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심엽무(根深葉茂)' 뿌리가 깊으면 잎이 무성하다는 이 말처럼, 어떤 일이든 좋은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튼튼한 기반이 먼저다. 국가 산업도 마찬가지다. 신뢰 기반이 견고할 때 수출도 기술도, 국제협력도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시험인증은 산업의 기초이자 신뢰의 근간이다. 특히 수출 경쟁력 확보와 기술 신뢰 제고라는 교차점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4차 산업혁명 흐름 속에서 산업 디지털 전환(IDX·Industry Digital Transformation)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5G 등 디지털 기술은 전 산업 분야에 빠르게 접목되며, 과제 해결과 새로운 가치 창출을 이끌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기술의 진보를 넘어 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대전환의 시기라 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은 이미 IDX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디지털 기술 역량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가는 한편, 글로벌 협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시험인증기관들 또한 이 흐름에 발맞춰 전통적인 시험평가를 넘어, 국제표준을 구현하고 글로벌 파트너십을 이끄는 산업 외교의 첨병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은 단순한 시스템의 전자화에 그치지 않는다. 계량 분야에서는 디지털 교정 성적서(DCC), 원격 시험, 자동화된 데이터 검증 등 핵심 기술이 산업 신뢰의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이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시험·인증기관 간의 긴밀한 국제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나라는 기획재정부 주관의 '2024/2025년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KSP)'을 통해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함께 콜롬비아를 대상으로 디지털 계량·측정 분야의 협력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KSP(Knowledge Sharing Program)는 한국형 개발협력 모델로, 한국의 발전 경험을 토대로 경제협력 전략 국가들에 경제·사회 발전 과제에 대한 정책 자문을 제공하고 상호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콜롬비아는 KSP 사업을 통해 한국과 협력을 이어온 대표적인 파트너 국가다. 콜롬비아 국가계량연구원(INM)은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과 함께 디지털 성적서 시스템 도입, 국제표준 기반 시험절차 정립 등 실질적인 기술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KTL이 보유한 디지털 시험 플랫폼 및 스마트 시험소 운영 경험은 콜롬비아가 미래형 계량체계로 도약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벤치마킹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양 기관은 공동 세미나, 시범 사업, 교육훈련 등 다양한 교류를 통해 현지 산업계의 디지털 수용성과 국제표준화를 함께 이끌고 있다.
이러한 협력적 관계는 단기성과에 그치지 않는다. 콜롬비아 정부는 디지털 재산업화를 국가 전략으로 삼고 있다. 품질 인프라의 현대화는 산업 성장의 토대다. 특히 시험과 계량의 디지털화는 제품의 안전, 수출 경쟁력, 나아가 사회 전반의 기술 신뢰도를 높이는 기반이 된다.
이러한 핵심 분야에 한국의 기술과 경험이 접목됨으로써, 콜롬비아의 디지털 전환은 더욱더 체계적이고 실용적이며, 신뢰 높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시험인증은 산업의 신뢰성을 높이는 '튼튼한 뿌리'이다.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기반이 견고해야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도 흔들림 없이 전진할 수 있다.
이번 한국형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을 통해 우리나라는 디지털 전환 여정의 믿음직한 동반자를 찾는 동시에 기술·제도·사람을 모두 연결해 깊게 뿌리 내리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기술과 수출을 넘어 콜롬비아와의 협력이 '국제적 신뢰의 교환'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의미 있는 이정표로 기록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