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핫한 '클린 걸' 감성, 브랜드 하나로 보여줄게 [솔드아웃]

입력 2025-05-30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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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화제 되는 패션·뷰티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자신의 취향, 가치관과 유사하거나 인기 있는 인물 혹은 콘텐츠를 따라 제품을 사는 '디토(Ditto) 소비'가 자리 잡은 오늘,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의 눈길이 쏠린 곳은 어디일까요?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뚜껑 열기 전부터 예쁘고 발랐을 땐 더 예쁘며 다 쓰더라도 버리기 아까운 바로 그 튜브. 젠지들의 파우치와 화장대 자리를 꿰찬 브랜드, 로드(Rhode)의 인기 제품 '펩타이드 립 틴트'는 한 줄로 이렇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 이름이 생소하다고요? 이해합니다. 북미와 영국을 중심으로 젠지들 사이 핫한 브랜드인 로드는 한국 소비자들이 구매하기 쉽지 않은데요. 공식 홈페이지에서 직접 배송을 지원하지 않는 탓에 배대지(배송 대행지)를 이용해 직구(직접 구매)해야 합니다.

의지의 코덕(코스메틱 덕후)들에겐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후기는 엇갈렸습니다. '틴트'라는 이름이 붙기에는 발색이 연해도 너무 연하다는 건데요. 사실 이 제품, 나아가 로드라는 브랜드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바른 듯 안 바른 듯 연한 색감, 부드럽고 편안한 질감, 건강하면서도 트렌디한 이미지까지. 설립 3년 만에 1조 원대의 '잭폿'을 안을 수 있었던 비결입니다.

▲(출처=헤일리 비버·두아 리파 인스타그램 캡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헤일리 비버·두아 리파 인스타그램 캡처, 게티이미지뱅크)

요즘 스타일? 답은 #Cleangirl

요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뷰티, 라이프 스타일의 핵심 키워드는 '클린 걸(Clean Girl)'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안 꾸민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경 써 단장한 게 클린 걸 감성의 핵심인데요. 윤기 흐르는 맑은 피부 표현, 잔머리 한 올 한 올까지 의도적으로 연출한 슬릭번 헤어 스타일, 촉촉한 립글로스, 자연스러운 혈색을 표현하는 리퀴드 혹은 크림 블러셔, 미니멀한 액세서리와 의상이 전형적인 이미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핀터레스트 속 무심하지만 한 끗 차이로 트렌디한 이들의 감성과도 같죠. 즉 있어 보이되 애쓴 티는 나지 않아야 한다는 겁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강화된 웰니스, 미니멀리즘 소비 경향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마스크 착용 일상화로 화려한 메이크업 대신 피부 본연의 건강함을 중시하는 스킨케어 중심 루틴이 자리 잡았고요. 외출을 자제했던 만큼 과하지 않은 꾸밈과 단정한 이미지가 자기 관리의 미학으로 받아들여졌죠. 필요한 것만 쓰는 미니멀한 소비와 잘 가꾼 자연스러움에 대한 선호도 함께 높아졌습니다.

지난해 1월 패션 전문 매체 비즈니스 패션(The Business of Fashion·BoF)에 따르면 클린 걸 감성을 뜻하는 #cleangirlaesetic 해시태그는 틱톡에서만 80억 회 이상의 누적 조회 수를 기록했습니다.

이 용어에 '메이크업'을 붙인 #cleangirlmakeup, 촉촉하고 빛나는 피부 표현을 뜻하는 #dewyskin 등 관련 해시태그 사용량도 눈에 띄게 증가했죠.

롱폼 영상에서도 클린 걸 키워드는 빠지지 않습니다. 꼼꼼한 스킨케어와 간단한 메이크업, 필라테스, 말차라떼, 요가와 명상이 등장하는 브이로그를 한 번쯤은 봤을 텐데요. 하루 루틴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이는, 꾸준한 자기 관리가 이들의 핵심 정체성입니다. 자기 몸과 마음을 다독이며 꾸준히 관리하는 모습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가 되는 셈이죠. 클린 걸이 단순히 뷰티나 패션 트렌드가 아니라, 일종의 루틴이자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 잡은 걸 방증하는 셈입니다.

틱톡 크리에이티브 센터에 따르면 최근 1년간 클린 걸 콘텐츠를 시청한 이용자 중 약 79%가 18~24세의 잘파 세대로 나타났는데요. 이 감성을 노린 브랜드가 사랑받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죠.

글로시에(Glossier), 써머 프라이데이즈(Summer Fridays), 타워 28(Tower 28) 등이 클린 걸, 클린 뷰티와 관련된 브랜드로 언급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미니멀하지만 귀여움을 잃지 않는 패키지, 투명하고 맑은 제형, 편안한 질감, 피부 본연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제품 기획 등에서 유사한 '추구미'를 보입니다.

▲(출처=헤일리 비버 인스타그램 캡처)
▲(출처=헤일리 비버 인스타그램 캡처)

클린 걸의 얼굴, 젠지가 고른 정답은 '헤일리 비버'

클린 걸 트렌드를 이끄는 셀럽은 단연 팝스타 저스틴 비버의 아내, 모델 헤일리 비버입니다. 단순히 그의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이 감성이 느껴져서가 아닌데요. 클린 걸 감성의 대표 브랜드, 로드 창업자가 바로 헤일리입니다. 2022년 6월, 그가 자신의 중간 이름을 따 론칭한 스킨케어 브랜드 로드는 불과 3년 만에 전 세계 Z세대의 워너비 브랜드로 거듭났죠.

로드가 내세우는 미학은 명확합니다. 미니멀하지만 꾸준한 자기 관리, 그리고 피부 본연의 윤기를 강조하는 건강한 아름다움이죠. 특히 헤일리가 인스타그램, 틱톡 등 자신의 SNS에서 꾸준히 소개해온 '글레이즈드 도넛 스킨(glazed donut skin)' 개념은 이 미학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설탕 시럽을 바른 듯 매끈하고 촉촉하게 빛나는 피부 표현을 뜻하는 키워드로, 자연스럽지만 열심히 관리해야만 얻을 수 있는 모습이기에 클린 걸 감성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처럼 여겨집니다.

로드의 대표 제품인 펩타이드 립 틴트는 립밤처럼 촉촉하지만 자연스러운 색감을 더할 수 있어 출시 직후 틱톡과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는데요. 튜브형 색조 립밤 열풍에 불을 붙인 제품으로도 알려져 있죠. '글레이징 밀크'는 글로우 스킨을 연출할 수 있는 수분 에센스로, '포켓 블러쉬'는 작고 간편한 크기와 자연스러운 발색으로 젠지 소비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Z세대가 로드를 선택한 건 단지 제품력 때문만은 아닙니다. SNS에서 헤일리가 보여주는 삶의 방식은 클린 걸 감성을 지향하는 이들에게 중요한 레퍼런스가 되는데요. 그의 이미지와 라이프 스타일, 트렌디한 센스가 로드라는 브랜드 전반에 녹아 있습니다. 펩타이드 립 틴트를 넣을 수 있는 스마트폰 케이스가 폭발적인 인기를 끈 것만 봐도, 미적 센스와 사업 감각이 돋보인다는 호평이 나오는데요. 로드가 단순히 셀럽의 얼굴을 빌린 브랜드가 아니라, 셀럽의 정체성이 브랜드가 된 드문 사례로 평가받는 이유죠.

▲(출처=엘프 뷰티 공식 홈페이지 캡처)
▲(출처=엘프 뷰티 공식 홈페이지 캡처)

오프라인 매장도 없는데 '대박'…엘프 뷰티가 베팅한 이유

놀라운 사실 하나, 로드는 오프라인 매장이 전무합니다. 단독 매장은 물론 입점 매장조차 없는데요. 그나마 팝업스토어가 가끔 열리면서 현지 코덕들의 갈증을 해소해주는 정도입니다. 세포라나 얼타 등 오프라인 유통망이 중요한 북미 뷰티 업계에서 로드의 성공이 더 높이 평가받는 이유죠.

그랜드 뷰 리서치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미국 화장품 시장의 오프라인 유통 채널 매출 비중은 약 71%로 나타났는데요. 시간이 흐르면서 온라인 플랫폼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으나 여전히 오프라인 채널이 큰 점유율을 보이고 있죠.

로드는 자사 홈페이지, 그리고 SNS 바이럴로만 승부해 젠지의 아이코닉한 브랜드로 거듭났습니다. 제품력은 물론, 미니멀한 패키지와 셀럽의 일상까지 녹여낸 감성 마케팅이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부채질했고 결과적으로 대박을 냈는데요. 3월 말 마감한 회계연도 1년간 고객 기반을 2배로 확대했으며, 2억1200만 달러(약 2915억 원)의 순매출을 올렸죠.

여기에 잭폿까지 터졌습니다. 뉴욕증시 상장사인 미국 화장품 업체 엘프 뷰티가 로드를 10억 달러, 우리 돈으론 약 1조750억 원에 인수한 겁니다.

28일(현지시간) 엘프 뷰티는 기초 화장품(스킨케어) 분야 진출을 위해 로드를 10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습니다.

타랑 아민 엘프 뷰티 최고경영자(CEO)는 "로드는 로켓처럼 성장할 준비가 돼 있는 아름다운 브랜드"라며 "우리는 이 빠르게 성장하는 브랜드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한층 더 다양화할 것"이라고 전했는데요. 헤일리는 이후에도 로드 창업자 역할을 계속 수행하면서 엘프 뷰티의 최고창작책임자(CCO) 및 혁신 담당 수장을 맡아 제품 혁신과 마케팅을 총괄할 예정입니다.

헤일리는 엘프 뷰티의 보도자료를 통해 "로드 창립 이래 내 비전은 매일 사용할 수 있는 필수 스킨케어와 하이브리드 메이크업을 만드는 것이었다"며 "이 여정을 시작한 지 단 3년 만에 이뤄진 엘프 뷰티와의 파트너십은 더 많은 커뮤니티에 다가갈 수 있는 능력을 높이고 글로벌 유통망을 확장하는 놀라운 기회"라고 밝혔죠.

엘프 뷰티가 로드를 선택한 건 호실적 때문만이 아닙니다. 로드는 단지 제품을 파는 브랜드가 아니라 Z세대의 취향, 미학, 라이프 스타일을 압축한 '플랫폼'과도 같은데요. 특히 SNS 기반의 바이럴, 자기 관리에 초점을 맞춘 브랜드 메시지, 그리고 소유하고 싶은 비주얼을 갖춘 패키지 디자인까지, 젠지 특유의 미적 감각을 정확히 짚어낸 전략이 호평받았죠.

세포라는 올해 말까지 북미와 영국 세포라에도 진출할 예정입니다. 오프라인 접점 없이도 1조 원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은 브랜드가 오프라인 유통망까지 확보한다면, 성장 속도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한국 진출' 소식까지 들려올지… 국내 코덕들의 기대도 높아져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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