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업체, 달러 수익 환전 의무화도 루블화 가치 상승 일조
국제유가 하락에 다시 약세로 돌아설 수도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올해 미국 달러화에 대해 40% 이상 올라 전 세계 통화 중 가장 높은 상승 폭을 나타내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CNBC방송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분석을 인용해 보도했다.
길어지는 전쟁, 하락하는 유가, 강력한 서방 제재, 경기침체에도 지난 2년간 크게 평가절하됐던 루블화가 극적인 반전을 이룬 것이다.
루블화의 강세는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 회복보다는 자본 통제와 긴축정책, 약달러 등과 더 관련이 있다고 CNBC는 설명했다.
웰스파고의 브렌던 맥케나 국제 이코노미스트 겸 외환 전략가는 “루블화 강세 요인으로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면서 “러시아 중앙은행이 고금리를 유지하고 있고 자본 통제와 기타 외환 거래 제한이 다소 강화됐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협상 진전 혹은 시도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짚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고물가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를 연 20%로 유지하는 등 긴축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차입 비용이 많아져 러시아 기업들의 수입 활동이 위축되면서 외화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르네상스캐피탈의 안드레이 멜라셴코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수입업체들의 외화 수요도 감소하고 있어 은행들이 달러나 중국 위안화를 사기 위해 루블을 팔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한편 수출업체들은 달러 수익을 루블로 환전해야 하기에 루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 정부는 주요 수출업체들에 외화 수익의 일부를 국내에 환류해 루블로 교환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석유업계가 이를 적극적으로 이행하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 자료에 따르면 1~4월 주요 수출업체들의 외화 매도 규모는 425억 달러(약 58조 원)로 직전 4개월 대비 약 6% 증가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루블의 현재 강세가 지속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루블의 핵심 지지 기반인 유가가 올해 들어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멜라셴코 이코노미스트는 “루블화 가치는 거의 최고점에 도달했으며 곧 약세로 돌아설 수 있다”며 “유가 하락은 수출 수익과 외화 유입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