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 빠진 독” 게임 구독제의 역사…정액제에서 리니지 스킬 구독까지 [딥인더게임]

입력 2025-04-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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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인더게임은 게임에 관심이 많은 게이머에게 모든 게임 및 관련 업계 소식을 전하는 코너입니다. 기대작부터 마니아층을 열광하게 하는 작품까지, 게이머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소식들로 채워집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구독제 서비스, 이젠 실생활에서 하나도 쓰지 않고 살아가기는 쉽지 않은 시대가 됐습니다.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서비스부터 배달 앱, 음악 앱, 쿠팡 등 유통 서비스까지 소비자를 유혹하는 종류도 다양하죠.

구독제나 구독경제라는 말은 2010년대에 처음 등장했지만, 이미 그 개념은 그 이전부터 있었어요. 게임업계에서도 구독제 방식의 서비스가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정립되어 있었습니다. 1990년대 후반 출시된 넥슨의 온라인 RPG 게임 ‘바람의 나라’가 구독제 서비스의 시작을 알렸다고 할 수 있죠.

특히 게임업계의 구독제 서비스는 발전은 물론 종류에서도 다양한 모습을 보이는데요. 게임업계는 구독제를 발달시키며 게이머들의 지갑을 서서히 “밑 빠진 독”으로 만들었죠.

(출처=바람의나라 클래식 게임화면 캡처)
(출처=바람의나라 클래식 게임화면 캡처)

온라인 게임 정액제…“매월 결제하면 접속하게 해드려요”

바람의 나라를 시작으로 2000년대 들어 대작 온라인 게임들은 매월 결제 방식으로 매출을 올렸습니다. 게이머들이 매달 일정의 이용료를 내면 온라인 서버에 접속해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었어요. 리니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아이온, 마비노기 등 많은 온라인 게임들이 이 방식을 적용했습니다. 지금의 넷플릭스처럼 구독제 시스템을 갖춘 것으로 당시에는 구독제가 아닌 ‘정액제’라는 용어가 사용됐죠.

서버 운영비용을 안정적으로 회수하는 것이 당시 온라인 게임 제작사들에 가장 중요한 지상과제였고, 매달 안정적으로 일정 수준이 보장된 돈이 들어오는 것이 중요했기에 이 방식의 매출 전략이 각광받은 거에요.

하지만 매월 이용료 납부 방식이 많은 게이머를 끌어들이는 데 큰 진입장벽이 된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나왔어요. 이를 상징하는 유행어로 ‘오베족’이라는 단어도 생겼죠. 오베족은 오픈베타까지만 즐기고 유료로 전환되면 다른 게임으로 떠나는 게이머들 지칭합니다.

당시 정식 출시 전 오픈베타 시기에 게이머들이 무료로 게임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기간이 끝난 이후엔 돈을 내도록 하는 ‘맛보기’ 스타일의 마케팅 전략이 흔히 사용됐습니다. 이에 오픈베타 시기에만 게임을 하고 더는 돈을 쓰지 않고 타 회사의 신작 게임 오픈베타를 하러 가는 오베족들이 양산됐죠.

이에 200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몇몇 게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들이 유료에서 무료로 전환됐고, 게임 플레이는 무료로 즐길 수 있게 하면서도 캐릭터를 꾸미는 아바타를 판매하거나, 게임 이용 편의성을 증진시켜주는 유료 아이템을 판매하는 부분 유료화 방식의 매출이 자리를 잡았어요. 이 매출 방식이 더 큰 효과를 거두며 2010년대 들어서면서 온라인 게임에서 구독제 시스템이 쇠락했습니다.

(사진제공=마이크로소프트)
(사진제공=마이크로소프트)

콘솔 게임업계로 넘어간 구독제 시스템

2010년대 들어 온라인 게임업계에서는 구독제 시스템이 사장됐다면, 콘솔 게임업계에서는 오히려 이 시기를 기점으로 구독제 시스템이 발전하기 시작했어요. 구독 서비스에 가입한 게이머가 수백 개에 이르는 콘솔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게 한 거죠.

게임 유통사들이 이 시스템의 중심이 됐어요. 발매한 지 얼마 안 된 신작들은 대부분 구독 서비스에서 제외하고, 출시 후 시간이 일정 이상 지난 게임들 위주로 구독 시스템을 구축했어요.

서버 유지비용이 막대하게 들어가는 온라인 게임과 달리 콘솔 게임은 이미 개발이 다 끝난 게임을 게이머가 내려받아 플레이만 하면 되니 상대적으로 유지 비용이 적게 듭니다. 게이머는 모든 게임을 일일이 돈 주고 살 필요 없으니 좋고, 유통사는 신작이 아닌 게임을 이용한 새로운 수익원이 생긴 거죠.

콘솔 게임업계의 구독 시스템은 2014년 일렉트로닉 아츠(EA)가 엑스박스 플랫폼을 통해 내놓은 ‘EA 액세스’를 시작으로 2017년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게임 패스’, 2022년 소니의 ‘PS 플러스’ 등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습니다.

(사진제공=에픽게임즈)
(사진제공=에픽게임즈)

PVP 게임과 모바일 게임에선 ‘배틀 패스’로 구독제 정책 펼쳐

콘솔 게임업계가 구독 시스템을 구축하던 시기인 2010년대에 모바일 게임 업계도 시장 크기를 점차 늘려나가고 있었어요. 모바일 게임은 이른바 ‘가챠’로 불리는 확률형 뽑기 방식으로 매출을 크게 늘렸죠.

하지만 캐릭터나 아이템을 확률형 뽑기를 통해 얻게 하는 것은 도박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수년간 이어졌어요. 이를 애써 무시하는 게임사도 있었지만, 많은 게임사가 확률형 아이템 판매 방식을 축소하면서 새로운 매출 방식 개발에 몰두하게 됐죠. 그러다 모바일 게임업계는 FPS 게임업계에 본격 도입된 ‘배틀 패스’라는 구독제에 주목했어요.

배틀 패스는 2016년 즈음 첫선을 보인 시스템이지만, 2018년 '포트 나이트 배틀로얄'에서 이 시스템으로 큰 수익을 올리며 업계에 큰 주목을 받은 거죠. 게이머가 매달 돈을 내고 배틀 패스를 구매하면, 게임 플레이 시 추가 경험치나 추가 게임 머니, 캐릭터 의상, 아이템 등을 받는 식으로 혜택을 제공하는 거죠.

현재 상당수의 모바일 게임, 특히 플레이어 대 플레이어(PVP·게임 내에서 게이머들끼리 대결하는 것) 형태의 게임엔 이름만 다를 뿐 ‘배틀 패스’ 형태의 과금 서비스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것을 사지 않더라도 게임 플레이를 하는 것에 지장은 없어요. 다만, 게이머 간 대결인 만큼 이를 구매하지 않은 게이머는 구매한 게이머 대비 캐릭터 성장이 느릴 수밖에 없습니다. 게이머 간 경쟁 심리를 이용한 것으로, 경쟁에서 이기고 싶은 게이머들은 반강제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매달 배틀 패스를 구매할 수밖에 없게 됐어요.

이 시기를 기점으로 게임 제작사들이 돈 벌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는 게이머들의 비판도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죠.

(사진제공=NC소프트)
(사진제공=NC소프트)

2025년, ‘스킬 구독 서비스’ 정착 원년 될까? 아니면…

올해는 구독 서비스의 새 지평을 연 원년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과금 정책을 잘 짜는 것으로 유명한 NC소프트에서 새로운 구독제 서비스를 내놨기 때문이죠. 바로 ‘스킬 구독 서비스’입니다.

NC소프트는 자사 게임인 리니지를 플레이하는 게이머들에게 영웅·전설 스킬을 매달 돈을 받고 임대하는 서비스를 이달 초부터 시작했어요. 스킬 하나당 1개월 구독하는 데 드는 비용은 최대 80만 원입니다. 또한, 20개월 동안 임대하면 해당 스킬을 완전히 캐릭터에 장착시켜 주죠. 1600만 원을 쓰고 20개월을 기다려 스킬 하나면 신차를 뽑는 것과 비슷합니다.

게이머들의 반응은 좋지 않습니다. 리니지를 안 하는 게이머들의 반응은 더욱 안 좋죠. 리니지야 안 하면 그만이지만, NC소프트의 스킬 구독 서비스 정책이 성공을 거두면, 타 게임사들도 너도나도 해당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입니다. 특히 리니지라이크를 표방한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의 불안감은 헤아릴 수조차 없어요.

과도한 수익 정책은 소비자들의 불만 임계점을 폭발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임계점을 넘으면 소비자들은 그 업계를 외면하고, 업계는 쪼그라들죠. 스킬 구독 서비스가 게임업계, 특히 모바일 MMORPG 장르에 위기를 가져올지, 아니면 게임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정착되며 수많은 신규 구독제 서비스 시작의 알리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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