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손정의도 탄식한 ‘위워크 파산’

입력 2023-11-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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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배꼽이자 뉴욕 부동산 시장의 꽃 맨해튼. 이곳 마천루들은 지금 백척간두에 서 있다. 팬데믹 파장으로 사무실 공간 수요가 급감하고 있고,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금리 압박으로 가뜩이나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위워크(WeWork) 파산 후폭풍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지난 8월 파산설이 처음 나온 이후 위워크 주가는 90% 폭락했다. 회생불능 상태에 빠진 것이다. 지난 달 만기가 도래한 이자 9500만 달러를 내지 못했고, 30일간의 유예기간을 거친 후 또다시 7일간의 유예에 대해 채권자들과 합의를 해야 했다. 위워크는 거듭된 경영난에 결국 7일 미국 뉴저지주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한때 부동산 분야 스타트업으로 혜성같이 등장 해 유니콘으로 각광받던 위워크가 어쩌다 하루 아침에 이렇게 침몰하게 됐을까. 2011년 설립돼 8년 만에 기업가치를 470억 달러까지 끌어 올렸던 위워크를 좌초시킨 건 무리한 목표 설정, 방만한 자금 관리, 리더십 부재 등에도 원인이 있지만 결정타를 안겨 준 것은 팬데믹이었다.

무리한 목표, 방만한 경영이 실패 원인

회사 측은 무리하게 확장을 밀어붙였는데, 예기치 못한 팬데믹으로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사무실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사무실 건물 시장에 공동화 현상을 몰고 올 것이라곤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오죽했으면 회사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던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도 “내가 어리석었다”고 투자 실패를 자인했을까.

전 세계 39개국 777개 사무실을 보유하고 있던 거대 사무실 공유기업 위워크. 뉴욕에만 47개의 오피스빌딩을 갖고 있던 위워크의 파산은 뉴욕 부동산 시장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위워크가 입주를 했던 건물들은 물론, 다른 오피스 건물들까지 동반 가치 하락을 피할 수 없게 되고, 결국 대출을 해준 은행들도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무실 건물 5개 동을 위워크에 임대해 준 부동산 회사 월터 앤드 사무엘스는 위워크 불똥을 피하지 못하고 동반 침몰한 케이스다. 예컨대, 의류상가에 있는 한 건물의 90%를 임차해 사용해 오던 위워크가 느닷없이 연초부터 임차료를 내지 못하게 됐고, 건물주인 월터 앤드 사무엘스도 7700만 달러의 융자금을 상환하지 못 하게 된 것이다. 5년 전 융자를 받을 당시 1억2700만 달러였던 건물 값은 4200만 달러로 폭락했다. 결국 건물은 은행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게 됐다.

이런 식으로 위워크에 사무실을 내주었던 건물주들은 동반 파산을 하거나, 건물을 은행에 넘겨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자금 여력이 있으면 사무실을 아파트를 포함한 주상복합 건물로 개조, 재개발하는 곳들도 많다.

건물주들 주상복합 개발로 돌파구 모색

뉴욕뿐 아니라 LA, 시카고, 애틀랜타 등 주요 도시 사무실 건물주들은 팬데믹 이후 늘어나는 공실률에 대비해 주상복합 방식으로 재개발함으로써 돌파구를 찾으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렇게 해서라도 은행에 건물을 뺏기지 않으면 성공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건물들은 가치 폭락과 함께 파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위워크가 입주해 있던 건물들은 대부분 새로 지은 A급 건물이 아니라 개보수가 필요한 B, C 급 건물들이어서 가치 하락 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시 사무실 공실률은 20%나 된다. 최근 10년 내 최고 수준이다.

부동산 시장에 사무실 공유라는 새로운 모델을 들고 나와 막대한 투자와 관심을 끌었던 위워크는 전성기 뉴욕 부동산 임대 계약의 15%까지 차지한 적이 있었으나 지난해 점유율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위워크의 성공신화가 잊혀진 지 오래다. 위워크는 이제 대표적인 실패한 스타트업으로 각인 돼 있다. 위워크가 남긴 후유증으로 뉴욕 사무실 부동산 시장이 몸살을 앓고 있다. wanseob.k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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