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과 중장기 전략 방향 설정"
"전략적 기술 투자로 AI 시대의 본원적 경쟁력 높일 것"

SK하이닉스가 창사 이래 첫 여성 이사회 의장을 맞이했다. 지난 3월 선임된 한애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AI 시대에 부응하는 이사회 2.0의 확대된 역할을 통해 SK하이닉스의 본원적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법률 및 인공지능(AI) 분야에서 탄탄한 경력을 쌓아온 그는 AI 전환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경영 파트너이자 감시자로서의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한 의장은 10일 SK하이닉스 뉴스룸 인터뷰를 통해 “이사회는 단순히 안건을 통과시키는 기구가 아니라 전략적 판단과 평가를 통해 경영의 질을 높이는 기관”이라며 “법률 전문가로서 사업이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검토하고 궤도에서 벗어나지 않게 돕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선임은 기존의 안정적 경영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더 강화된 이사회 역할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SK하이닉스는 그간 ‘이사회 중심 경영체계’ 고도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사외이사 중심의 견제와 균형, 투명성 제고, 다양한 이해관계자 반영 등으로 이른바 ‘이사회 1.0’의 토대를 다진 데 이어, 이번 의장 선임을 통해 전략적 방향 설정과 사후 평가까지 포함하는 ‘이사회 2.0’ 체제로 본격 진입했다는 평가다.
한 의장은 법관과 변호사를 거쳐 현재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조정인,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등으로 활동 중이다. 특히 한국인공지능법학회 부회장을 맡아 AI 법·제도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이 같은 배경은 SK하이닉스의 AI 기업 전환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고대역폭 메모리(HBM) 분야에서 시장을 선도하며 AI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다. 한 의장은 "SK하이닉스가 지난 최대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HBM"이라며 "앞선 기술에 대해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미래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에도 기술 중심의 의사결정 원칙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HBM 이후의 기술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속도 조절'과 '지속적 투자'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며 "이는 AI 시대의 본원적 경쟁력을 키우는 핵심 전략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방향성을 갖고 SK하이닉스의 중장기 전략을 준비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기존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대한 감시를 넘어, 의장으로서 전략적 방향 설정, 활동 평가, 사후 모니터링까지 포함한 다층적 책임을 수행하겠다는 것이다.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위한 사외이사 의장 선임, 그리고 성별 다양성 확보 측면에서도 이번 인사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뛰어넘는 조치로 평가된다.
한 의장은 “이사회가 독립적이고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때, 기업의 의사결정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며 “할 말은 하는 이사로서, 필요한 지점에서는 경영진과 다른 시각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직이 힘을 합쳐야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며 SK하이닉스 구성원들에게 "회사의 성장이 곧 나의 성장이라는 'Bigger Than Myself' 정신으로 함께하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사회는 물론 임직원 전체가 '원팀(One Team)' 정신으로 새로운 AI 시대의 주역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그는 "인류의 미래를 바꾸는 기술의 최전선에 SK하이닉스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사회로서 큰 보람"이라며 "일상 속 모든 기술의 기반이 SK하이닉스 반도체가 되는 그날까지, 이사회도 최고의사결정 기구로서 제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