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낸드 가격 본격 회복세
HBM3E 수요 더 늘어날 듯
SK하이닉스 실적으로 이어진다
2분기부터 '상호관세' 영향 주목

이달 중 발표될 SK하이닉스의 1분기 잠정 실적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되는 가운데 고부가가치 메모리인 HBM3E(고대역폭메모리 6세대) 12단 양산 본격화, D램 시장 가격 안정세 등 우호적인 흐름이 실적 개선 기대를 키우고 있어서다. 다만 2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발표한 상호관세가 올해 전체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변수다. 이번 관세 대상에 한국 반도체는 제외됐지만 다음 타깃으로 지목한 데다 SK하이닉스가 생산거점으로 삼은 중국에도 34%의 상호 관세가 적용되면서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사업은 크게 D램과 낸드로 나뉜다.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 중 D램과 낸드의 비중은 각각 68%, 29%다. 기타 매출은 3%다. 최근 AI 열풍으로 D램 내 HBM의 비중도 높아지는 추세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 기대감이 높아진 것은 D램 시장의 긍정적인 추이 때문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등에 따르면 전날 기준 D램 범용 제품(8Gb 1G×8 2133MHz)의 고정가격은 1.35달러로 4개월째 같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지난해 하반기 중국 D램 제조사 CXMT가 생산량을 크게 늘리고, 세트사들의 재고 소진이 지연되며 D램 가격은 급락했다. 하지만 빠르게 떨어지던 D램 고정가격이 1분기 들어 진정세를 보이고 있고 공급망이 재정비되며 반등 조짐까지 관측된다.
트렌드포스는 “미국 관세 인상으로 인해 대부분 제조사가 제품 출하를 1분기로 앞당기며 메모리 공급망 전반에서 (D램) 재고 감소가 가속화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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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은 확실한 효자 품목이 됐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HBM3E 12단 비중 확대와 추가 판매로 낸드 적자 전환에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예상치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키움증권은 올해 HBM의 매출을 무려 30조8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34%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가 HBM 시장의 개화기였다면 올해는 수익성이 좋아지는 시기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전체 D램 내 HBM 분기별 매출 비중은 지난해 △1분기 15% △2분기 20% △3분기 31% △4분기 41%에서 올해 △1분기 46% △2분기 47% △3분기 49% △4분기 49%로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HBM 영업이익도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부터 HBM3E 12단 제품을 본격 양산한다. 지난해에는 8단을 주요 제조사에 공급하며 AI 반도체의 주도권을 잡았다면, 올해는 12단으로 경쟁력을 이어갈 기세다.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은 아직 12단 양산에 돌입하지 못한 상황이다.
SK하이닉스 HBM의 최대 고객사인 미국 엔비디아는 올해 ‘블랙웰 울트라’ 등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제품 사양이 올라가며 탑재되는 HBM 개수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1분기를 비롯해 올해 전반 수익 성장의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출렁이던 낸드 시장도 원 상태로 회복 중지만 여전히 가격이 낮아 관련 부문 수익성은 2분기에나 가능할 것이란 게 전문가의 판단이다. 채 연구원은 “낸드 평균판매가격(ASP)의 전 분기 대비 하락률이 예상보다 커지며 낸드는 적자 전환할 것”이라면서 “낸드 수익성은 2분기부터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변수는 상호 관세다. 최근 미국 정부는 주요 국가에 높은 비율의 상호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등 일부 분야는 해당되지 않지만, 다른 국가의 공장에서 생산되는 반도체 특유의 공급망 구조를 고려할 때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회사에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SK하이닉스의 해외 생산 공장은 중국 우시와 충칭, 다롄 등에 설치·가동 중이다. 중국에 부과되는 상호관세는 34%다.
반도체 업계의 관계자는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이 반도체를 미국으로 바로 보내는 경우는 잘 없고 대부분 애플 등 전자기기 세트사에게 납품한다”며 “이 기업들은 미국보다는 베트남이나 중국에서 공장을 가동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은 즉각적으로 ‘대미 수출 관세’를 적용받는 경우는 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