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커스단 탈출한 ‘이름없는’ 소녀의 기구한 인생사…현재 근황은?

입력 2024-02-16 17:07 수정 2024-02-1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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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방송 캡처)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방송 캡처)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방송 캡처)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방송 캡처)
본명과 자신의 인생을 잃어버린 소녀의 기구한 사연이 전해졌다.

15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에서는 ‘서커스 소녀, 잃어버린 이름을 찾아서’라는 부제로 한 소녀의 기구한 인생사를 풀어냈다.

1991년 10월, 심주희(11) 양은 서울의 한 봉제공장으로 들어오며 “서커스단에 속해 유흥업소에서 강제로 공연을 하다 도망쳤다. 숨겨달라”고 말했다.

봉제공장에서는 남대문경찰서로 신고했고, 이에 다음날 형사들이 출동해 심 양의 진술을 들은 뒤 조사를 위해 서커스단으로 향했다.

해당 서커스단의 단장은 유명 코미디언의 친형으로, 그는 자신이 주희의 할아버지라며 당당하게 호적등본과 주민등록등본을 내밀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딸이 낳은 아이를 호적에 올렸다고 설명하고는 주희가 평소에도 거짓말을 많이 하는 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형사들은 집에 가자고 타이르는 단장과 그의 아내를 보는 소녀의 눈빛에서 공포를 읽어내고 이들이 정상적이지 않은 관계임을 직감했다.

이에 심주희 양은 “자물쇠가 굳게 잠긴 1.5평 남짓한 골방에서 7년간 생활했다”며 “밤낮으로 하루 네 번 지하실에서 서커스 훈련을 했고 밤에는 유흥업소 무대에 서고 낮에는 집안일까지 하며 하루에 단 2시간만 잠을 잘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형사들이 밝혀낸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심 양의 친모는 남편이 가정폭력으로 구속된 상태에서 돈을 벌기위해 외지로 떠났고, 남편이 사망하자 시어머니가 아이들을 다른 집으로 보내버린 것. 그 과정에서 심주희 양은 할머니의 친구인 한 곡예사에게 맡겨졌고, 이를 알게된 서커스단 단장이 그를 키우게 됐다.

단장은 심 양에게 서커스 공연 등을 이유로 제대로 먹이지도 재우지도 않고 학교에도 보내지 않으며 학대에 가까운 행위를 했다.

피해자는 심 양 말고 또 있었다. 그중 한 피해자는 단장에게 3년간 수십 번 성폭행을 당하는 끔찍한 일을 겪었던 것으로 밝혀졌고 단장은 아동복지법 위반과 강간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수사가 끝난 뒤 형사들은 심주희 양의 친부모를 찾기 위해 애썼으나 실패했고 결국 천주교 재단에 주희를 맡기기로 한다.

안타깝게도 지옥 같던 순간을 벗어난 주희에게 불행이 이어졌다.

1995년 8월 21일, 심 양이 있던 경기 여자 기술 학원에 방화 사건이 터진 것이다. 당시 학원 운영 방침이 강압적이라고 생각한 일부 원생들이 탈출을 위해 방화를 저지른 이 사건은 138명 원생 중 40명이 사망하고 20명이 중상을 입는 대형 화재 사건이었다.

특히 사상자가 많았던 2층의 옷장 안에 숨었던 주희는 옷장 안에서 의식을 잃었고 중환자실에서 열흘 만에 깨어났다.

이같은 사연이 다시 전해지자 방송국과 형사들은 심 양의 친모를 찾기에 주력했고 결국 그의 친모와 본명까지 밝혀냈다.

심주희 양의 본명은 지현주로, 엄마와 함께 새로운 가족들이 생긴 현주는 1년 후 결혼 소식까지 전해 듣는 이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2011년 TV에 다시 출연한 현주는 카메라를 향해 “서커스단에 있을 때가 훨씬 나았다”라고 말해 충격을 안겼다.

지현주 씨는 “감동적인 재회를 했던 엄마가 카메라가 꺼진 후 돌변하더니 틈만 나면 폭력을 행사하고 심지어 흉기로 현주를 다치게 한 적까지 있다”고 밝혔다.

그의 친모는 심주희 시절 받았던 후원금과 경기여자기술학원 화재보상금을 가지고 있던 현주에게 돈을 갈취하기 위해 연락을 취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2007년 세상을 떠난 친모는 현주에게 수천만 원의 빚을 대신 갚으라는 서류만을 남겼다.

‘꼬꼬무’에서는 13년이 지난 현재, 이름을 바꾸고 힘들게 살아온 마흔네 살의 서커스 소녀를 다시 만났다.

지현주 씨는 “개명하고 나서 좀 괜찮아진 거 같다. 일도 하면서 행복해지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니까 지금은 잘 살고 있다”라고 말해 보는 이들을 안도하게 했다.

현재 요양보호사 일을 하고 있는 지현주 씨는 새로운 가정을 꾸려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그의 남편은 “아내를 보면서 내 삶은 힘든 삶도 아니구나 용기를 얻고 지금은 서로 용기를 주며 살아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마흔네 살이 된 서커스 소녀가 가장 행복했던 때는 언제일까? 이 질문에 소녀는 아빠같은 형사들과 함께 했던 시간이 가장 행복했다고 말해 울컥함을 자아냈다.

이에 소녀는 “진흙탕에 있는 나를 꺼내서 예쁘게 만들어줬으니까”라며 형사 아빠들과 함께 한 11일을 평생 잊지 못한다고 전했다.

끝으로 마흔네 살의 주희는 과거의 자신을 향해 “대견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다 이겨내고 잘 살아낸 주희에게 손뼉 쳐주고 싶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는 가수 홍지윤이 장현성의 이야기 친구로 함께했다. 평소 ‘꼬꼬무’ 애청자임을 밝힌 홍지윤은 첫 출연임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공감 능력과 추리력으로 ‘프로 리스너’의 면모를 보여줬다.

배우 홍종현은 장도연의 이야기 친구로 자리했다. 꼬꼬무에 첫 방문한 홍종현은 군대에서도 꼬꼬무를 챙겨봤을 정도로 애청자임을 어필했다. 또한, 이야기를 듣는 내내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와 충격적인 장면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장성규의 이야기 친구로는 꼬꼬무 최다 출연자 자리를 넘보는 (여자)아이들 미연이 등장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이야기 친구로 함께하며 3년 연속 출연의 영애를 안게 된 미연은 무려 네 번이나 호흡을 맞춘 장성규와 남다른 케미를 자랑했다. 이야기를 듣던 미연은 예상치 못한 만남들에 눈물을 흘렸다.

SBS의 시사교양 프로그램 ‘꼬꼬무’는 매주 목요일 밤 10시 20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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