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장보다 25.30원 내린 1380.0원에 개장했다. 환율이 1380원대로 출발할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 만이다. 계엄·탄핵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기 전으로 돌아갔다. 원화가 1300원대로 급락한 데에는 대만 달러가 급격한 강세를 보인 영향이 반영됐다.
국내 연휴 중 미국이 대만과 관세 협상 중 달러·대만 환율 절상을 압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대만 정부가 대만 통화 강세를 용인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원·달러 환율도 대만 달러와 동조화 현상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2분기 중 트럼프 관세 협상 타결, 견고한 경제지표도 원화 강세 기대감을 높였다.
외국인은 지난달 23일 이후 이달 2일까지 최근 2주간 하루평균 964억6100만 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 기간 순매수액은 6752억 원에 달한다. 한 달 전 같은 기간 2조9630억 원을 팔아치운 것과 상반된 흐름이다. 외국인은 이날도 코스피 시장에서 약 4000억 원을 순매수했다.
코스피 지수도 원화값과 비슷한 궤적을 보이며 강세를 보이는 중이다. 코스피 지수는 이날 전장보다 0.5% 오른 2573.80에 거래를 마쳤다. 간밤 미국 뉴욕증시에서 3대 지수(다우·S&P500·나스닥)가 일제히 급락 마감하고도 비교적 견고히 지지선을 유지했다. 원화 약세로 인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코스피 매수 전략이 주가 지지선 방어에 유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과 미국 모두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확실시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다만 환율 레벨만 봤을 때는 시장 안도감을 주지만, 시장에서는 아직 환율의 지속 하락에 대해 확신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6일 기자간담회에서 “원·달러 환율이 이 수준까지 내려온(하향 안정화된) 것이냐는 것은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7.30원 내린 1398.0원에 주간 거래를 마치며 다시 1400원대 턱 끝까지 반등했다. 개장가가 전일보다 25.30원 급락한 1380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하루에만 20원 넘는 변동성을 보인 셈이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신흥국 통화를 표적으로 한 글로벌 투기 자금 이동이 더해지면 원화 변동성이 확대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만달러뿐 아니라 중국 위안, 일본 엔화 등 특히 아시아 주요 통화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 과정에서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일 때마다 원화도 영향권에서 안전할 수 없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발(發) 관세협상에 따른 외환시장 내 투기적 움직임 가능성도 국내 증시에 반영되면서 주가 변동성을 높일 것"이라며 "이번 주 남은 기간에도 아시아 통화가 초강세를 지속할지가 중요하다"라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