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圓)은 하나의 중심에서 일정한 거리에 있는 점들의 집합을 말하는 것이니 수학적으로는 중심이 여러 개 있는 원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중심이 여러 개인 것도 그러한데 둘레를 갖지 않는 원이라니. 하루키의 ‘1Q84’에 나오는 두 개의 달처럼 초현실적 세계로의 초대라고나 해야 할까.
수학적으로 불가능한 이 도형이, 문학적 혹은 인문학적·사회학적 맥락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할 수도 있다. 우리는 종종 중심이 여러 개인 삶을, 즉 다양한 가치와 관점을 내재한 채 살아간다. 한 사람의 마음속에도 때로는 서로 다른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때로는 한 가지 생각이 아니라 여러 생각이 뒤엉키기 마련이다. 하기야 아침저녁으로 바뀌는 자신의 마음도 종잡을 수 없는데 하물며 중심이 다른 타인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난데없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해 12월 3일로부터 반년이 지났다. 그 짧은, 아니 그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국민은 두 극단으로 나뉘어 서로를 향해 비수를 겨누며 최악의 상황에 내몰리기도 했다. 갈등은 점점 깊어졌고 소통은 사라졌다. 각자의 신념과 가치를 중심으로 내세운 채 서로를 이해하기보다는 비난과 대립을 반복했다. 마치 중심이 여러 개인 원처럼 우리 사회는 파편화된 채 뿔뿔이 흩어졌다.
이제 새 정권이 들어섰다. 변화를 바라는 이들의 기대와 희망, 그리고 우려와 불안이 공존한다. 새 정부는 이러한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대통합의 과제를 안고 있다. 마침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일성으로 통합을 강조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선서식에서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했든 크게 통합하라는 대통령의 또 다른 의미에 따라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말뿐 아니라 행동으로도 보여줬다. 전 정부 각료들과 함께한 ‘어색한’ 첫 국무회의에서 “우리는 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업무를 하는 대리인”이라며 “어색하겠지만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대선 경쟁자였던 김문수 전 국민의힘 후보에게도 안부 전화를 했다. 취임 후 상대 당 대표를 거의 만나지 않았던 윤석열 전 대통령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하지만 통합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다양성이 존중돼야 하는 사회에서 통합이라는 명분 아래 모든 중심을 하나로 합치거나 한 방향으로 몰아갈 수도 없다. 오히려 각자의 중심을 인정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옳고[是] 그름[非]은 가리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이를 연결하는 하나의 큰 연대를 이루는 것, 그것이 진정한 통합이라 할 것이다.
이 대통령은 ‘실용정부’를 주창하며 “이제부터 진보의 문제란 없다. 이제부터 보수의 문제도 없다. 오직 국민의 문제, 대한민국의 문제만 있을 뿐”이라고도 강조했다. 진보의 중심도, 보수의 중심도 그 갈래가 다르겠지만 다른 생각과 가치를 아우르고 답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정치의 역할임을 역설한 것이라 믿는다. 이 대통령의 말처럼 낡은 이념은 이제 역사의 박물관으로 보낼 때다. 곧 구성이 마무리될 새 정부 진용도 과거를 거울삼아 퇴행적 역사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국민만 바라보겠다’는 초심을 잃지 말고 우직하게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소임을 다해 나가길 기대한다.
김동선 사회경제부장 matthe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