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5000’ 공약, 제도의 벽 넘을까⋯보수적 심사에 혁신기업 해외로

입력 2025-06-04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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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예비심사 청구 건수 전년 대비 39%↓
한국거래소 상장 심사 관행 지적
성장 보다 단기 수익성 우선

▲혁신 성장기업의 해외 진출이 늘고 있는 가운데, 4일 서울 도심의 미래지향적 모습 속에서 시민들이 데이터 시각화와 디지털 정보를 활용해 논의하고 있다. (AI달리)
▲혁신 성장기업의 해외 진출이 늘고 있는 가운데, 4일 서울 도심의 미래지향적 모습 속에서 시민들이 데이터 시각화와 디지털 정보를 활용해 논의하고 있다. (AI달리)

이재명 대통령이 내세운 ‘코스피 5000’ 공약이 제도적 현실과 맞물리며 시험대에 올랐다. 가장 큰 걸림돌은 혁신 성장기업의 국내 증시 유입이 지체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가 성장성보다 단기 수익성과 재무 안정성을 우선하면서, 유망 스타트업과 유니콘 기업들이 국내 대신 잇따라 해외 상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5월 누적 상장예비심사 청구 건수는 39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64건) 대비 39% 줄었다. 특히 상장 청구가 집중되는 4~5월만 놓고 보면 23건으로, 지난해(50건)보다 54% 급감했다. 예비심사 청구는 일반적으로 전년도 실적 확정 이후 4~5개월 시차를 두고 이뤄지는 만큼, 실제로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 수가 크게 줄었다는 의미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상장 심사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실적을 요구하는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매출 300억 원 이상의 실적 기준이 사실상 적용되면서, 적자 상태의 스타트업이나 기술특례 상장을 추진하는 혁신기업은 문턱을 넘기 어려운 구조다. 성장성과 미래가치보다 단기 수익성과 재무 안정성을 우선하는 심사 관행이 시장의 역동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자본시장은 혁신 스타트업을 뒷받침할 모험자본의 역동성이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벤처펀드의 후속 투자 비중은 92.6%에 달하지만, 한국은 71.2%에 그쳤다. GDP 대비 자본 증대율 역시 2022년 기준 8.2%로, 미국(18% 이상)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기술력과 성장성을 기반으로 자본이 유입되는 미국과 달리, 국내 자본시장은 단기 실적과 안정성을 중시하는 투자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구조는 자본시장 투자자층의 고령화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 20대와 30대 투자자 비중은 2021년 각각 14.9%, 20.9%에서 2023년 11.0%, 19.4%로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각각 9.8%, 18.8%를 기록하며 역대 최저치를 나타냈다. 주식 보유 비중도 하락세다. 30대는 2020년 9.9%에서 지난해 7.0%로, 20대는 2.2%에서 1.6%로 줄었다. 성장성과 미래 산업에 민감한 젊은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외면하고 있다.

국내 상장을 포기하고 해외 증시로 방향을 튼 기업들도 늘고 있다. 핀테크 기업 토스(비바리퍼블리카)는 국내 상장 절차를 중단하고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내에서 10조 원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야놀자도 미국 델라웨어주에 100% 출자 법인을 세우고 나스닥 상장을 공식화했다. 네이버웹툰은 미국 자회사 웹툰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이미 나스닥 상장을 마쳤다. 이 외에도 무신사, 컬리 등 최소 10곳 이상의 유니콘 기업이 미국 증시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한국거래소가 상장 심사 기준을 보다 유연하고 미래 지향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장성과 혁신 가능성에 가중치를 두지 않는 현행 체계로는 글로벌 시장과의 경쟁에서 한국 자본시장이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상장을 통해 성장을 꾀하는 기업에 단기 실적을 요구하는 것은 제도 설계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혁신기업의 흐름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코스피5000은 현실보다 상징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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