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정비사업 새 모델을 찾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수익성이 악화하자 정비사업 추진 조합과 민간 사업자 간 갈등이 계속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정비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이에 LH가 정비사업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LH에 따르면 이런 내용을 담은 ‘정비사업 관리체계 및 수익구조 전면 재구축 연구 용역’을 9일 발주했다. LH는 과업 배경과 목적으로 “정비사업 조합과 사업자 간 갈등, 사업성 부족 지역의 사업 표류 등이 심화하고 있다”며 “정비사업의 지속가능성과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한 공공과 민간의 역할 재조정, 상호 협력에 기반한 새로운 정비사업 추진모델을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실제로 정비사업 현장 곳곳에선 공사비 분쟁으로 사업 지연은 물론 시공사 선정해지나 조합 지도부 교체 등 몸살을 앓고 있다. 사업성이 상대적으로 좋다고 평가받는 서울 강남지역에서도 집값 하락과 건설 원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 문제를 두고 갈등이 불거지고 공사가 미뤄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LH는 새 정비사업 재구축 모델로 4가지를 제시했다. 이 가운데 첫 번째 전략은 비전문적 조합 운영 위험을 줄일 ‘사업관리 전문화’를 언급했다. 주요 제도로는 공공PM(건설사업관리) 제도, 이중감사, 계약심사 등이 언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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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시공 전 단계부터 시공사가 참여해 시공 이전 단계부터 시공까지 모두 책임지는 ‘시공책임형 건설사업관리(CM)’ 도입 가능성도 점쳐진다. 건설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은 시행과 시공을 분리해 조합이 설계 완성 후 건설사는 공사만 책임지도록 한다. 하지만, 현재 정비사업 참여 건설사는 시공 이외에도 시공 전 단계(프리콘)에서 설계 과정을 지원하고 상품성 개선과 인허가 과정 지원, 사업비 대여와 신용 보강 등 금융 지원까지 사실상 모두 맡고 있다. 이 때문에 민간에선 시공사의 프리콘 비용 부담 문제와 사업 효율성 확보를 위한 시공책임형 건설사업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또 눈여겨볼 것은 민간 정비사업을 공공과 연계하는 방식이다. LH는 용역 과업 제안서에 “정비사업과 공공사업 패키지 추진 등 민관협력 전략을 제시한다”며 “정비구역 내 의무로 지어야 하는 임대주택 가구 수와 면적만큼 구역 외 역세권 부지에 건립하고, 이를 공공이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언급했다. 이러면 정비구역 내 일반분양 물량이 늘어나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
이 외에도 ‘실질 기여를 반영한 정비사업 수익구조 수립’과 ‘정비소외지역의 공공기반 정비사업 견인’ 등 정비사업 수익성을 높이고 민관이 같이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모델을 개선하는 방안 모색도 이뤄진다.
이후 과정으로는 새 정비사업 모델이 수립되면 시범 적용(테스트 베드) 대상지구를 선정해 실제 효과를 검증하고, 전문가 초청 세미나와 법·제도 개선안 연구 등을 진행할 전망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정비사업 곧 조합원의 사업으로, 대규모 조합원의 의견이 일치해야 사업이 잘 진행될 수 있다”며 “여러 가지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해당 제도들을 실제로 도입했을 때 사업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