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가성비·신속 내세워 2022년부터 호황기
라이벌 손잡고, 해외 법인 설립도 추진

지정학의 불씨에 ‘K-방산’이 달아오르고 있다. 휴전에 합의한 인도·파키스탄의 무력 충돌 가능성이 여전히 살아있고 유럽과 중동, 북미까지 국방 재정비에 나서면서 한국 방산 기업들의 수주 경쟁력이 부각되는 모양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촉발된 재무장 흐름이 재점화되며, K-방산은 ‘우수한 품질·합리적 가격·신속 납기’라는 3박자를 앞세워 수출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1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발생한 총기 테러를 계기로 전면전 직전까지 치달았던 인도와 파키스탄은 10일(현지시간) 휴전에 합의했다.그러나 휴전을 발표한 지 몇 시간 만에 양측 국경에서 폭발음이 들리면서 확전 우려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중동과 아시아 국경지역의 긴장 고조는 세계 각국의 군비 확충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K-방산 ‘빅4’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현대로템, LIG넥스원의 수주잔고는 총 95조 원에 육박, 100조 원 돌파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LIG넥스원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수주잔고가 22조8830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약 2조8000억 원 증가했다. 1분기 신규 수주금액만 4조2000억 원에 달하며, 이라크에 천궁-II(MSAM-II)를 공급하는 대형 계약이 실적을 견인했다. 이는 지난해 연매출(약 3.8조 원)의 6배 수준으로, 6년치 일감을 확보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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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같은 기간 지상 방산 분야 수주잔고가 31조4000억 원에 이르며, 이 중 수출 비중이 65%에 달해 내수를 앞지르고 있다. 루마니아 K9 자주포 공장 설립, 폴란드 WB그룹과 합작법인(JV) 설립 등 현지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1분기 말 수주잔고 24조3000억 원을 기록했다. 2020년(18.4조 원) 대비 약 32% 증가한 수치로, 연평균 7.7%의 꾸준한 성장세다. FA-50 경공격기, T-50 고등훈련기 등의 수출 확대가 주요 요인이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말 기준 18조7578억 원의 수주잔고를 보유 중이다. 폴란드와의 K2 전차 2차 수출 계약(820대, 약 8조 원 규모)이 더해지면, 수주잔고는 한층 확대될 전망이다.
K-방산 기업들은 글로벌 수요 대응을 위해 현지 생산 및 합작법인 설립 등 글로벌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방산 3사(한화에어로·한화오션·한화시스템)의 해외 사업을 총괄할 ‘한화글로벌디펜스’를 미국 워싱턴DC에 신설할 계획이다. 방산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한화에어로는 폴란드에 이어 루마니아에서도 K9 자주포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며, WB그룹과는 천무 다연장로켓(MLRS)용 유도탄 관련 합작법인도 설립했다. 글로벌 공급망을 전방위로 확장하고 있는 셈이다.
사업 수주를 위해 라이벌끼리도 손을 잡았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지난 3월, 33조 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도입 사업에 공동 입찰 제안서를 제출했다. 캐나다가 미국 중심의 안보 의존에서 벗어나 공급망 다변화를 시도하는 흐름과 맞물리며, 국내 조선·방산 기업들에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태윤선 KB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압박 기조에 대응해 유럽 등 각국의 방위비 증액과 한국과의 방산·조선 협력이 확대될 것”이라며, “국내 조선·방산 기업의 수주 확대와 실적 성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