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성장 역행하는 ‘노동 포퓰리즘’ 공약

입력 2025-05-13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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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설 한국좋은일자리연구소장·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

이재명 ‘주 4.5일·노란봉투법’ 강조
反시장 공약에 생산성 하락 불보듯
차라리 票心 노린 발언이길 바랄뿐

대선을 앞두고 발표되는 노동 공약을 보면 우리 경제성장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노동개혁은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엊그제 주 4.5일제 도입과 하청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하는 내용의 노동분야 대선 공약을 발표했다. ‘노동이 존중받고 모든 사람의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란 주제의 노동 공약은 성장동력 추동보다 노동자의 표심을 겨냥한 포퓰리즘 정책으로 이뤄졌다. 근로시간과 관련, 우리나라의 평균 노동시간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하로 단축하기 위해 주 4.5일제를 도입하겠다는 게 골자다. 월~목요일까지 4일간은 하루 8시간, 금요일은 4시간 등 주 36시간 근무토록 함으로써 전체 평균 근로시간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주 4.5일제 시행은 당장 많은 기업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글로벌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잃게 만든다. 한번 도입하면 부작용이 커도 되돌리기 어렵다. “표심만을 겨냥해 근로시간단축을 약속하면 안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프랑스 정부는 2000년 주 39시간의 법정근로시간을 주 35시간으로 단축한 뒤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돼 주 39시간으로 되돌리려 시도했지만 노동계 반대에 부딪혀 지금까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 후보는 주 4.5일제가 표를 얻기 위한 ‘표퓰리즘’ 공약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최근 경제5단체가 개최한 ‘대선후보 초청 간담회’에서 “제가 어느날 갑자기 긴급재정명령으로 정년 연장이나 4.5일제를 시행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렇게 할 수 없다”며 경영계를 안심시켰다. 일반근로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목적이란 얘기다.

하지만 그동안 그의 행태를 보면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는 반도체산업 연구개발(R&D) 직원에 대해 주 52시간제를 예외 적용하는 반도체특별법에 대해 성장 운운하며 당연히 필요한 것처럼 말했다가 노동계가 반대하자 곧바로 없었던 일로 했다. 국가지도자라면 기업의 경쟁력과 국가경제의 성장동력을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를 고민하고 결정해야 하는데 그는 노동계 반응과 국민들 표심만을 정책결정의 주요 판단기준으로 삼는 행태를 보여왔다.

주 4.5일제와 함께 이 후보가 제시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 3조 개정) 공약은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려운 반시장적 노동정책이다. 하청노동자의 원청과의 교섭권을 보장하겠다는 이 공약은 하청업체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갖고 있는 원청과의 교섭권을 보장함으로써 하청업체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하청노조가 원청 사업장에서 파업 등 쟁의행위를 벌이는 것도 합법적으로 가능해질 수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노동개혁과 관련, 기존의 주 52시간제 개편 공약을 냈지만 당 차원에서도 따로 주 4.5일제를 추진 중이다. 월~목요일까지 하루 9시간씩, 금요일 4시간 등 주 40시간제로 법정 근로시간은 변하지 않고 임금소득이 오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민주당이 주장하는 주 4.5일제 공약과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하루 9시간을 법정근로시간으로 할 경우 연장근로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어 유연 근로시간 운영에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 후보 공약이나 국민의힘의 새로운 근로시간제가 도입되면 윤석열 정부 때 핵심 노동개혁으로 추진됐던 주 52시간제의 개편은 백지화되고 근로시간의 경직성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초기 도입된 주 52시간제는 OECD 국가 중 최장 수준이던 우리나라 근로시간을 상당부분 단축하는 전기를 마련하였으나 너무 획일적인 근로시간 규제로 인해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글로벌 경쟁력을 훼손해 산업계의 불만 목소리가 높았다.

근로시간제는 국가 경쟁력 향상의 주요 수단이다. 선거 때 정치적으로 선심 쓰듯 이용할 그런 정책이 아니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등 세계 최고 경쟁력을 자랑하는 실리콘 혁신기업들은 탄력적이고 유연한 근로시간 운영을 통해 회사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이들 회사는 업무가 몰리면 주당 70시간 또는 80시간 이상씩 제한없이 일할 수 있다.

반면 근로시간이 짧은 유럽 기업 경쟁력은 갈수록 뒤처지고 있다. 주당 35시간을 근무하는 폭스바겐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독일 공장 두 곳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폭스바겐의 침체는 사민주의에 바탕을 둔 독일의 친노동적 비즈니스 모델의 몰락이란 비판까지 받고 있다. 이 후보의 반시장적 노동공약이 실제 시행을 위해서라기보다 선거철 표를 겨냥한 ‘표퓰리즘’ 차원에서 제기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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