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 제대할 때까지 기다려 줄 자신이 없대요.” 군 입대를 한 달여 앞둔 큰아들이, 어느 날부터 식사를 거르고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대학에 들어가 처음으로 사귄 여자친구의 말 한마디가 아이를 급성 우울의 나락으로 끌고 간 것이다. “왜 이렇게 인생이 힘들죠…?” “…….” ‘얼마나 아플까… 그 마음은 아마 천국에서 지옥으로 내던져진 기분이겠지.’ 속이 씁쓸하게 쓰려왔다.
“드라이브 할래?” “…….” 구겨진 휴지처럼 축 처져 있는 아이를 겨우 차에 태워 남산으로 향했다. “아빠가 마음이 복잡할 때마다 이곳에서 위로를 받곤 했어.”
말없이 계단을 올라 남산 정상으로 향했다. 이마에 땀이 맺히려 하자 어느새 정상이었다. 서울 시내가 한눈에 펼쳐지는 풍경 앞에서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빠도 너만 할 때, 실연의 아픔을 겪고 유급까지 당했었어. 그때는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지.” “…….” “다 잊고 있었는데… 네 덕분에 그 시절 기억이 떠오르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온 뒤, 근처의 유명한 돈가스 집에 들렀다. 입맛 없다던 녀석이 어느새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한다. ‘그래, 청춘이라 아픈 거지….’
창밖을 보니, 봄 하늘은 그 시절처럼 여전히 맑고 푸르다. “청춘이여, 너는 참으로 아름답다! 하지만 청춘을 마음에 품은 노인은 더욱 아름답다.” -괴테 최영훈 일산연세마음상담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