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위? 너무 높아 고산병 왔다” 한화팬 행복사 이해해주세요 [요즘, 이거]

입력 2024-04-0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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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애 디자이너 mnb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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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웠나?

미세먼지가 많고 추위와 더위를 오락가락했던 묘한 날씨가 이어진 3월의 마지막 주. 세상이 깨끗하고 맑고, 아름답기까지 하다며 무한 찬양을 보내는 무리가 있는데요.

‘모두 다 화가 나 있다’라는 이 판에서 홀로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이들이죠. 퍼스널 컬러는 ‘오렌지’, 별명은 보살,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언제나 “행복합니다”를 외쳤던 그들이 ‘진짜 행복’을 찾았다는 요즘입니다.

정신을 차리지 못할 만큼 ‘행복사’할 지경에 빠져있다는 한화 이글스 팬 이야기인데요. 그도 그럴 것이 매번 순위 최하단에 익숙했던 그 이름이 최상단에 당당히 이름을 드높이고 있기 때문이죠. 그것도 무려 ‘7연승’으로 말입니다.

“순위표에서 한화가 꼴찌인 건 ‘가나다순’이다”라며 애써 정신 승리를 해왔던 과거는 그저 웃음으로 넘길 수 있죠. 지금은 너무 다르거든요.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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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는 3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KT 위즈와 벌인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14대3 대승을 거뒀습니다. 개막전 패배 이후 7연승을 하며 단독 1위를 지켰죠. 일주일 내내 단 한 번도 지지 않은 건데요.

거기다 ‘단독 1위를 지켰다’라는 말도 너무나 생경합니다. 한화가 1위를 지킨다는 표현을 쓴 적이 있었나요. 모든 것이 어색할 지경이죠.

이 ‘미친 경기력’에 온갖 기록들도 쏟아졌는데요. 한화가 개막 8경기 7승 1패의 성적을 거둔 것은 1992년 이후 32년 만인데요. 또한 3연전을 연속 두 번 스윕승한 것은 2006년 5월 이후 약 18년 만입니다.

거기다 선수 개인 기록까지 나왔는데요. 이날은 한화의 루키 황준서가 깜짝 선발로 나섰습니다. 황준서는 이번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지명된 유망주로 19살인데요. 고졸 신인이 프로 데뷔전을 선발로 나선 거죠.

황준서는 ‘운도 좋게’ 선배들의 화끈한 타선 지원을 받으며 부담감을 낮췄는데요. 그는 5이닝 3피안타(1홈런) 5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 투수’가 됐습니다. KBO리그에서 고졸 신인이 데뷔전 선발승을 따낸 10번째 기록이기도 했죠.

한화에서는 2006년 류현진 이후 18년 만입니다. 이는 결코 쉬운 기록이 아닌데요. 현재 ‘대전 왕자’라 불리며 지난 시즌 신인상의 주인공 문동주 또한 2년 전 선발 데뷔전에서 2이닝 4실점 하며 마운드에서 내려왔습니다. 이때도 상대는 KT였죠.

뭐만 하면 두 자릿수 이상의 과거를 더듬어봐야 나오는 기록들이 지금 한화에는 즐비한 상황입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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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개막 초기 8경기에서 한화가 가장 달라진 점을 꼽으라면, ‘선발 야구’를 하고 있다는 건데요. 류현진-펠릭스 페냐-김민우(황준서)-리카르도 산체스-문동주로 이어지는 그저 ‘빛’인 막강한 선발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죠.

흔히들 ‘투수 놀음’이라 불리는 야구에서 선발 투수는 팀 전력의 핵심인데요. 매번 이 마땅한 선발 투수가 없어서 고민하는 구단들이 많습니다. 거기다 구단의 상징성 ‘1선발’은 실력뿐 아니라 다른 팀에게 그저 그 이름만으로도 묵직한 위기감을 주는 ‘아우라’까지 필요한데요. 이번 개막전 1선발 대결에서 총 10개 구단 중 ‘토종 투수’ 즉 한국인 투수는 단 2명이었습니다. 모두 외인 투수로 채웠죠.

이 2명 중의 한 명이 한화의 류현진이었는데요. 최원호 한화 감독은 프로야구 개막 전 미디어데이에서 1선발을 소개하며 “개막전 선발은 ‘다른 팀에 없는’ 류현진”이라고 말해 엄청난 자부심을 보여줬습니다.

선발진 가운데 페냐는 이미 2승을 기록 중이고요. 데뷔전을 승리한 황준서에 이어 김민우, 산체스, 문동주 또한 승을 챙겼습니다.

엄청난 호투를 보여주는 선발진에 이어 타자들도 타석에 들어섰다 하면 장·단타를 몰아치고 있는데요. 수비 또한 착실한 ‘행복 야구’를 실현 중이죠.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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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한화가 무려 선발 야구를 하는데 야수가 수비를 해. 그리고 타자가 안타를 치고 있어. 이게 믿어지니?”


네, 그게 야구입니다.

31일 경기에서 한화는 선발 타자 전원 안타, 총 18안타로 14점을 뽑았는데요. 1번 타자부터 9번 타자까지(22번 타자 없습니다) 거를 곳이 없는 타선이 되어 버린 거죠.

특히 이번 시즌 영입한 요나단 페라자의 활약이 눈에 띄는데요. 98년생의 이 어린 타자는 좌타 우타를 모두 가능한 스위치 타자입니다. 1일 기준 페라자의 타율은 0.529. 무려 5할 타자인 페라자의 출루율은 0.583, OPS(출루율+장타율)는 1.617로 2위와 큰 격차를 둔 1위에 올라있죠. 31일 경기에서도 3회 2점 홈런을 때려내며 시즌 4호 홈런을 쏘아 올렸습니다.

‘성골’의 활약도 볼만합니다. 북일고-한화로 이어지는 ‘성골 라인’은 김태균 이후 이렇다 할 스타가 나오지 않고 있었는데요.

최근 문현빈과 임종찬이 그 뒤를 넘볼만한 재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KT와의 3연전 1차전 경기에서 9회말 2아웃 2대2 상황, 임종찬은 좌중간을 완전히 가르는 끝내기 안타로 기막힌 승리를 가져왔죠.

문현빈은 현재 한화의 1번 타자로 그 역할을 넘치게 하고 있는데요. 볼넷, 내야안타, 외야안타, 홈런까지 가리지 않고 쳐내고 있죠. 주전 2루수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모습에 한화 팬들의 무한 응원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 홈런왕인 노시환 또한 그간 조용했던 며칠을 잊으라는 듯 31일 3점 홈런을 때리며 ‘역시 노시환이다’라는 응원이 나오고 있죠.

이런 상황이다 보니, 프로야구 기사들도 한화로 도배되고 있는데요. ‘지는 법을 잊은 한화’, ‘한화 정말 달라졌다’, ‘파죽의 7연승, 기세 오른 한화’라는 헤드라인이 즐비합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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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한화의 분위기는 류현진이 몰고 왔다는 의견에 이견이 없죠. 확실한 1선발이자 한화의 자부심인 류현진은 올해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한화로 복귀했습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데뷔해 MLB로 직행한 최초의 선수, 한국인 최초 사이영상 후보, 그 찬란한 이름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의 국내 리그 복귀는 한화를 넘어 국내 야구 전체의 이슈였죠.

비록 류현진은 현재 ‘류-승-승-승-승’이라며, 선발진 중 유일한 ‘무승’인 투수이긴 한데요. 하지만 상대 팀에서도 1선발이 나오는 만큼 만만치 않은 대결인 데다, 타선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는 이유에 모두 동의하죠. 승보다 “우리 팀에 류현진이 있다”라는 것만으로도 선수단의 기운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 모든 기쁨은 보살이라 불리던 한화팬들이 넘치게 누리는 중인데요. 1위에 오른 순위표에 “이것이 고산병인가요? 숨이 안 쉬어집니다”라는 평에 팬들 모두 격하게 끄덕이는 중이죠.

“우승 각”, “가을야구는 당연”, “이러다 10연승 갈 듯”, “진짜 올해는 다르다” 등의 온갖 주접글로 포효를 내지르고 있습니다. 이런 주접글과 함께 “이런 적이 오랜만이라 그러니 이해해 주세요”라는 양해글도 남겼는데요.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이 ‘1위 팬’이란 기분을 1분 1초도 놓치고 싶지 않거든요.



지난 시즌 KT와의 경기에서 17대 0으로 뒤지고 있는 상황인 9회. KT 팬들조차 한화 팬을 향한 안타까움을 내비칠 때 한화 팬들은 다같이 뛰어올라 응원곡 ‘아파트’를 불렀는데요. 경기장이 떠나가라 “으쌰라 으쌰!”를 부르던 한화팬의 모습에 KT팬들은 “즐기는 자가 일류다. 정말 대단하다”라는 존경심을 드러냈죠.

이처럼 한결같았던 보살 팬들에게 드디어 ‘꽃신’을 신겨주는 날이 온 걸까요? 한화팬들의 행복사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지켜보지 않을 수 없는 요즘 프로야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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