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안건 행사율 91.6%, 반대율 6.8%
한국투자신탁운용ㆍKB자산운용, 행사ㆍ불행사 사유 중복기재율 80% 웃돌아

국내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율이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일부 대형사의 공시 신뢰도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주요 안건에 대한 사유 기재가 반복되는 사례가 많아 투자자 정보 제공 기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4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자산운용사 의결권 행사 점검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자산운용사 273곳이 공시한 2만8,969건의 안건 중 의결권 행사율은 91.6%, 반대율은 6.8%로 전년 대비 다소 개선됐다. 그러나 국민연금(행사율 99.6%, 반대율 20.8%) 등 주요 연기금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운용사별로는 미래에셋자산운용(행사율 99.3%, 반대율 16.0%)과 교보AXA자산운용(97.4%, 16.1%)이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두 회사는 의결권을 충실히 행사했을 뿐 아니라, 행사 사유도 투자자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기재해 공시 신뢰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트러스톤자산운용(행사율 100%)과 신영자산운용(98.8%)도 투자대상 회사 경영진과의 면담, 주주제안 등 능동적인 주주권 행사 프로세스를 적극적으로 운영한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반면 상장주식 보유 상위 5개 운용사 중 한국투자신탁운용과 KB자산운용은 각각 86.2%, 80.2%에 달하는 행사·불행사 사유 중복기재율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의결권 공시 안건 중 ‘주주권 침해 없음’ 등 동일 문구를 반복한 비율로 투자자가 사안별 판단 근거를 파악하기 어렵게 만드는 문제로 꼽힌다.
이외에도 NH-Amundi자산운용(60.9%), 삼성자산운용(57.1%), 미래에셋자산운용(56.7%) 순으로 중복 기재율이 높았다.
금감원은 “의결권 사유를 일괄적으로 기재하거나 행사 근거가 불분명할 경우, 자본시장법상 수탁자책임 의무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단순한 형식적 공시가 아닌 실질적인 심사와 의사결정을 동반한 충실한 공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상당수 사모운용사는 의결권 행사 관련 공시기한조차 지키지 않고 있으며, 일부 공모운용사도 지연·누락 공시 사례가 적지 않았다. 한국거래소가 의결권 관련 불성실공시로 지정한 운용사는 지난해 한 해에만 28곳에 달했으며, 올해 1~5월에도 5곳이 지적을 받았다.
운용사들의 의결권 영향력은 적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공모 및 일반 사모펀드가 보유한 국내 상장주식 규모는 66조9000억 원(시가총액의 2.9%)에 달한다. 삼성자산운용(12조6000억 원), 미래에셋자산운용(10조 원), KB자산운용(4조3000억 원) 등 상위 5개사가 전체의 47.5%를 차지한다.
금감원은 향후 기관투자자의 수탁자책임 이행을 유도하기 위해 자산운용사별 의결권 공시 점검을 다각도로 확대하고 중점 점검사항에 대한 업계와의 사전 소통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투자자가 성실한 수탁자를 선별할 수 있도록 ‘펀드 간 비교 가능한 의결권 행사 공시시스템’을 마련하고 해외 사례를 참고해 스튜어드십 코드 운영도 단계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