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기운이 완연해지면서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알레르기 환자들에게 봄철 꽃가루는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주는 원인이다. 특히 비염, 천식, 결막염 등 알레르기 질환을 앓는 사람은 증상이 악화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기상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봄철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나무 꽃가루가 날리는 시기는 예년보다 약 3일 정도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온 상승과 함께 꽃가루 농도가 높아지고 있어 알레르기 증상이 평년보다 더 이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꽃가루 알레르기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꽃가루를 위험한 물질로 착각해 과민 반응을 일으키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꽃가루는 인체에 해가 없지만, 알레르기 체질을 가진 사람의 몸에서는 꽃가루가 세균이나 바이러스처럼 인식돼 면역세포들이 이를 공격하며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꽃가루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은 꽃보다는 나무다. 특히 자작나무, 산나무 등의 꽃가루가 대표적인 원인이다. 소나무 꽃가루나 봄에 많이 보이는 개나리, 벚꽃 등의 꽃가루는 알레르기를 거의 일으키지 않는다. 미세먼지나 봄철 황사는 알레르기 염증을 악화시켜 증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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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은 알레르기성 비염, 결막염, 피부염, 기관지 천식 등이 있다. 꽃가루가 코로 들어가면 가렵고 재채기가 나오며 맑은 콧물이 흐른다. 결막염이 생기면 눈이 가려워지면서 충혈되거나 눈곱이 낀다. 피부염은 피부가 빨갛게 변하고 가려움증이 나타난다. 심할 경우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기관지 천식도 발생한다.
이런 증상은 대개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기온 차가 큰 환절기에는 감기와 겹쳐 증상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특히 밤부터 새벽 사이 증상이 심해져 아침에 상태가 가장 나빠지는 경향이 있다. 이는 수면의 질을 떨어뜨려 만성피로, 집중력 저하, 학습 능력 저하 등 2차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감기와 꽃가루 알레르기는 증상이 비슷하지만, 세부적인 증상은 다르다. 박일호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꽃가루 알레르기는 주로 맑은 콧물, 반복적인 재채기, 눈과 코의 가려움증 등이 나타난다. 감기와 달리 발열이 없고,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며 매년 같은 시기에 반복된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꽃가루 알레르기를 완전히 피할 수 없지만, 생활습관을 통해 증상을 완화하고 예방하는 것은 가능하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꽃가루 노출을 줄이는 것이다. 꽃가루 농도가 높은 날에는 외출을 삼가고, 외출 시에는 KF80 이상의 마스크와 선글라스, 안경을 착용해 꽃가루 유입을 차단한다. 외출 후에는 귀가 후 즉시 손을 씻고, 세안하며 외출 시 입었던 옷은 바로 갈아입는 것이 좋다. 또한, 꽃가루 농도가 높은 날에는 창문을 닫고 실내 공기를 관리할 수 있도록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권혁수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꽃가루 알레르기를 예방하려면 꽃가루에 대한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외출은 될 수 있으면 피하고, 외출할 경우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라며 “귀가 후에는 깨끗이 씻어 꽃가루를 제거하고, 옷은 자주 세탁하거나 털어야 한다. 집먼지진드기도 알레르기 원인이 될 수 있어 침구류는 고온 세탁하고 청소도 자주 해야 한다. 환기는 꽃가루가 적게 날리는 오후를 권장한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