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주 금요일, 박태형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지점장은 고객들을 향한 짧은 편지를 쓴다. 편지에는 시황 브리핑도, 투자 정보도 없다. 대신 삶에 대한 짧은 인용문, 시(詩), 혹은 따뜻한 문장들이 담겨 있다.
진정한 프라이빗 뱅커(PB)는 고객의 단순한 자산 증식뿐만 아니라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을 함께 나누는 평생의 파트너가 돼야 한다는 믿음 아래, 박 지점장이 20년 넘게 이어온 '감성 소통' 방식이다.
1998년 뱅커로서 첫발을 내디딘 박 지점장은 2001년 본격적으로 PB 업무를 시작했다. 25년 가까이 PB로 고객의 자산을 지켜온 그는 “고객의 목표와 꿈을 함께 설계하고 실현해나가는 과정에서 큰 보람을 느꼈고 그것이 이 길을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가 강조하는 자산관리의 핵심은 ‘신뢰’다. 박 지점장은 신뢰를 이루는 두 축으로 ‘일관성’과 ‘투명성’을 꼽는다. 그는 “좋지 않은 소식일수록 먼저 전하는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며 “시장 상황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한결같은 자세로 고객을 대하고 항상 솔직하고 투명하게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지점장이 이 같은 자산관리 철학을 정립하게 된 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였다. 당시 고객들이 큰 손실을 입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는 PB로서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깊이 성찰했다. 이때 그는 단순한 수익률 중심의 접근보다 ‘위험 관리’가 훨씬 중요하다는 점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한다.

특히 당시 금융회사들은 손실이 난 계좌를 맡고 있던 PB들을 교체하거나 지점 간 이동을 단행하며 조직의 부담을 줄이려 했다. 하지만 박 지점장은 이를 거부했다. 가뜩이나 불안에 휩싸인 고객들에게 신뢰하던 PB마저 사라지는 상황은 더 큰 혼란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는 손실 계좌 고객들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 현 상황을 설명하고 대응 방안 마련에 고심했다. 피하고 싶은 순간에 오히려 가장 먼저 연락을 취하고 가장 늦게까지 자리를 지킨 그의 모습은 고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실제로 일부 고객은 이후에도 박 지점장을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파트너로 기억하며 오랜 기간 거래를 이어오고 있다. 위기의 순간을 신뢰로 다지며, 그는 자산관리의 방향을 더욱 명확히 했다.
박 지점장은 PB로서 궁극적인 목표를 묻자 “고객들이 ‘진정한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경제적 자유란 단순히 많은 돈을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견고한 경제적 기반을 갖추는 것”이라며 “‘박태형이라는 PB 덕분에 인생이 더 풍요로워졌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했다.
현재 박 지점장은 약 100명의 고객을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자산관리는 개인을 넘어 가족 단위로 확장된다. 부모의 은퇴 설계부터 자녀의 교육, 상속 설계까지 3세대에 걸친 통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박 지점장은 “PB는 이제 ‘고객의 라이프사이클 파트너’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수익률 높은 상품을 권하는 것을 넘어 고객의 생애주기별 목표와 상황 변화에 맞춰 종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30대 고객에게는 결혼 자금과 내 집 마련, 자녀 교육비를 함께 고민하고 50대 고객에게는 은퇴 설계와 노후 준비를, 60대에게는 자녀 결혼 지원과 상속 설계를 함께 도출해나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고객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시대 변화에 따라 라이프사이클의 구조도 달라지고 있다”며 “특히 최근의 급속한 기술 변화 속에서 자산관리 전략 역시 더욱 유연하게 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맞춰 우리은행 PB센터는 변화하는 기술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이며 ‘종합금융 서비스’와 ‘디지털 혁신’의 완벽한 조화를 이뤄나가고 있다고 박 지점장은 강조했다.
박 지점장은 "우리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인공지능(AI) 기반 시장예측 시스템’을 도입하고 자체 개발한 투자상품 평가모델 ‘WISE’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단순히 수익률 중심으로 접근하던 기존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기대수익성, 안정성, 효율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 상품 선별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이어 "디지털 기술이 고도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고객과의 신뢰는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기술 기반의 인간적 접근(Tech-enabled Human Touch)이 미래 PB 서비스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