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 위로' 통해 성인 독자들의 감성 두드려
한국 그림책 작가들의 국제상 수상도 영향 미쳐

그림책을 찾는 성인 독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그림책이 더는 아동용 콘텐츠에 한정되지 않고, 하나의 독립적인 시각예술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는 인식 전환이 그 배경으로 분석된다.
12일 본지가 국립중앙도서관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30대의 그림책 대출량이 평균 18.4%포인트(p) 증가했다. 40~60대로 넓히면 평균 26.9%p 증가해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최근 1년간 20대가 가장 많이 대출한 그림책은 '수박 수영장'이다. 국내에서만 3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로 뮤지컬로도 제작됐다.
이 책은 커다란 수박 속에서 마을 사람들이 함께 수영을 즐기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그림책이다. 여름의 계절감과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든 이웃이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을 통해 한국적 정서를 따뜻하게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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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는 '꽁꽁꽁 캠핑', 40대는 '벚꽃 수영장', 50대는 '감정 호텔', 60대는 '알사탕'으로 확인됐다. 특히 '꽁꽁꽁 캠핑'은 최근 1년간 2만743건의 대출을 기록해 세대 통합 1위를 기록했다. 아이스박스에서 빠져나온 초콜릿이 갈매기, 게, 대왕 문어의 추격을 피해 모험을 이어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40대가 가장 많이 빌린 '벚꽃 수영장'은 '야옹이 수영 교실'의 후속작이다. 물을 싫어하는 고양이가 기후 위기 때문에 수영을 배우며 경험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위급 상황에서 내 몸을 지키는 생존 수영을 본격적으로 배우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50대가 가장 많이 빌린 '감정 호텔'은 날마다 다른 감정들이 머물다 가는 감정 호텔을 무대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60대가 가장 많이 빌린 '알사탕'은 혼자 노는 아이가 신비한 알사탕을 통해 주변 존재들의 속마음을 듣게 되는 마법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성인들이 선택한 그림책들은 모두 '자연', '공동체', '상상력' 등의 키워드로 분류할 수 있다. 시각적 쾌감과 공동체적 체험, 정서적 위로를 통해 성인 독자들의 감성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출판전문지 김현구 '기획회의' 편집장은 "그림책을 아동을 위한 책이 아닌 독립된 시각예술 콘텐츠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인식이 변화했기 때문"이라며 "그림책 전문 서점과 성인들의 그림책 관련 모임 및 커뮤니티가 활발하게 만들어지며 독자 확장에 기여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이수지 작가의 안데르센상 수상을 비롯해 한국 그림책 작가들이 해외 아동문학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낸 것도 그림책에 대한 국내 독자의 관심을 증가시킨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출판 관계자는 "아직 온ㆍ오프라인 서점에서는 그림책 대부분을 '유아ㆍ아동'이라는 대분류로 묶어둔다. 그림책 시장과 독자의 인식이 확장된 만큼 독자 접근성을 위한 시스템 개편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