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수십년 미국 중동 정책 방향 바뀐 것”
인권 탄압 문제 외면 문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에 대해 더 이상 간섭하지 않겠다고 선포한 연설에서 박수갈채를 받았다고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투자 컨퍼런스에 참석해 “초강대국들이 더 이상 중동 국가들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훈계하지 않겠다”며 미국이 중동 국가의 재건 등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소위 국가를 건설한다는 사람들이 그들이 건설한 것보다 더 많은 국가들을 파괴해왔다”며 “개입주의자들은 본인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복잡한 사회에 간섭해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러분의 운명은 여러분만의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컨퍼런스에 참석한 아랍 주요 국가 인사들은 기립 박수를 보낸 이 연설은 미국이 수십년간 유지해온 중동 정책을 뒤집는 내용이라고 NYT는 설명했다. 그간 미국이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부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까지 중동 핵심 사안마다 중재‧개입에 나선 것과는 정반대의 방향성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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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몇 년간 너무 많은 미국 대통령들이 외국 지도자의 영혼을 들여다보는 것이 우리의 의무인 양 착각했고, 미국의 외교 정책을 이용해 그들의 죄에 대해 정의를 실현하려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방향 전환은 중동 일부 국가에서 벌어지는 인권 탄압을 허용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중동 순방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의 실권자이자 반대 세력에 대한 탄압을 자행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도 친분을 과시하며 “놀라운 사람”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백악관 대변인도 순방 중 트럼프 대통령이나 보좌관들이 인권 문제를 제기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연설 반응을 묻는 질문에만 “큰 찬사를 받았다”고만 답했다.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이나 보좌관들이 사우디 관리들에게 인권 문제를 제기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연설에 대한 반응을 묻는 질문에 안나 켈리 대변인은 "대통령은 연설로 인해 광범위한 찬사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조 바이든 전임 미국 대통령이 과거 사우디를 찾아 빈 살만 왕세자 앞에서 2018년 정부에 비판적이었던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을 언급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장면이 연출됐다.
사우디 정부에 비판적인 게시글을 올렸다가 당국에 미국‧사우디 이중국적자 사드 알마디의 아들 이브라힘 알마디는 NYT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아버지가 당한 것과 같은 일을 정상적인 일로 만들려고 한다고 우려했다. 사드 알마디는 풀려났지만 현재 사우디에서 출국이 금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