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는 북미, 건설은 동남아·중동 중심

삼성물산이 말레이시아에 발전사업 법인을 설립하며 태양광 사업 확대에 시동을 걸었다. 이번 법인은 단순 시공을 넘어 개발 단계부터 참여하는 구조로,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기존의 EPC(설계·조달·시공) 중심에서 태양광 사업 전반을 아우르는 체계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8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난 4월 말 말레이시아에 ‘VISTA SV SOLAR 1’이라는 유한책임회사(LLC)를 신규 설립했다. 이 회사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싱가포르 자회사 ‘비스타 글로벌(Vista Contracting and Investment Global)’이 말레이시아 재생에너지 전문기업 솔라베스트(Solarvest Holdings)와 손잡고 만든 합작 형태의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양사는 지난해 말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데 이어, 이 SPC를 통해 말레이 현지에서 태양광 개발 사업에 착수했다. 단순한 시공 프로젝트가 아니라 초기 부지 발굴과 인허가, 사업권 확보 까지 건설부문이 직접 수행하며 책임 범위를 확장한 것이 핵심이다.
그간 삼성물산 내부에서 태양광 사업은 상사부문과 건설부문 간 역할이 비교적 분명히 나뉘어 있었다. 상사부문은 초기 사업 발굴과 인허가 등의 개발 단계를 주도했고, 건설부문은 EPC에 집중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이번 사례는 부서 간 경계를 허물며, 사업 모델을 전환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업계 관계자는 “시공 위주의 사업만 하던 건설부문이 개발 단계부터 직접 뛰어든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라며 “태양광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시장 전반에서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사전 포석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글로벌 재생에너지 시장의 급성장이 자리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세계 태양광 발전 신규 설치용량은 700기가와트(GW)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년(599GW) 대비 17% 증가한 수치로, 사상 최대 규모다. 특히 중동, 동남아, 아프리카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대형 프로젝트가 속속 착공에 들어가며 선점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삼성물산의 이번 행보는 글로벌 시장 변화에 대한‘전략적 확장’의 일환이다. 상사부문은 북미, 건설부문은 동남아시아와 중동으로 활동 지역을 나누되 각 부문이 ‘개발→건설→운영’으로 이어지는 태양광 사업 단계를 유기적으로 넘나드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상사부문은 과거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직접 발전소를 운영하는 등 발전사업자로서의 경험도 축적 중이다. 최근에는 북미와 호주에서 개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건설부문은 카타르에서 875메가와트(㎿) 규모의 초대형 태양광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며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 전반으로 사업을 넓히고 있다. 특히 이번 말레이시아 진출은 해당 지역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과도 맞물려 실질적인 성과가 기대된다.
재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산업은 이제 단일 프로젝트로 끝나는 시장이 아니라, 장기 운영과 금융, 정책 대응이 유기적으로 얽힌 복합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삼성물산이 사업 구조 전환에 나선 것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한 전략적 진화”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