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실적으로 증명한 'AI 반도체 리더'
'AI가 사업 중심축'…SK식 생태계 전략 본격화

SK그룹이 인공지능(AI)을 미래 산업의 ‘큰 축’으로 삼고, 이를 뒷받침할 반도체와 데이터센터를 핵심 실행축으로 내세우며 신성장 동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진 대외 경영 환경 속에서도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해 ‘AI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는 전략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AI에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지속가능한 생존이 달려 있다”며 그룹 차원의 전략 전환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달 착공한 울산 AI 데이터센터는 SK의 미래 전략을 상징하는 핵심 인프라로 평가받는다. SK는 반도체·에너지·통신 역량을 집약해 고성능·고효율·친환경 3박자를 갖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SK 관계자는 “그룹 전반의 AI 기술과 솔루션을 융합해 단순한 전산 인프라가 아닌 ‘AI 혁신 허브’로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울산 데이터센터 구축에는 반도체(SK하이닉스), ICT(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SK AX), 에너지(SK가스, SK멀티유틸리티) 등 SK그룹의 모든 역량이 결집될 예정이다. 반도체를 설계·생산하고, 이를 기반으로 데이터센터를 구축한 뒤, 그 위에서 작동하는 AI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구조다.

특히 SK하이닉스는 그룹 AI 전략의 선봉에 있다. SK하이닉스는 HBM3E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는 등 AI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 강자’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업계에선 SK하이닉스가 2025년 AI용 메모리 시장에서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데이터 전송 병목을 줄이는 차세대 인터페이스 기술(CXL) 대응 메모리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 리더십은 실적 전망에서도 가시화되고 있다. 증권가가 예상하는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익은 9조 원 안팎이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익 8조828억 원 달성 이후 2개 분기 만에 사상 최대 실적을 다시 쓰는 셈이다.
이미 지난해 SK하이닉스는 23조 원의 영업이익으로 전체 그룹 영업이익의 80% 가까이 책임졌다. AI 반도체가 SK그룹 전체를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SK가 추진 중인 AI 데이터센터 및 서비스 사업과 HBM 중심 메모리 사업이 맞물리며 그룹의 AI 생태계 전략에서 SK하이닉스의 역할은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SK그룹은 AI를 단순한 기술이 아닌 사업의 중심축으로 삼고 있다. SK텔레콤은 ‘AI 컴퍼니’로의 전환을 공식 선언하며 음성인식, 챗봇, 네트워크 자동화 기술을 고도화 중이다. SK AX(옛 SK C&C)는 산업 맞춤형 AI 솔루션을 개발해 제조·금융 고객과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5월 사명을 바꾸고 그룹 차원의 AI 전환 전략 선봉에 섰다. SK하이닉스에서 제조 인프라 경험을 쌓은 인사를 영입하며 사업 전문성도 끌어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SK는 반도체·에너지·통신이라는 인프라 3대 축을 모두 보유한 드문 기업으로, 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한다면 글로벌 AI 시장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가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