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화는 막을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여겨왔지만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노화를 늦추거나 되돌리는 등의 기술을 연구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즉 21세기 불로초를 만들기 위한 전 세계 연구진들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12일 제약바이오업계 등에 따르면 2023년 미국 엑스프라이즈(XPRIZE) 재단은 노화를 극복할 방법을 찾는 연구자에게 1억100만 달러(1400억 원)에 달하는 상금을 주는 ‘엑스프라이 헬스스팬’(XPRIZE Healthspan)을 시작했다. 피터 디아만디스(Peter Diamandis) 엑스프라이즈 재단 회장은 “앞으로 10년 안에 건강과 수명에서 혁명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질병 없이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약물과 치료법, 생활방식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의 목표는 노화에 따라 감소하는 운동능력을 회복하고 기억력과 같은 인지 능력의 저하 및 면역 능력의 개선 방법 등을 찾는 것이다. 20년에 해당하는 신체 능력 개선을 이뤄낸 과학자에게는 8100만 달러, 15년은 7100만 달러, 10년은 6100만 달러의 상금이 주어진다. 전 세계 184개 팀이 등록했다.
항노화 연구는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 중이다. 유전자 가위, 세포 리프로그래밍, 장내 미생물 조절 등의 치료접근법(모달리티)을 활용한 연구가 전 세계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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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가위 기술은 문서를 편집하거나 교정하듯 유전자 정보가 담긴 DNA 특정 염기 서열 부위를 정확히 찾아 잘라내고 편집하는 기술이다. 타이슨 루에츠(Tyson Ruetz) 스탠퍼드대 유전학과 교수팀은 노화된 신경 줄기세포(NSC)의 기능 저하를 회복시키는 유전자를 식별하기 위해 CRISPR-Cas9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한 대규모 스크리닝을 수행했다. 해당 연구에서 노화된 NSC 활성을 향상시키는 300개 이상의 유전자를 식별했다.
특히 포도당 수송체를 암호화하는 SIc2a4 유전자의 제거가 노화된 NSC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노화로 인해 증가한 포도당 대사가 NSC의 기능 저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전자 가위 기술이 노화된 뇌 조직의 재생 능력을 회복시키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해당 연구는 지난해 10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서 발표됐다.
미국 바이오 기업 ‘리주버네이트 바이오(Rejuvenate Bio)’, ‘크리스퍼 테라퓨틱스(CRISPR Therapeutics)’ 등 다양한 기업이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해 노화 관련 치료제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세포 리프로그래밍 기술을 활용한 연구도 지속된다. 세포 리프로그래밍은 세포를 배아 상태로 되돌리지 않고 재생시켜 노화를 방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세포 기능을 회복하고 조직 재생을 개선해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종양 형성 등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있으며 부분적인 리프로그래밍의 회춘 효과를 유도하는 특정 효과 분자를 식별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알리 도가 유셀(Ali Doğa Yücel) 터키 이스탄불 코치 대학교 분자생물학 및 유전학과 교수팀은 지난해 3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논문에서 “부분 세포 리프로그래밍은 동물 실험에서 시각 기능 회복, 노화 문제 예방, 수명 연장에 성공했다”며 “단순히 노화를 늦추는 것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밝혔다.
세포 리프로그래밍 기술을 활용해 노화 치료제를 개발하는 대표적인 기업은 ‘알토스랩스(Altos Labs)‘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가 투자한 이 기업은 2022년부터 ‘야마나카 인자‘를 바탕으로 역노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야마나카 인자는 성체 세포를 유도만능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s·iPSC)로 되돌릴 수 있는 4가지 유전자를 말하는 데 일본의 생물학자 야마나카 신야(Shinya Yamanaka) 박사가 2006년 발견했다.
장내 미생물이 노화를 늦추고 근감소증을 개선한다는 국내 연구도 있었다. 류동렬 광주과학기술원(GIST) 의생명공학과 연구팀은 장내 공생미생물이 생성하는 대사산물인 3-페닐락틱산(PLA)이 미토콘드리아 항상성을 강화, 노화 관련 질환의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노화 과정에서 20~80% 정도 감소하는 미토콘드리아의 항상성이 식이를 통한 PLA 공급으로 젊은 개체의 최대 80%까지 회복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PLA는 체중 감량 과정에서 근육 손실을 완화하고 지방량 감소를 지원하며, 근감소증 등을 개선하는 데 유의미한 효과를 나타냈다. 지난해 12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렸다.
해당 연구는 국내 바이오텍 에이치이엠파마가 참여했다. 에이치이엠파마는 이번 연구를 토대로 PLA의 활용 가능성을 확장하고, 노화와 만성질환 개선을 위한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항노화 치료제와 관련해 아직 임상적인 성과를 나타낸 곳은 없다. 대부분 전임상 단계에 그치는 상황이다. 노화의 원인이 DNA 손상, 미토콘드리아 이상, 염색체를 보호하는 끝부분인 텔로미어(telomere)의 마모, 줄기세포의 소진 등 다양하기 때문에 다양한 기술이 상호보완적으로 활용된다면 노화를 예방하거나 되돌리는 것도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