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운 우리말] 화면 바깥의 영화 세계 '오프스크린' → '외화면'

입력 2023-11-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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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벌새' 스틸컷 (네이버영화)
▲영화 '벌새' 스틸컷 (네이버영화)

영화는 선택과 배제의 예술이다. 세상의 무수한 풍경 가운데 어떤 것을 선택하고, 배제할 것인가에 관한 고민은 감독에겐 숙명이다.

영화관에 앉은 관객은 사각의 틀(frame)에서 쏟아져 나오는 인물과 이야기에 매료된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 틀을 벗어나도 영화 세계는 존재한다. 쉬운 예로, 틀 안에 있는 인물이 관객은 인지할 수 없는 틀 밖 풍경을 보는 경우가 그렇다.

영화에서는 이것을 오프스크린(off-screen)이라고 한다. 인물의 연기 등이 틀 밖에서 이뤄져 관객의 시야에 보이지 않는 장면을 뜻한다. 국립국어원은 오프스크린을 '외화면'으로 순화해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카메라가 포착하지 않은 화면 바깥의 세계인 외화면의 미학은 '볼 수 없음'에 있다. 관객에게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것을 상상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게 바로 외화면의 미학이다.

영화 '벌새'의 주인공인 여중생 은희(박지후)는 흠모했던 한문 선생님 영지(김새벽)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한다. 사랑하는 존재의 상실을 경험한 은희는 불현듯 엄마에게 죽은 외삼촌이 보고 싶냐고 묻는다. 엄마는 "그냥 이상해. 너 외삼촌이 이제 없다는 게"라고 답한다.

외삼촌은 죽기 전에 은희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한밤중에 찾아와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하고 떠난 외삼촌을 카메라는 따라가지 않는다. 외삼촌이 빠져나간 현관문을 오랫동안 포착할 뿐이다. 그 순간 관객은 화면에서 사라진 (그러나 외화면에 존재하는) 외삼촌을 생각한다.

▲영화 '1987' 스틸컷 (네이버영화)
▲영화 '1987' 스틸컷 (네이버영화)

영화 '1987'에서 학생운동을 하던 박종철(여진구)은 고문당하다가 억울하게 죽는다. 폭압적인 군사정권은 "책상을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궤변으로 일관한다.

부검한 시신을 확인해야 하지만, 이미 박종철의 부모는 혼절한 상태다. 이에 삼촌(조우진)이 대신 죽은 조카의 시신을 확인한다.

이때 카메라는 박종철이 아닌 죽은 조카를 보고 오열하는 삼촌의 얼굴을 포착한다. 박종철의 모습은 관객이 볼 수 없는 외화면에 있지만, 오열하는 삼촌의 모습을 통해 가시화된다.

보이지 않는 외화면 속 인물을 관객의 눈이 아닌 마음에 영사하기. 이처럼 외화면은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것을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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