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일 사퇴했다. '중책을 내려놓고 더 큰 책임을 지는 길'을 택했다며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정치권에선 '반명 빅텐트'의 현실화 여부와 50년 가깝게 공직생활을 했던 한 대행이 요동치는 대선판에서 완주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적지 않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통해 "엄중한 시기 제가 짊어진 책임의 무게를 생각할 때, 이러한 결정이 과연 옳고 또 불가피한 것인가 오랫동안 고뇌하고 숙고한 끝에, 이 길 밖에 길이 없다면 가야 한다고 결정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무엇이 제 책임을 완수하는 길인가 고민해 왔다. 하나는 당장 제가 맡고 있는 중책을 완수하는 길, 다른 하나는 그 중책을 내려놓고 더 큰 책임을 지는 길"이라며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 제가 해야 하는 일을 하고자 저의 직을 내려놓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한 대행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출마설이 제기됐을 때만 해도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반(反)이재명 빅텐트론'이 힘을 받고, 이를 앞세운 보수 진영의 읍소에 결국 마음을 돌린 것으로 전해진다. 한 대행은 자신의 출마 여부를 둘러싼 정치권의 혼란에도 긴 시간 침묵했다. 하지만 외신 인터뷰에서 "아직 결정된 건 없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졌고, 민주당 측에선 이를 '사실상의 출마'로 받아들였다.
한 대행의 등판이 현실화하면서 대선 후보 선출을 앞둔 국민의힘의 경선 구도는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최종 2인 중 '반탄(탄핵반대)파'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한 대행과의 단일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선명성을 드러내왔다. 이에 한 대행과의 단일화나 반탄을 주장해온 당원들이 김 후보에 대한 지지를 이어왔다. 또다른 반탄파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경선 탈락으로 홍 후보 지지세가 김 후보로 옮겨질 것이란 관측도 힘을 받고 있다.
반면 찬탄파인 한동훈 후보는 한 대행과의 단일화에 일정 부분 거리를 둬왔기 때문이다. 한 후보는 "누구와든 힘을 합치겠다"며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지금을 경선에 집중할 때", "보수의 중심은 국민의힘" 같은 발언으로 한 대행과의 단일화에 선을 그었다.
민심에선 찬탄파 한 후보에 대한 지지세가 강하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8∼30일 만 18살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면접에서 차기 대통령 적합도 질문에 한 후보는 9%, 김 후보는 6%를 기록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국민의힘 최종 후보 선출을 위한 3차 투표는 2차 경선 투표와 마찬가지로 선거인단 투표(당심) 50%, 국민 여론조사(민심) 50%가 합산돼 누가 최종 후보가 될지 지금으로선 예측이 어렵다.
이 때문에 누가 국민의힘의 최종 후보가 되느냐에 따라 단일화의 속도도 달라질 수 있다. 김 후보가 된다면 단일화에 속도가 붙겠지만 한 후보가 될 경우 최종 단일화 과정에서 주도권을 놓지지 않으려는 듯한 움직임이 있을 수 있어서다. 정치권에선 중앙선관위 대선 홍보물 인쇄 발주 마감일인 오는 7일을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빅텐트 자체에 대한 회의론도 있다. 단일화를 하기엔 시간과 절차 등에 제약이 많아 이를 완결할 수 있겠냐는 우려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는 전날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과연 기술적으로 한덕수 총리의 의지와 다르게 출마가 완결성 있게 이뤄질 수 있을지 이런 것들이 좀 의심이 간다"며 "한덕수 총리님을 돕는 분들이라고 하는 분들도 언론과 활발하게 접촉 중이신 걸로 한다. 제가 전해 들은 말로는 아주 계획적으로 움직이고 계신 것 같지는 않다. 이게 단순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현재 이 후보는 빅텐트의 주요 인물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왔다. 이 후보는 "단도직입적으로 빅텐트 단일화는 없다. 비상계엄과 조기대선에 책임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없고, 특정인을 반대하는 목표만이 유일한 연대가 성공할 리 만무하다. 지금의 빅텐트는 또 다른 진영팔이"라고 비판했다.
한 대행의 출마 완주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정치권에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처럼 한 대행이 중도 포기할 가능성과 정치판을 견뎌낼 만한 정치 경험 부족 등을 이유로 꼽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