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롬 소프트웨이에서 출시한 ‘엘든 링’은 2023년 올해의 게임으로 뽑힌 메가 히트작으로 소울라이크 장르를 대세로 떠오르게 한 작품입니다. 이후 지난해엔 다운로드 콘텐츠(DLC)인 ‘엘든 링:황금 나무의 그림자’를 출시했고, 이 역시 큰 성공을 거뒀죠.
여기서 그치지 않고 프롬 소프트웨어는 엘든 링의 스핀오프 작품을 내놨습니다. 바로 ‘엘든 링:밤의 통치자’에요. 엘든 링 지적재산권(IP)을 차용한 만큼 기대치도 엄청나 발매 며칠 만에 판매량이 350만 장을 넘어섰습니다.
다만 초반 흥행과는 별개로 이전작들과는 달리 부정적인 평가도 많아지고 있는데요. 밤의 통치자의 어떤 부분들이 기존 소울라이크 팬들의 기대치에 못 미친 걸까요.

밤의 통치자가 기존 엘든 링 시리즈는 물론 타 소울라이크 장르 게임과 차별화되는 점은 3인 협동 플레이를 전제로 게임이 구성됐다는 점입니다. 이에 맞춰 기준 난이도 역시 3인의 유기적인 플레이가 보장돼야 클리어가 수월하도록 구성됐죠.
문제는 소울라이크 장르는 혼자 플레이해도 어렵게 만들어져 있는데, 거기에 3인의 손발까지 맞춰야 한다는 점입니다. 혼자 플레이해서 못 깨는 것은 자신을 탓하면 되고, 자신이 노력해서 게임 실력을 끌어올리면 돼요. 하지만 협동 플레이에선 얘기가 다릅니다.
밤의 통치자 스팀 페이지에서 많은 추천을 받은 평가 글 중 하나는 “호흡이 맞는 3명의 친구가 함께 멀티플레이를 한다면 재밌다. 그렇게 해야만 재밌다”입니다. 게이머 대부분은 그날 처음 매칭된 다른 2명의 게이머와 협력 플레이를 해야 하고, 손발이 맞을 리가 없어요. 결국, 내 실력 외에 매칭 운이 따라줘야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한 현실에 좌절할 수밖에 없는 거죠.
전혀 다른 장르이지만 불특정 다수가 팀을 이뤄 각자의 포지션을 맡아 승리를 위해 싸우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게임이 있습니다. 바로 ‘리그 오브 레전드’죠. 불세출의 히트작이지만, 게임이 잘 풀리지 않으면 게이머들은 팀원과 심심찮게 욕설까지 해가며 싸우고, 이것이 장기화한 현재엔 “내가 잘한다고 이기는 게 아니다”라고 탄식하며 게임을 접는 경우가 부지기수에요.
그래도 롤은 상대편도 불특정 다수가 팀을 이뤄야 하는 게임이라 “상대편이 우리 편보다 더 협력 플레이를 못 할 수도 있어”라는 기대라도 할 수 있지만, 밤의 통치자는 프로그래밍 돼 있는 하드코어 난이도의 보스를 상대해야 합니다. 개인플레이로도 수십 번 죽는 소울라이크 보스전을 협동 플레이로 깨는 것은 초보자에겐 정말 어려울 수밖에 없어요. “네 탓에 졌다”는 핀잔까지 들으면 게임을 더 시도할 용기도 점차 사라지죠.

밤의 통치자의 또 다른 차별 요소는 시간제한이 있다는 겁니다. 제한된 시간 동안 필드를 돌아다니며 아이템을 찾고, 중간 보스들을 공략해 성장하고 게임상 마지막 밤에 최종 보스를 도전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요.
3인이 장시간 계속 함께 플레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게임 한 판당 시간을 30분에서 1시간 내외로 끝내도록 하려는 조치이지만 이 역시 불호 요소가 상당합니다.
실제 게임을 하면 캐릭터 성장을 위한 파밍 시간이 촉박하고, 이마저도 난도가 높아 아이템을 찾으러 다니다가 필드 내 중간보스를 만나 팀원이 죽는 상황을 심심찮게 볼 수 있어요. 간신히 최종 보스까지 진입해도 파밍 시간이 부족해 충분한 무기를 갖추지 못하면 너무 쉽게 죽어버리죠.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면 30분에서 1시간 사이의 시간을 ‘날렸다’는 느낌마저 받게 됩니다.
소울라이크 시리즈는 캐릭터가 점점 세지면서 이를 통해 계속 클리어에 실패하던 보스를 이기는 재미가 중요한데 밤의 통치자는 영구적인 캐릭터 성장이 없다시피해 이러한 맛을 느끼기 힘들죠.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게임 한 판이 끝난 뒤에도 사라지는 아이템이 아닌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는 영구적인 성장 요소인 '유물 시스템'이 도입됐어요. 한 판이 끝나면 클리어 여부와 상관없이 보상을 받게 되는데, 이때 얻은 유물을 캐릭터에 장착할 수 있도록 했죠. 하지만 능력치 상승이 제한적이라 이 역시 충분치 못하다는 게 게이머들의 평가에요.
밤의 통치자는 엘든 링의 스핀오프 작인 만큼 전작인 엘든 링과 엘든 링 DLC에 나왔던 보스들이 다시 등장합니다. 엘든 링 이전 프롬 소프트웨어의 흥행 시리즈였던 ‘다크 소울’ 시리즈에 나왔던 보스들도 만나볼 수 있죠.
기존 팬 중에선 예전에 즐겁게 클리어했던 보스들을 다시 봐 향수를 느낀다는 의견과 과거에 만들었던 보스의 재활용 빈도가 너무 높다는 의견으로 호불호가 나뉘고 있어요.

3인 협동 플레이가 많은 스트레스와 비판을 받고 있지만, 그 반대로 적응만 확실히 하면 기존 소울라이크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프롬 소프트웨어는 소울라이크 장르의 본가인 만큼 좋고 싫고를 떠나서 장르의 다변화를 위해 누구도 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은 평가받을만한 부분이에요.
기존 시리즈의 보스 재등장 외에 밤의 통치자에선 여러 신규 보스가 추가됐습니다. 신규 보스들은 기존 보스들과 달리 처음부터 3인 협동 플레이 공략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된 만큼 새로운 느낌의 보스전이란 좋은 평가가 나와요.
그중에서도 최종 보스전의 퀄리티는 압도적인 고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클리어에 성공한 게이머들은 대체로 최종 보스에게 도달하는 과정이 기존 싱글 플레이 대비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이겨내고 최종 보스까지 클리어했을 때의 쾌감은 이전 작품들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내렸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