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도 제대로 안 폈는데…벌써 ‘폭염’ 우려 나왔다 [이슈크래커]

입력 2024-04-0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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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소강상태에 들어서자 전국 대부분 지방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지난해 7월 19일 서울 여의도의 한 거리에 지열로 인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장마가 소강상태에 들어서자 전국 대부분 지방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지난해 7월 19일 서울 여의도의 한 거리에 지열로 인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피긴 폈는데, 벚꽃이 아니네….”

전국 각지에서 벚꽃 축제가 진행 중이지만, 확연히 다른 분위기가 체감됩니다. 국내 최대 벚꽃 축제인 진해 군항제 벚꽃은 폐막을 불과 이틀 앞두고 드디어 만개했습니다. 지난 주말 진해에는 봄을 만끽하려는 인파가 몰렸는데요. 아쉬운 건 제주와 부산 등 남쪽 지역을 제외하면 만개는 아직이라는 겁니다.

서울의 대표적인 벚꽃축제 여의도봄꽃축제는 지난달 29일 개막했는데요. 개막 후 첫 주말이자 낮 기온이 15도까지 올라가 다소 포근했던 30일에도 벚꽃은 잠잠했습니다. 꽃망울은 볼 수 있었지만, 벚꽃은 피지 않았죠. 윤중로에는 살구나무꽃이나 개나리꽃이 벚꽃 대신 시민을 반겼습니다.

지난달 27일 호수벚꽃축제가 시작된 송파구 석촌호수도 비슷한 모습이었습니다. ‘벚꽃 없는 벚꽃축제’였다는 건데요. 군데군데 핀 벚꽃을 제외하면 활짝 핀 건 살구꽃이나 개나리꽃뿐이었습니다. 시민들은 벚꽃을 제외한 봄꽃과 사진을 찍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죠.

서울의 벚꽃은 오늘(1일)에야 폈습니다. 기상청은 이날 서울에 벚꽃이 폈다고 공식 발표했는데요. 서울 벚나무 개화는 종로구 송월동 서울기상관측소 앞에 심어진 왕벚나무(관측목)를 기준으로 합니다. 이 나무 임의의 한 가지에 3송이 이상 꽃이 피면 기상청은 서울에 벚꽃이 폈다고 발표하죠.

그런데 아직 벚꽃과 함께 봄을 충분히 만끽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올여름 무더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구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된 지난해보다 올해가 더 뜨거울 거란 예측이 나온 겁니다.

▲펄펄 끓는 가마솥 날씨에 사상 처음으로 폭염 대응 중대본 2단계가 가동된 지난해 8월 4일 서울 시내 한 건물 외벽에 설치된 실외기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rean@)
▲펄펄 끓는 가마솥 날씨에 사상 처음으로 폭염 대응 중대본 2단계가 가동된 지난해 8월 4일 서울 시내 한 건물 외벽에 설치된 실외기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rean@)
“폭염, 더 뜨겁고 넓고 길게 이어질 것…도시·빈곤 계층 위험”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는 기후변화로 열파(폭염·heat wave)가 더 느리게 이동해 더 오래 지속된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습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1979년 이래 전 세계적으로 열파는 20% 더 느리게 이동하고, 67% 더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는 더 많은 사람이 더위에 더 오래 노출된다는 의미죠.

또 폭염 기간 최고 기온은 40년 전보다 더 높고, ‘열돔’(heat dome) 현상이 나타나는 지역도 더 넓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열돔은 고기압이 한 지역에 정체돼 뜨거운 공기가 갇히면서 가마솥더위가 이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폭염이 악화하고 있다는 연구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 연구는 기온과 지역뿐 아니라 폭염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는지, 또 어떻게 각 대륙을 이동하는지를 조명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1979년부터 1983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폭염은 평균 8일간 지속됐지만, 2016년부터 2020년까지는 최대 12일까지 이어졌습니다. 특히 유라시아가 더 길어진 폭염에 더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죠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인 미국 유타주립대학교 기후학자 웨이장은 “열파가 더 느리게 이동한다는 건 폭염이 해당 지역에 더 오래 머무를 수 있다는 뜻”이라면서 “(이것이) 우리 인간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엄청날 것이며 수년에 걸쳐 더 커질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그는 “특히 녹색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거나 일부 사람들을 위한 냉방 공간이 많지 않은 도시와 빈곤 계층에 더 위험할 것”이라고 우려했죠.

▲1월 26일 스페인 바로셀로나의 빌라노바 데 사우에서 한 남성이 갈라진 저수지 땅 위를 걷고 있다. (AP/뉴시스)
▲1월 26일 스페인 바로셀로나의 빌라노바 데 사우에서 한 남성이 갈라진 저수지 땅 위를 걷고 있다. (AP/뉴시스)
WMO ‘적색경보’ 발령…“지구 전체가 위기에 처해 있다”

이에 앞서 유엔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해 온실가스 방출량 증가와 지상과 해수면의 온도 상승, 빙하와 해빙의 녹는 속도 증가 등을 예시로 올해 폭염 등 기상재해 ‘적색경보’를 발령한 바 있습니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WMO는 지난달 19일 발표한 ‘지구 기후의 상태’ 보고서에서 인류가 설정한 기후변화 방지 목표의 달성이 점점 위태로워지고 있다면서 위기 우려 단계를 한 단계 격상했습니다.

1월 취임한 셀레스테 사울로 WMO 사무총장은 “파리 기후협약에서 합의했던 섭씨 1.5도 이내 제한선에 이처럼 근접한 적이 없었다”며 “WMO는 이에 전 세계에 적색경보를 발령한다”고 밝혔죠.

WMO는 올 한 해에도 폭염이 신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많다며 “높은 가능성”에 대비해 적색경보를 내렸다고 하는데요. 이런 관측 결과가 “그동안 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의 흐름을 뒤바꾸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거나 부적절했다는 증거”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지난해 3월에서 지난달까지 1년간 지구 온도 상승은 1.5도 한도를 넘어 평균 1.56도에 달했습니다. 올해 1월도 역사상 가장 따뜻한 1월이었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지구는 지금 구조신호를 보내고 있다. 최신 지구기후보고서는 지구 전체가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화석 연료로 인한 대기 오염도 이미 최악의 기후 재앙을 예고한 상태”라고 우려했습니다.

오마르 바두르 WMO 기후 감시단장은 통상 엘니뇨가 심한 해 뒤에는 폭염과 수온 상승이 뒤따른다며 “태평양의 온도상승 주기의 패턴을 감안하더라도 2024년은 더욱 온도가 올라갈 것”이라며 “2024년도 여전히 폭염이 기세를 올릴 것은 확실하다”고 경고했죠.

WMO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모든 대양의 바닷물 90% 이상은 한 차례 이상 폭염을 경험하면서 온도 상승을 보였습니다. 1950년부터 관측해온 빙하는 사상 최대량의 얼음이 녹아 사라졌고, 북극해 해빙은 사상 최저로 줄어들었죠.

▲(출처=홍콩 HKFP 홈페이지/연합뉴스)
▲(출처=홍콩 HKFP 홈페이지/연합뉴스)
대만 39도·홍콩 32도…‘3월’에 펄펄 끓는 지구촌, 기후 변동 폭 커진다

전문가들의 우려대로, 올여름 폭염의 전조 현상은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대만, 홍콩 등 중화권 지역에선 3월 기온이 한여름 수준인 30도 이상까지 올라가는 등 극심한 이상고온 현상을 겪고 있죠.

대만 중앙기상서(기상대)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대만 대부분 지역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넘어섰습니다. 남부 타이난 위징 지역의 수은주는 오후 1시 30분 기준으로 36.9도까지 올라갔는데요. 전날 서남부 자이현의 다푸 지역은 39.1도의 기록적인 고온을 기록했습니다.

기상대는 타이난, 자이, 가오슝 등 남부 산간지대에서 36도 이상의 고온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며 고온 경보를 발령, 외출을 삼가고 건강에 각별히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홍콩천문대에 따르면 홍콩 수은주는 지난달 24일 31.5도까지 올라 3월 기온으로는 1884년 관측이 시작된 이래 1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천문대는 “남쪽에서의 더운 기류와 강한 햇볕 영향으로 25일에도 여전히 더울 것”이라며 홍콩 곳곳의 최고기온은 31도 안팎이 될 것이라고 예보하기도 했죠.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해 전 세계적인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난 지난해에도 홍콩은 연평균 기온이 24.5도로 사상 두 번째로 더운 한 해를 보냈는데요. 홍콩 관측소는 올해도 지난해 못지않게 더울 것으로 예상한 상황입니다.

일본 도쿄도 벌써 낮 최고 기온이 28도를 넘긴 상황입니다. 31일 마이니치 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기상청은 이날 도쿄 도심의 최고 기온이 28.1도까지 올랐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1876년 시작된 관측 통계 이후 3월의 기온 중 최고입니다. 그동안 최고 기온은 2013년 3월 10일 기록한 25.3도였죠.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구촌 곳곳에서 이상기후 현상이 잇따르는 상황. 늦어지는 우리나라 벚꽃도 심화하는 이상기후의 산물입니다. 벚꽃의 개화일이 평균적으로 빨라지는 것도 모자라, 해마다 그 편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기후 변동성마저 확대되고 있는데요. 올해 벚꽃이 지난해(3월 25일)보다 일주일 늦다고는 하지만, 사실 역대 5번째로 이릅니다. 특히 평년(4월 8일)과 비교하면 일주일 앞선 기록이죠.

갈수록 평년과 편차가 벌어지는 벚꽃 개화일이 올여름 닥칠 기록적인 폭염을 예고하는 요소 중 하나라는 우려도 높아지고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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