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역사상 전례 없는 일
좌파 SPD서 반란표 나온 듯
14일 이내 다시 표결 부쳐야

6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이날 독일 연방하원에서 진행된 신임 총리 인준 투표에서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는 630석 중 과반인 316표를 얻어야 했지만, 310표를 얻는 데 그쳐 총리 취임이 불발됐다.
CDU와 기독사회당(CSU), 사회민주당(SPD) 등 좌·우파 정당들이 전날 내각 인선을 마무리하면서 메르츠가 이날 총리에 오르는 것이 확실시됐지만, 투표에서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BBC는 “메르츠를 지지할 것으로 예상됐던 18명의 의원이 반란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총리 신임 투표에서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현대 독일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연방하원은 이제 14일 이내에 메르츠 또는 다른 후보를 총리로 선출하기 위해 다시 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독일 헌법에 따르면 투표 횟수에 제한은 없지만, 최종적으로 과반에 도달하지 못하면 과반수 득표 없이도 선출될 수는 있다. 또 하원에서 이날 또 투표를 치러 메르츠를 총리로 뽑을 가능성도 있다.
BBC는 “메르츠 대표에게 이번 패배는 굴욕적인 것”이라며 “좌파 성향의 SPD 소속 의원들이 반란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가뜩이나 시급한 과제들이 많은 데 새 정권이 첫발을 순리대로 떼지 못하면서 독일 정국은 한층 혼란에 빠지게 됐다. 우파인 메르츠가 반이민법 등 극우 정당 이슈를 들고나오자 좌파 성향 의원들이 당 지도부의 방침에도 반기를 든 것으로 보인다. 독일 정치 평론가인 크리스 라이터와 윌 윌크스는 전날 영국 일간 가디언 기고문에서 “메르츠의 전략은 전후 역사상 처음으로 극우 민족주의자들을 이용해 금기를 깨는 것이었다”며 “이는 의회에서 합의 중심적인 중도 정당들을 분열시켰고 대규모 시위를 촉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 변호사 출신인 메르츠는 주 정부나 부처, 지방 의회조차 운영해본 적 없다”며 “그는 다리를 놓기보다 분열을 심화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