혜택 등도 일정 부분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구조조정 방안과 정부 역할에 대한 업계의 현실적인 요구들이 제기됐다.
김상민 LG화학 석유화학본부장은 “석유화학 업체 간 수평적 통합의 경우 나프타 경쟁력 개선 효과가 미미하고, 설비 합리화에 따른 비용 절감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정유사와의 우선 통합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며 “국내 공급 과잉을 악화하는 신규 투자의 가동 중지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엄찬왕 한국화학산업협회 부회장은 “공정거래법은 사후적 법체계인 만큼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사전에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기업들이 충분히 사업 재편을 논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설비 양수도나 폐기에 대한 재무적 지원과 함께 투자 여력이 없는 기업 상황을 고려해 고부가·친환경 기술의 신성장원천기술 또는 국가전략기술 격상을 통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