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 색다른 다큐멘터리 영화가 하나 있었다. 제목이 ‘부부 문제 해결사’이다. 중국에는 남편의 내연녀를 물러나게 만드는 해결사가 꽤 성행하고 있단다. 뒷조사만 하는 사립 탐정과는 다르다. 중국어로 ‘小三勸退師’인데 ‘작은 세 번째를 퇴치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우리나라 사이트에서 검색하니 거의 나오는 게 없는데, 서구에서는 이미 수년 전에 관심사가 된 것 같다. 2016년에 뉴욕타임스가 기사를 실었는데, 그에 따르면 대개 배신당한 아내가 사건을 의뢰하며 ‘퇴치사’는 먼저 내연녀의 동기가 돈인지, 사랑인지, 섹스인지 파악한 다음 접근한다. 그녀가 사는 빌딩에 들어가 이웃이 된다든지, 그녀가 다니는 헬스장에 가서 친구가 되고 신뢰를 얻는다. 그래서 그 여자의 감정을 돌리거나, 새 남자를 구해주거나, 다른 지역에 나은 직장을 찾아준다. 비용은 한 업체의 경우 기본 30만 위안(약 5700만 원)이다.
‘부부 문제 해결사’는 실제 해결 과정을 연출 없이 현재진행형으로 기록한 영화다. 등장인물은 리 씨 부부와 페이페이라는 젊은 여자, 그리고 경험 많은 해결사 왕 씨이다. 그런데 촬영 허락을 어떻게 받았을까? 감독의 인터뷰에 따르면, 부인에겐 유사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설득한 것 같고, 불륜 당사자들에겐 ‘현대의 사랑’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든다고 말했단다. 이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촬영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들이 비밀을 드러냈다는 게 신기하다.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대략 이럴 것이다. 우선 제작팀은 이 프로젝트를 위해 수년 동안 여러 사람을 (모두 왕 씨의 고객) 촬영했고, 그중 다수는 중도에 촬영을 거부하거나 ‘퇴치’ 자체를 포기했다. 이렇게 많은 촬영을 했기 때문에 그중에 좋은 것을 ‘건질’ 수 있었던 것이다. 또 대화의 흐름을 끊지 않게 최대한 길게 촬영한 게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스태프는 카메라만 두고 방을 떠났는데, 이것이 크게 기여했을 것이다. 쳐다보는 사람이 없고 카메라만 있으면 우리는 쉽게 그것을 잊을 수 있다.
등장인물들의 심리도 중요하다. 비밀이라고는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털어놓고 싶을 때가 있다. 유튜브를 보면 온갖 얘기가 다 나온다. 성매매 업소에서 일했던 젊은 여자가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도 쉽게 볼 수 있다. 돈이 동기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닐 것이다. 감독도 한 남자가 아내가 없는 사이에 이웃 여자에게 카메라 앞에서 수작을 거는 걸 목격한 일화를 얘기한다. 관성일 수도 있고 일종의 과시욕일 수도 있다. 감독은 또 리 씨의 내연녀 페이페이가 사랑에 승리하는 러브스토리의 주인공 같은 심리였을 수 있다고 했는데 공감이 간다. 카메라의 시선을 받으면서 드라마의 주인공 같은 느낌을 받는 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영화의 내용은 사실 다소 밋밋하다. 적어도 삼각관계를 다룬 수많은 영화나 TV 드라마와 비교하면 그렇다. 강한 감정의 순간이 없다(그런 게 있었다면 촬영 불가였을 것이다). 서두에 소개한 일반적 경우와 달리 이 영화에서는 해결사가 남자에게 먼저 접근한다. 부인의 친구인 척해서 대화 기회를 마련하고, 거짓말로 (나중엔 물론 사실을 다 얘기했겠지만) 유도 질문을 하여 비밀을 털어놓게 만든다. 리 씨는 애초에 페이페이에 대한 집착이 없는 듯하다. 그는 그녀를 점점 멀리하라는 왕 씨의 권고를 따른다. 후반에는 왕 씨가 리 씨의 사촌 동생인 척하며 페이페이에게 접근한다. 그러나 그쪽은 상대적으로 쉽지 않다.
영화가 밋밋하다고 했지만, 상당히 극적인 장면이 끝에 하나 있다. 두 여자가 만나는 장면이다. 부인은 말한다. “그쪽이 자연스럽게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 우리 가정에서 사라지면 힘들게 안 할게요 … 마음 같아선 그쪽 얼굴에 찻잔을 던지고 싶지만 전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페이페이는 답한다, “정말 죄송해요. 오빠 가정을 휘저으려고 한 건 아니었지만 그랬을 수도 있겠네요 … 저한테 찻잔 던지고 싶다면 그렇게 하세요. 무술 배운 적 있어서 그 정도는 괜찮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