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업계, 희토류 통제에 ‘백기’…핵심부품 중국 생산 검토

공장 셧다운 위기 직면…생산라인 이전 고려
포드, 시카고 공장 생산 일주일 중단도
‘미국 제조업 활성화’ 트럼프 계획 틀어져
한국 기업, 희토류 전쟁에 피해 가능성

▲사진은 미국 켄터키주 조지타운에 있는 도요타 공장에서 근로자가 작업하고 있다. 조지타운(미국)/AP뉴시스

중국의 희토류 자석 수출 통제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공장 셧다운 위기에 직면했다. 제조업 강화를 노리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계획도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였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일부 완성차 제조업체와 전기자동차 제조업체들이 공장 폐쇄를 피하고자 일부 부품 제조 라인을 중국으로 이전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전기모터를 중국에서 완성하거나 미국산 모터를 중국에 보내 희토류 자석을 삽입하는 방식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정부의 규제가 완제품이 아닌 자석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가능한 검토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중국에서 자석을 수출하려 해도 승인을 받지 못한다”며 “그러나 자석이 중국산 모터에 사용됐다는 것만 입증할 수 있으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중국은 4월 디스프로슘과 테르븀 등 희토류 금속으로 만든 자석을 수출할 때 당국에 허가 신청을 받으라고 기업들에 지시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에 따른 보복 조치였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공급량의 약 90%를 장악하고 있다. 희토류 자석은 스마트폰부터 F-35 전투기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현대 기술 상당 부분에 활용되고 있어 중국의 수출 통제는 관련 업계에 큰 피해를 줄 위험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달 자동차혁신연합(AAI)과 자동차장비제조협회(MEMA) 등 미국의 주요 자동차 업계 단체들은 트럼프 정부에 서한을 보내고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이들은 “중국 밖에서 부품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지만,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며 “미국에서 차량을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자동차 부품 필수요소의 부족 문제를 완화하진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포드자동차는 이미 희토류 부족 탓에 지난달 시카고 공장 생산을 일주일간 중단했다. 일본과 인도에서도 생산 차질이 임박했다는 경고가 기업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문제가 해결되지 못해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일부 생산 라인을 중국으로 옮기게 되면 제조업을 미국으로 되돌리기 위해 무역 전쟁을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이 놀랄만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WSJ는 짚었다.

그 밖에도 기업들은 희토류가 필요한 부품을 줄이거나 구형 기술로 회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발 희토류 통제로 인해 일시 휴전 상태인 미·중 간 관세 전쟁이 새로운 차원으로 확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중국은 관세 문제로 다투는 대신 훨씬 더 해로울 수 있는 전략을 택했다.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통제력을 과시하는 것”이라며 “양국 사이에 새로운 무역 전쟁 시대가 시작했다”고 평했다.

특히 희토류 전쟁에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기업들을 주목했다. NYT는 “중국은 2010년 영토 분쟁 당시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두 달 동안 중단했고 그 이후로 많은 일본 기업이 막대한 재고를 유지하고 있다”며 “한국의 주요 전자 기업들은 재고를 축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중국이 지난해 12월 희토류 수출 제한 가능성을 시사한 후 한국은 올해 1월과 2월 중국으로부터 디스프로슘을 대량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