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 방어 나선 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 ‘역주행’
9월 예금보호 한도 상향 앞두고 자금 이동 촉각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줄줄이 하락하는 가운데 저축은행들은 오히려 금리를 올리며 예치 경쟁에 나섰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이날부터 ‘하나의 정기예금’ 등 7종의 상품의 기본금리를 0.10~0.30%포인트(p) 낮췄다.
우리은행도 ‘우리 첫거래우대 정기예금’의 기본금리를 0.20%p 인하했다. 이는 지난 3월 23일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해 금리를 한 차례 내린 데 이어 약 한 달 반 만에 이뤄진 추가 조정이다. 해당 상품의 금리는(6~12개월, 12~24개월) 기존 연 2.0%에서 1.8%로 낮아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들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예금금리를 잇달아 낮추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요 예금상품 최대 금리는 연 2.58~2.65%로 전월(2.6~2.75%)보다 상하단이 각각 0.1%p, 0.02%p 하락했다. 연 3%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은 자취를 감췄다.
'예테크(예금+재테크)족'의 눈길은 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주는 곳으로 향하고 있다. 시중은행에 예치됐던 자금은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지난달 말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MMDA 포함)은 629조3498억 원으로 전월(650조1241억 원) 대비 20조7743억 원 감소하기도 했다.
저축은행들은 예금금리를 올려 투자 매력을 높이고 있다. 업황 부진과 퇴직연금 이탈 영향으로 수신 잔액이 100조 원 수준까지 감소하자 예금 유치를 강화하기 위해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선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저축은행 수신 잔액은 2월 기준 100조5769억 원으로, 4개월 새 약 3조 원 이상 줄었다.
SBI저축은행은 지난달 22일 정기예금 금리를 연 2.8%에서 3.0%로 0.2%p 인상했고, 인터넷뱅킹 전용 상품은 최대 연 3.2%의 이율을 제공한다. 조은저축은행은 서울 본점에서 모집 중인 정기예금 금리를 연 2.8%에서 3.2%로 0.4%p 인상했다. DH·더블저축은행 등이 정기예금 금리를 0.1~0.2%p 인상했다.
오는 9월부터 시행되는 예금보호한도 상향(5000만→1억 원)도 예금금리가 높은 저축은행 등 2금융권으로의 자금 이동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예금보호한도가 1억 원으로 상향될 경우 저축은행 예금은 최대 25%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두세 차례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중은행의 예금금리는 당분간 내림세를 이어갈 것”이라면서 “금리가 1~2%p 높은 저축은행으로 자금이 대규모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