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 추격에 안심할 수 없는데
늦어지는 엔비디아 인증에 시장도 우려

삼성전자는 최근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을 개선하고, 현재 최신 제품인 HBM3E(5세대 HBM)뿐 아니라 차세대 HBM의 투자 계획도 밝혔다. 그러나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중국 기업들이 빠르게 추격하는 가운데 시장의 주류는 HBM3E 8단에서 12단으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엔비디아에서 HBM3E 인증이 늦어지며 다른 공급망에도 빨간불이 들어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기업 CXMT는 HBM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는 구형 모델인 HBM2(2세대) 또는 HBM2E(3세대)를 개발 중이며,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HBM3E에 비하면 꽤 늦은 편이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도 늘리고, 최신 D램 제품인 DDR5 양산에도 성공하는 등 HBM 경쟁력을 언제 따라 잡을지 알 수 없다.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그 격차를 빠르게 줄여나가고 있다. 특히 미국이 중국에 반도체 수출 규제 고삐를 조이며 오히려 중국의 자체 개발 속도도 더 빨라지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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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추격이 빨라지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HBM 시장 입지는 점차 좁혀지고 있다. 올해부터 시장의 주류는 HBM3E 8단에서 12단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현재 12단을 양산하는 곳은 SK하이닉스가 유일한데, 미국의 마이크론도 최근 엔비디아 승인을 받으며 12단이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의 사정은 다르다. HBM 시장의 큰손인 엔비디아는 1분기에도 삼성전자의 HBM3E 인증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
이에 시장도 동요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만 외신 등은 최근 구글이 자체 인공지능(AI) 서버 칩 설계에 기존 삼성전자의 HBM3E이 아닌 다른 공급사의 제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의 HBM3E를 TSMC가 패키징하는 것이 당초 구글의 계획이었는데, 구글이 관계사에 공급 업체 변경을 요청했다는 내용이다.
구글이 실제로 그렇게 결정했는지와는 별개로, 삼성전자의 HBM3E 인증 지연 이슈는 시장에서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발표한 1분기 확정 실적에서도 HBM의 이 같은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30일 연결기준 확정실적을 발표한 뒤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회사는 “HBM 판매량은 1분기 저점을 찍었다”며 “전 분기 대비 HBM3E 수요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HBM3E을 비롯해 다음 세대 제품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HBM3E 개선제품은 주요 고객사들에 샘플 공급울 완료했다”며 “2분기부터 판매 폭이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HBM4(6세대 HBM) 양산에 대해서는 “기존 계획처럼 하반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커스텀 HBM, HBM4 , HBM4E(7세대 HBM)에 대해 복수의 고객과 이야기 중”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