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K주식 vs 美주식' 밸류업의 차이

입력 2025-07-01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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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수 자본시장부장. 조현호 기자 hyunho@
▲임정수 자본시장부장. 조현호 기자 hyunho@

최근의 한국(K) 주식 상승 동력과 미국 주식의 상승 배경은 사뭇 다르다. 투자자들이 돈을 주식시장에 투입하도록 만드는 설득 논리(에쿼티 스토리)의 내용에 차이가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새 정부의 상법 개정과 기업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코스피 ‘삼천피’를 만들었다. 장기간 주가 저평가 배경으로 지목된 기업들의 후진적 지배구조와 낮은 주주환원율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탄핵 정국으로 잠자고 있던 주가를 밀어 올렸다. 투자자들은 배당성향이 올라가고 무분별한 분리 상장이나 유상증자를 통한 신주 발행 등이 제한되면 K주식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3000을 넘어서는 과정에서 금융지주사, 대기업 계열 지주회사, 증권업종 등의 주가가 많이 오른 것이 이를 방증한다.

반면, 미국의 주가 상승은 기술 패권이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요 기술 기업들이 인공지능(AI)이나 로봇 등의 미래 먹거리 분야에서 기술 우위를 유지하면서 세계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주가 상승의 핵심 에너지다. K주식 상승이 시장구조 개선에 따른 저평가 해소의 측면이 강하다면 미국 주식은 기술 기업의 장기 성장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확신을 반영하고 있다. 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의 주요 투자처가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 빅데이터, 우주, 전기차, 시스템반도체 등 최첨단 기술 기업들이라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최근 민주당 금융 자본시장위원회 위원으로 발탁돼 관련 정책을 논의해 온 한 인사가 전직 증권사와 운용사 사장들을 만나 나눈 이야기를 SNS에 올렸다. 모두 40년 가까이 자본시장과 기업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이들인데 우리나라 기업 지배구조와 주주 자본주의에 대한 생각이 모두 같았다고 했다. ROE를 중시하는 미국식 주주 자본주의를 그대로 한국 시장에 이식하면 상당한 부작용이 따를 것이라는 데 모두 동의했다는 요지의 글이다. 그는 제조업 강국이던 미국과 영국도 ROE 중시 경영, 일명 ‘산업의 재무화’ 논리가 파고들면서 제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ROE를 중시하는 시장 분위기에서는 단기적인 수익성 지표가 기업 경영의 최우선 목표가 된다. ROE 자체가 경영자의 핵심성과지표(KPI)가 되면 신(新)사업 투자가 활발하게 일어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투자는 새로운 사업의 규모가 클수록 초기 비용이 많이 들고, 수익 실현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이런 투자는 대부분 재무적 손실을 감수하면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지배주주(오너)나 경영자의 결단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대규모 투자를 기존 대기업에 기댈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산업 및 지배구조에서는 더욱 그렇다. 미국처럼 전 세계의 자본이 모여 신사업에 대한 벤처투자가 활발히 일어나고, 신생 기업도 미래 지향적 기술과 사업성만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투자 환경을 우리는 갖추지 못했다. 우리는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치열한 글로벌 경쟁의 중간에 서 있다. 과감한 도전이 필요한 시기에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이 자칫 우리의 발등을 스스로 찍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영국이 산업의 재무화로 제조업을 잃고 쇠락의 길을 걸은 것처럼.

‘저평가 해소 vs 기업의 미래 성장 동력’. 어느 쪽이 더 양질의 기업가치 밸류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 두 가지가 서로 배치된다면 정부 정책은 어느 쪽에 더 무게중심을 둬야할 것인가. 대토론이 필요한 일에 정부와 여당이 너무 속도를 내는 것은 아닌지 곱씹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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