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이달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가 111을 기록해 전달 대비 3포인트 상승했다. 주택가격전망CSI는 2월만 해도 99로 기준선 아래였으나, 3월(105)에만 6포인트나 올라 지난해 7월(+7포인트) 이후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절대 수준으로 보면 지난해 11월(109) 이후 6개월 만에 최고치다.
주택가격전망CSI는 소비자들이 향후 주택가격이 어떻게 변할지 전망하는 심리를 수치화한 지표다. 이 지수가 100을 웃돌면 집값 상승을 예상하는 소비자가 하락을 예상하는 소비자보다 더 많다는 뜻이다. 정부가 어떻게 해서든 집값을 잡겠다고 강력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똘똘한 한 채’ 선호와 고가 아파트의 재건축 기대감 등으로 서울 아파트 시장 매수 심리가 되살아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에도 서울 부동산 시장은 좀처럼 안정세를 회복하지 못했다. 최근 KB부동산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을 봐도 지난달 13억 원을 돌파한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연초(1월 12억7503만 원)와 비교하면 7000만 원이나 올라간 가격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 이후에도 강남권에선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의 상위 20%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처음으로 30억 원을 돌파했다. 서울 주택의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달 10억398만 원으로 KB부동산이 2008년 12월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동산시장의 특성상 한번 불붙은 집값은 순식간에 주변으로 번지고, 이에 편승한 투기 바람이 꿈틀거리게 마련이다. 불안한 소비자들은 빚투(빚내서 투자)나 무조건 집을 사자는 ‘패닉 바잉’에 몰릴 수밖에 없다. 이를 방증하듯 올 1분기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전체 가계부채가 다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국은행은 3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을 1928조7000억 원으로 집계했다. 지난해 말(1925조9000억 원)보다 2조8000억 원 많고, 2002년 4분기 관련 통계 공표 이래 가장 큰 규모다.
각종 대출 규제와 같은 수요억제책만으로 불안한 집값을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출 문턱을 높인다고 해서 수요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규제 일변도의 정책은 집값을 안정시키기는커녕 집값 폭등과 주택시장 양극화만 불렀다. 역대 정부도 줄곧 이 지점에서 헛발질을 거듭했다. 7월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을 앞두고 ‘대출 막차 타기’ 수요로 거래가 늘고 있다. 집값 상승의 불쏘시개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어디에서 큰 구멍이 생기고 어디에서 부작용이 커지는지 잘 살필 일이다.
집값 상승은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지고, 소비 여력 감소와 내수 부진을 부른다. 누가 집권해도 확실한 집값 대책을 내놓아야 민생이 안정된다. 대선 후보들이 저마다 공급 확대를 부동산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미더운 실행 방안은 보이지 않으니 집 없는 서민은 더 심란하다. 경제는 심리라고 했다. 부동산이야말로 그렇다. 차기 정부의 책무가 여간 무겁지 않다. 각 정책 참모진이 6월 대선 전에 미리 생각해둘 것이 많다는 뜻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