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 '로비' 등 바둑과 골프가 이끈 장르영화
중규모 한국영화 약진, 산업 회복 실마리 될까
상반기 최대 화제작이었던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17'이 결국 손익분기점을 돌파하지 못하고 흥행에 실패한 가운데, 현재 극장가에는 '승부', '로비' 등 중규모 예산의 한국영화들이 선전하고 있다.
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전날 기준 '미키17'의 누적관객수는 300만 명이다. 개봉 10일 만에 누적관객수 200만 명을 돌파하면서 흥행 가도를 달렸지만, 적지 않은 손실을 남긴 채 극장에서 퇴장했다.
현재 '미키17'은 아마존 프라임 등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감상할 수 있다. 개봉 한 달 만에 OTT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미키17'의 순 제작비는 약 1억1800만 달러로 알려졌다. 제작사인 워너브러더스는 마케팅에 추가로 8000만 달러를 지출했다. 극장 수수료 등을 감안한 손익분기점은 약 3억 달러로 추정된다. 7일 기준 영화의 누적매출액은 1억2000만 달러다. 손익분기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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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최대 화제작이었던 '미키17'의 흥행 실패로 극장가에 침울한 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승부'와 '로비' 등 중급 규모의 한국영화들에 대한 관객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개봉한 김형주 감독의 '승부'는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누적관객수는 전날 기준 143만 명이다. 이미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
'승부'는 한국 바둑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조훈현과 이창호의 대결을 모티브로 한 실화 바탕의 영화다. 이병헌과 유아인이 각각 조훈현과 이창호를 연기했다. 스포츠 영화 특유의 감정적 과잉이 없고, 사제지간의 냉철한 승부에 집중한 장르영화라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2일 개봉한 하정우 주연의 '로비' 역시 군더더기 없는 코미디 영화라는 평가를 받으며 흥행 중이다. '롤러코스터', '허삼관'에 이어 하정우가 세 번째로 연출을 맡은 영화다. 사업의 성공을 위해 관료, 언론 등에 골프 접대를 하면서 벌어지는 코믹한 상황이 관람 포인트다.
영화에는 하정우를 비롯해 김의성, 이동휘, 박병은, 강말금, 박해수 등 충무로의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개봉 6일 만에 곧 누적관객수 20만 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승부'와 '로비'는 각각 바둑과 골프라는 스포츠를 소재로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승부'는 바둑을 긴장감 넘치는 드라마로 풀었고, '로비'는 골프를 익살스러운 코미디로 풀었다. 촘촘한 각본과 배우들의 연기가 조화를 이루면서 관객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두 영화는 모두 중규모 예산의 영화라는 공통점도 있다. 이처럼 산업의 허리가 될 수 있는 영화들의 선전이 위기를 맞은 한국영화 산업의 해법이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