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교황 레오 14세“

입력 2025-06-10 18:47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조석현 누가광명의원 원장

진료실 문을 나가는 보호자에게 급하게 인사를 건넸다. 그는 환한 웃음으로 감사 인사를 했다. 나는 그가 신부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배가 아플 때마다 나를 찾아오시는 96세 할머니가 계신다. 혼자 사시는 분이라 늘 같은 성당에 다니는 이웃 주민이 모시고 온다. 그분 역시 80세를 넘긴 할머니다.

“아들이 하나인데 신부예요. 지금 일본에 있어요. 일본에 가면서 저한테 어머님 좀 부탁한다고 했거든요.”

80세 할머니가 들려준 사연이었다. 어느 날 96세 할머니가 배가 아프다고 하자, 80세 할머니는 자신이 다니는 우리 병원으로 모시고 왔다. 내가 준 약이 잘 맞았던 모양이다. 그 뒤로 96세 할머니는 몸이 조금 불편하면 80세 할머니에게 부탁해 나를 찾았다. 할머니는 일본에 있는 아들에게 내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언젠가 아들이 잠시 한국에 나왔을 때는 할머니를 통해 일본 과자를 선물로 보내주기도 했다.

며칠 전, 배가 아픈 할머니는 이번에는 아들과 함께 왔다. 나는 여느 때처럼 할머니를 진찰하고 처방전을 드렸다. 진료가 끝나자 아들은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어머니를 잘 돌봐 주셔서 감사하다며 일본 초콜릿을 건넸다. 나는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그가 신부라는 것이 생각나 나가려는 그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교황 레오 14세 선출을 축하드립니다!”

이번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 회의에서는 모든 후보자가 교황이 되는 것을 마다했다고 한다. 교황이 선출되고 대중과의 첫 만남에서 레오 교황이 보인 엄중한 표정은 뒤에 서 있는 후보자들의 밝은 미소와 대비되었다. 사제의 길이란 그런 것일까? 마다하고 싶고 거절하고 싶은 길인데 그래도 가야 하는 것일까? 홀로 남은 노모를 두고 떠나는 마음은 어떨까? 그런 길을 가는 아들을 위한 96세 노모는 매일 아들을 위해 기도한다고 했다. 본인도 고령인데 같은 성당 이웃을 기꺼이 돕는 80세 할머니의 마음도 정성이었다.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이들을 보며 신을 믿는 신앙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조석현 누가광명의원 원장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이투데이 ‘2027 테크 퀘스트’ 10월 개최⋯대한민국 AI의 미래를 묻다
  • AI 개발 늦춰도 사용은 늘어난다⋯HBM 넘어 서버 D램·낸드로 번지는 수요 [AI 속도조절론]
  • 연휴 앞두고…제주가 왜 이러나 [이슈크래커]
  • 유가 100달러에 우회로까지 막혔다…커지는 항공·물류 ‘비용 청구서’
  • 추석에 73만원 쓴다…10명 중 6명 "지출 매우 부담" [데이터클립]
  • 아시아나 마일리지 10년 유지…대한항공 ‘마일리지 항공권’ 확 푼다
  • 美 국채금리 급등에 주담대 8% 턱밑… 변동금리도 ‘시간차 충격’
  • 김승원 후보자 “의혹으로 심려끼쳐 송구…형사법 개혁 현장서 완성”
  • 오늘의 상승종목

  • 09.15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04,819,000
    • -0.69%
    • 이더리움
    • 3,378,000
    • -0.71%
    • 비트코인 캐시
    • 303,900
    • +0.76%
    • 리플
    • 1,932
    • +1.95%
    • 솔라나
    • 137,600
    • +0%
    • 에이다
    • 280
    • -1.06%
    • 트론
    • 461
    • -0.43%
    • 스텔라루멘
    • 267
    • +2.69%
    • 비트코인에스브이
    • 22,760
    • -0.18%
    • 체인링크
    • 15,550
    • +1.17%
    • 샌드박스
    • 47.74
    • -0.27%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